프레시안 “공항철도 하청노동자 참사, ‘공항철도’는 책임 없나?” 토론회 영국은 원청도 안전보건 책임, 독일은 손해배상 청구 가능

  ”공항철도 하청노동자 참사, ‘공항철도’는 책임 없나?”
[토론회] 영국은 원청도 안전보건 책임, 독일은 손해배상 청구 가능

김윤나영 기자   2011-12-14 오전 10:43:16
    
      
지난 9일 인천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철로 보수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여 즉사했다. 야간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들에게 공항철도 개통 이래 빚어진 최악의 참사였다.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장치나 관리감독도 제공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는 원·하청 구조에서 일어나는 위험의 책임 전가 구조가 숨어있다”며 “철로 보수 작업을 비롯해, 예전에는 정규직이 했던 위험한 작업들이 하나둘씩 하청으로 떠넘겨졌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 산재사망, 비정규 하청 노동자가 더 많이 죽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원청과 발주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13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었다.

▲ 인천시 서구 신세계장례식장의 인천국제공항철도 열차사고 희생자 빈소에 지인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원청도 안전보건 책임져야”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외국법에는 도급인(발주처·원청)과 수급인(하청) 관계에서 도급 사업주(원청)에 대한 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의무 조항이 상당부분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작업장에서 건강과 안전에 관한 법은 “원·하청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담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영국의 산업안전보건청은 원·하청 사업주가 해야 할 일로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 실시 △정보, 지도, 훈련 제공 △노동자들과의 협의 △관리 및 감독 등을 명시했다.

또한 영국의 산업안전보건청은 “사업주 제1도급, 도급은 안전보건 실적을 모니터링해야 하며, 만약 안전보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업주는 관련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 도급 작업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정했다. 뿐만 아니라 작업 관련 사고나 위험 상황에 대해서는 노동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산재가 생겼을 때, 원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국가도 있다. 독일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원·하청) 사용자들 간에 협력이 없었거나 불충분함으로 인해 취업자가 손해를 입으면, 취업자는 관련 모든 사용자(원청 포함)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원청도 하청 노동자 산재에 손해배상해야”

한국은 어떨까.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도급사업시의 안전보건조치)를 보면, “작업장의 안전보건관리와, 수급인(하청)이 노동자에게 안전보건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하도록 돼있지만 주어가 없다.

이와 관련해 노동건강연대의 정해명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 관련 조항은) 대부분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한다”며 “재해자나 사망차가 사내 협력회사 소속 근로자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하청회사가 법적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원청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도 어렵다. 2007년 한국의 대법원 판례에는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험한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주(원청)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2009년에는 “사업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도급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노동건강연대의 강문대 변호사는 “손해배상에 대해 특별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며 “원청에 조금이라도 귀책사유가 있으면 원청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 불법하도급일 경우에는 원청의 귀책사유 유무와 무관하게 원청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