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대한의사협회는 김용익, 조홍준 교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
10월 10일 대한의사협회는 “두 회원이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을 입안, 추진하는데 깊게 개입” 했다는 이유로 두 교수에게 각각 2년과 1년 동안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는 징계를 결정하였다. 7월 11일 의협에 징계를 건의한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 시민단체를 통한 “반의료계 행위”, “의료계 매도”, “건강보험 재정파탄”, “의보통합 주장”, “의약분업 강행”, “수가인하 주장”, “건전한 의학교육 왜곡” 등을 징계의 이유로 들었고, 의사협회가 이를 일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징계의 형식적 이유였던 의약분업은 과연 실패한 의약분업인가? 물론 현재의 의약분업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의약분업의 모습은 아니나 결코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다. 약국의 임의조제와 항생제 사용의 감소는 분명 의약분업의 긍정적 효과의 한 예이다. 의약분업 실행과정에서 왜곡이 거듭되어 국민의 부담이 증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온것이 문제이나 이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며, 장기간의 파업으로 집단의 이해를 위해 제도를 왜곡한 의협의 책임도 있다. 따라서 의약분업의 왜곡의 주체인 의협이 그 제도의 입안에 관여한 두 교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파렴치한 처사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자세이다. 두 교수는 의사로서의 양심과 학자로서의 사명으로 자신이 배우고 연구한 바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한 것이었다. 우리는 양심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관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구하는 의료인 집단이 있다는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 이는 전문직의 윤리를 떠나서, 민주사회의 기본인 양심의 자유를 부정하는 작태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양심에 따른 주장을 사회주의적이라는 굴레로 얽매는 매카시즘은 전문가 집단에게는 분서갱유와 다름없는 탄압이, 시민사회 일원에게는 특정 권력의 파시즘화의 징후일 뿐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의협의 이번 징계 결정을 보면서 동료 의료인으로서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보건의료인은 전문가집단으로서 우리사회에서 그 어느 집단보다 명망과 경제적 혜택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 이는 단지 의료 전문직의 기술적 차원의 어려움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종이 시민사회에서 가지는 역할의 중요성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보건의료인에게는 일반 사회의 여러 직종보다 높은 윤리적 의식과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의협이 말하는 자율성과 윤리가 진정 두 교수의 징계와 같은 것이라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 하겠다.
더구나 건전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번 징계로 의협은 의사의 명예에 스스로 먹칠을 했으며 사회적인 비난과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전문직으로서의 윤리의식과 자율성을 직종의 집단이기주의에 고스란히 내어준다면 전문직으로서의 그 어떤 권리도 사회적 인정에서 위태롭지 않을 수 없게 됨을 의협은 분명히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의협이 과거와 같은 파업투쟁을 또다시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매 더욱 강조해야할 우리의 당부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비록 같은 직종은 아니나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같은 보건의료인으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 민주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의협의 이런 처사에 분노하며 철회를 요구한다. 아울러 의협은 이번 징계 결정을 철회하고 자신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김용익, 조홍준 두교수의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02년 10월 14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