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서울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 촉구, 서울시의회 점거농성.성소수자 등 30여 명…’성적 지향’ 등 차별 금지 명시한 내용, 삭제 반대

서울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 촉구, 서울시의회 점거농성
성소수자 등 30여 명…’성적 지향’ 등 차별 금지 명시한 내용, 삭제 반대
홍권호 기자 2011.12.14 17:11

▲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의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소수자,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 30여 명이 14일 늦은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로비를 점거한 뒤 “차별 받아도 되는 학생은 없다. 차별금지 명시하여 인권조례 제정하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 30여 명이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의 원안 통과를 촉구하며 14일 늦은 2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9만7천여 명의 서울시민이 서명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은 오는 16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의, 19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수단체와 보수기독교단체의 반발 등으로 심의 과정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조항 등이 삭제되거나 수정돼 통과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점거농성 돌입 직후 학생인권조례성소수자공동행동(아래 성소수자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성소수자들은 항상 우리 주변에 어디에나 있었고, 여러 번 거리에 선 적도 있었으나, 성소수자의 인권을 전면에 내세워 입법기관과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직접 행동을 통해서만 우리와 우리 같은 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  농성장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천을 펼쳐놓은 모습.

성소수자공동행동은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보수진영과 일부 기독교계의 반대와 시의원들에게 보내는 테러에 가까운 공세로 인해, 그리고 주민발의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의원들에 의해 학생인권조례는 기본적인 취지마저 후퇴할 위험에 놓여 있다”라면서 “특히 동성애 확산 및 조장이라는 동성애 혐오적 공세에 밀려,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는 보수적 태도에 밀려, 최종적으로 성적 지향 및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가 명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분노한다”라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인권은 양도하거나 유보할 수 없는 것으로, 만약 ‘성적 지향’ 등이 삭제된다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반인권’, ‘무인권’ 조례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문구에 집착한다’라는 지적도 있으나 성소수자 학생들이 낙인과 차별 속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이것은 문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나영 활동가는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찬성한다고 밝히는 의원조차도 면담에서 ‘성적 지향’ 등에 대해서는 ‘일단 통과를 위해 뭉뚱그려 표현’을 하자고 하거나, ‘통과를 위해서는 더 심각한 사례를 이야기해달라고 하라’라고 말하는 실정”이라며 “우리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차별을 당하는 학생들의 고통을 봐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익변호사그룹 장서연 변호사는 “성소수자 학생들이 차별을 받았을 때 어떻게 두루뭉실한 조항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겠느냐?”라면서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는 것은 유엔 산하 여러 인권위원회에서 그동안 계속 한국 정부에 요구한 사안으로, 만약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다면 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윤경 활동가는 “대다수가 ‘어렵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장애인들은 피어린 투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법 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실효성 확보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라면서 “오늘 이 자리는 성소수자들의 투쟁을 알리는 신호탄인데, 이런 목소리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성소수자공동행동은 “우리는 차별 사유가 명시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면서 주민발의안 원안 통과와 차별금지 조항 명시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교육위원, 교육위원장,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시장 등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정문 앞에 붙여놓은 선전물. ‘경기도, 광주도 만들었다. 서울시 의회는 성적지향 명시한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라’라는 내용 등이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