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노무현정권은 반인권적 의료붕괴, 건강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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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인 비상 시국선언문

-노무현 정권은 반인권적 의료 붕괴, 건강 파괴 행위를 중단하라!-

지난 11월 16일, 우리는 참으로 참혹한 소식을 접하였다.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했다. 이제 영리병원의 허용,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등 의료가 시장화되는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대통령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당시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고 말하며, 공공 의료를 30%까지 확대하고, 의료보장성을 8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하였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와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던 공약은 말만의 약속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지금도 서민들은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무현 정권은 자신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파멸로 몰아갈 정책을 입안하려 하고 있다. 이번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은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것 뿐 아니라,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 건강보험 배제를 통한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 그나마 우리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여 주던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의료기관 비영리법인제도와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예외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전국적인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공적 사회보험의 축소,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불러올 것임이 자명하다. 이미 정부는 기업도시에서도 사실상의 영리병원 허용을 추구하려 하고 있고 의료법 개정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경제불황을 내세워 모든 것을 시장화하고, 국민의 건강을 국내외 자본에게 팔아 넘기려 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민중의 생명, 시민의 건강이 아니라 국내외 병원자본의 이윤과 부유층만을 위한 의료를 추구하고 있다. 무지와 거짓에 기초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악안을 만들고, 건강을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단순한 상품으로 치부하는 재정경제부, 국민의 건강을 공수표에 가까운 몇 푼의 돈과 맞바꾼 보건복지부, 그리고 의료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등 우리의 삶 전체를 시장화하려는 노무현 정부가, 우리를 다시금 거리에 서게 하였고, 다시 이 거리에서 국민과 함께 투쟁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지켜냈던 지난 2월을 기억한다. 그러나 정녕 활활 타올랐던 촛불의 그 열기는 초겨울 싸늘히 배신당하고 말았다. 4대 법안으로 개혁 세대의 정서를 볼모로 잡아두면서, 노무현 정권은 국내외의 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우리의 열망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4대 법안의 틀거리에 묶어 두려는 노무현 정권의 정략적 술수는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우리는 건강보험 통합,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민간의료보험 도입 반대, 의료급여 확대 등 민중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쉬지 않고 투쟁해왔다. 이제 우리는 영리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인으로서 우리의 존재 의미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보건의료인의 소명이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믿어왔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보건의료인이 이러한 소명을 저버리고 제도적으로 자본의 노예가 되어 서민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순간, 우리가 보건의료인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료공공성의 최후의 보루가 붕괴되려는 지금, 우리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지켜온 의지를 다시금 모아 내려한다. 보건의료인으로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구호가 아니라 민중의 인권과 삶의 가치를 믿는다. 우리의 힘은 시장적 경쟁력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에 대한 애정과 연대성에 기초한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한 삶,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뜨거운 의지로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선언으로부터 시작해 국회 앞 농성 투쟁, 대규모 대중 집회 등의 방법으로 우리의 의견을 표명할 것이며, 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실질적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에 타협은 없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악안을 즉각 폐지, 철회하라
2. 무지와 거짓에 기반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악안을 발의한 경제부총리 이헌재는 즉각 사퇴하라
3. 국민의 건강을 포기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에게 사죄하라
4. 국회는 우리 의료제도의 붕괴를 초래할 경제자유구역법 개악안을 거부하라.

2004. 11. 20
보건의료인 시국선언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