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 성명 동부시립병원 민간위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성명서>

서울특별시는 시립동부병원의 민간위탁 추진을 즉각 중지하라.

오랫동안 서울지역의 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버팀목의 하나였던 시립 동부병원이 작년 7월 용두동에 국민의 세금으로 새롭게 건물을 지어 단장한지 불과 채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우리는 서울특별시가 민간위탁이란 이름으로 공공병원의 운영권을 포기해 버리는 작태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없다.

이는 그동안 서울특별시는 애초부터 동부시립병원의 공공적 임무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나 목표설정도 없이 방치하다가 어떻게 하면 민간에 떠넘기고 스스로의 책임을 지워버릴 수있을까만 고민해왔다는 뜻이 아닌가?

그동안 시립동부병원은 서울지역 달동네에서 어렵게 사는 서민들, 가족의 부양도 받지 못하고 인생의 황혼에서 갖가지 만성적 질환으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노인네들, 특히 삶의 자리를 송두리채 빼앗겨 버리고 길거리로 나앉은 노숙자들과 행려환자들에게 있어서는 건강을 지켜줄 수잇는 거의 유일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아온 친구와 같은 병원이었다. 물론 우리는 시립동부병원이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 잘난 소문으로 많은 환자들이 몰려와 크게 번창하는 병원이 아님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시립동부병원이 운영에 있어서 적지않은 적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서울특별시는 동부시립병원에 적지 않은 재정적 지원과 함께 그 운영상의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립동부병원의 재정적자나 운영상의 어려움은 서울특별시가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하여 당연히 고심하고 부담해야할 기본적 책무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가 시립동부병원이 그동안 서울지역에서 담당해왔던 최소한의 긍정적 역할마져 포기하고 민간위탁으로 떠넘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시립동부병원을 민간에게 위탁을 하게되면 결국 병원은 수익을 위하여 환자를 선별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동안 시립동부병원이 아니면 도저히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서울의 서민들, 노숙자 행려병자들은 중요한 건강의 버팀목을 잃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번 사스 대책과정에서도 공공병원의 절대 부족과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공공병원의 부실함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제대로 된 공공의료시설을 우선 확충하는 것이 최우선과제임이 절실한 시점에서 서울특별시의 동부시립병원의 민간위탁결정은 보건의료의 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요 공공의료를 30%확대하겠다고 하는 중앙 정부의 약속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우리는 동부시립병원의 민간위탁추진을 즉각 중지하고 공공병원으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동부시립병원에 그 공공적 임무로 명확히 부여하고 그에 따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있도록 서울특별시가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한다.

2003년 5월 30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