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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이기를 포기한 것인가?
- 서울대병원은 간병인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라
우리는 서울대병원과 관련된 최근의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과연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인 국립병원으로서 아니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사안은 간병인 소개소 유료전환 문제이다. 지난 9월1일 서울대병원은 15년간 무료로 운영해오던 간병인 소개소를 폐지하고 유료 간병인 소개소 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사실상 직원이나 다름없는 간병인들에게 불리하고 불안정한 조건의 재취업을 강요하였으며 이에 항의하는 간병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병원 측에서는 이를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상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조치이다. 병원이 운영하는 간병인 소개소는 안정적이며 교육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지만 외주업체가 운영하는 간병인 소개소는 극히 불안한 조건의 취업이며 교육의 기회도 제공되지 않는다. 더욱이 외주업체를 통해 운영되면 간병료는 올라가고 간병인들이 받는 돈은 더 적어질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만약 서울대병원당국이 진정으로 환자들을 생각했다면, 현재 무료 간병인 소개소에 소속되어 있는 간병인들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인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두 번째 사안은 서울대병원이 이달 14일에 강남의 중심가에 건강진단센터를 개원한 것이다. 병원당국은 강남센터를 통해 예방의료를 활성화하고, 연령별/지역별/직업별 건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수진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건강진단을 제공할 것이며, 현재 낮은 수가와 부족한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서 수익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건강진단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면서 예방의료를 활성화하겠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병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공공병원의 대표기관격인 서울대병원이 이제 아예 호화건강검진으로 돈벌이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하는 세태를 보면서 우리는 공공의료기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서울대병원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두 사건을 보면서, 서울대학교병원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듯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민간위탁을 하고, 돈이 된다면 주저 없이 초호화 건강검진센터를 짓는 것이 오늘의 서울대병원이다. 그렇다면 국내 재벌병원들과 서울대병원이 다른 점이 무엇인가? 서울대병원은 명백히 공공의료기관이다. 기타 다른 공공의료기관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우리 국민 모두는 서울대병원이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국립서울대병원은 타병원에 비해 더 많은 지원을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받는 것이다.
현재 전체 국민 중에서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이 3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이 하는 일이 간병인을 내쫓고 초호화 건강검진센터를 세우는 일이란 말인가?
이제 우리는 서울대병원 측에 엄중히 경고한다. 유료 간병인 소개소 운영 계획을 철회하고, 강남 초호화판 건강검진센터를 폐쇄하라. 우리는 서울대병원이 하루 빨리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정립에 최선을 다하고, 또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2003. 10. 17(금)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