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쇠고기 전면개방했던 정부, 이제와 촛불시민 주장 홍보?”

“쇠고기 전면개방했던 정부, 이제와 촛불시민 주장 홍보?”
[토론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는 촛불집회의 성과”

김윤나영 기자,이대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5-03 오전 8:44:03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이 재발했다. 10년 7개월령 젖소로 알려진 감염 소는 다리를 절고 일어나지 못하는 ‘다우너’ 증상을 보였고,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괴담 내지 무지의 소산으로 칭했다. 현재도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므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며, 검역 강화를 통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논리는 2008년 촛불 집회 당시와 다를 바 없다. 이 해 4월 18일 정부는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해,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안이 통과되는 대로 월령제한까지 푸는 전면 개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반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자 정부와 보수언론은 모든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집회 강경진압과 비난성 사설로 맞대응했다. 당시 상당수 시민이 검거되거나 경찰의 강경진압에 상해를 입었고, 여전히 수배자 명단에 오른 이도 있다.

시민사회의 이와 같은 희생에 쇠고기 재협상이 겨우 이뤄졌고, 이 결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월령제한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시민들에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시민 사회 스스로가 정부의 강경대응에 맞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냈고, 이제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입을 다물’어 주길 요구하고 있다. 당장 촛불집회가 예고된 2일, 경찰은 집회 시작도 전에 이날 사회를 보기로 했던 김동규 등록금넷 팀장을 연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첫 해와 마지막 해는 따라서 공교롭게 광우병으로 시작해 광우병으로 저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양새가 됐다. 다시 맞이하게 된 비상시국에 경향신문사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신문사는 광우병감시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공동으로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어, 현재 떠오르는 문제들을 되짚어봤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현재 한국이 최소한의 방어태세라도 갖출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시민사회의 힘이었다는 것이며, 정부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도 정부는 ‘농장주의 반대’를 이유로 광우병 발생 농장을 확인조차 하지 못한다.

둘째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언론, 특히 주류 보수언론이 ‘정부발 받아쓰기’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모조리 괴담으로 격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정부와 정부측 전문가들의 주장이야말로 학계에서는 그야말로 ‘괴담’으로 치부될 법한 논리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조능희 MBC <PD수첩> PD, 송기호 변호사,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강택 <KBS 스페셜> PD(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통해 제기됐다. 토론회의 사회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박상표 국장과 우석균 실장은 2008년부터 광우병 사태, 의료보건 문제 등의 이슈에서 정부의 논리를 다양한 전문 자료를 근거로 정면에서 반박해 온 대표적 의료전문가다.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의 학자며, 송기호 변호사는 식품, 농업, 통상부문에 대한 해박한 법 지식을 바탕으로 한미 FTA 협상 국면에서 통상교섭본부와 정면 대결을 벌인 전문가다.

조능희 PD는 <PD수첩>이 광우병 문제를 네 차례에 걸쳐 다루던 당시 책임 PD였으며 이강택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미국 현지 농장과 렌더링 회사 등을 돌아다니며 최초로 광우병 문제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KBS 스페셜>을 제작했다. 이들이 거론한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편집자>

▲ 2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미국 4번째 광우병 발생, 한국 정부의 대응과 그 문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한국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근거로 가장 크게 내세우는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촛불 시위 없이는 얻어내지 못했을 성과”라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타결할 당시인 2008년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자, 결국 협상안은 한시적으로 내장을 제외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도록 수정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지금, 정부가 “30개월 미만의 소는 안전하다”고 강조함으로써 역설적으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했던 2008년 당시 협상안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쇠고기 전면 개방해야”→”30개월 미만이라 안전?”

우 정책실장은 “애초에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했다가 촛불 시위 끝에 30개월 미만안을 도입한 정부가 이제 와서 ’30개월 미만 수입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는 것은 정신분열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정책실장은 또한 “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의 조처에 근거하지 않고, 촛불시위나 반대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차용해 발언하는 상황”이라며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위험물질(SRM) 대부분이 수입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30개월 미만의 SRM은 편도와 회장부위일 뿐, 뇌·척수·안구·척추 등은 제외된다”고 꼬집었다.

우 정책실장은 “2008년 당시 시민이 옳았는데도 아직도 1000명 이상의 촛불 시민이 재판에 계류되거나 회부돼 있고 여전히 수배당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촛불시위로 체포돼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명예를 당장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촛불 시위가 옳았음이 입증됐음에도 여전히 촛불시위를 ‘촛불난동’이라고 비난하는 보수언론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우병에는 ‘사전예방의 원칙’ 적용해야”

이번에 미국에서 발견된 네 번째 광우병 소의 사례가 “한국의 광우병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없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우 정책실장은 “건강이나 환경 문제를 다룰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사전예방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즉, 위험성에 대한 증거가 아직 과학적으로 불충분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실장은 “영국 정부가 펴낸 <사전예방의 원칙 14가지 케이스>라는 책에서 광우병을 가장 크게 다룰 정도로, 광우병 문제에서 ‘사전예방의 원칙’은 중요하다”며 “광우병에 대한 연구는 아직 과학적으로 불확실하지만, 국가식품체계에 광우병 유발인자가 한번 들어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수입 중단 못한다는 건 핑계”

그렇다면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수입위생조건을 바꾸기 전까지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자유무역협정(FTA)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 정부는 현지 농장에 대한 출입조사권이 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조사출입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도 현지 농장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입증할 때까지 한국 정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일시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임의조항에 불과해서 수입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송 변호사는 “가축전염예방법 개정안은 수입중단권이라는 정부 권한을 법률로써 보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애초에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수입중단권을 빼앗겼지만, 촛불시위 이후 한국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할 권한을 확보했다”면서 정부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단 우리 정부가 확보한 ‘수입중단권’에는 조건이 있는데, 추가 조사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통제 등급이 변경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수입중단을 하지는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광우병감시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영국조차도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 지위를 받을 정도로 OEI 기준은 보수적”이라며 “광우병 통제국가 지위변화에 따른 수입중단 조치를 명시한 수입위생조건 5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나영 기자,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