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여당의 “6.27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안”에 대한 논평
정부여당이 6월 27일 2008년까지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정부가 의료보장강화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나마 ‘정부계획’ 이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계획안은 보장성 강화의 내용이 협소하고, 접근방법의 문제로 인해 계획의 구체성이 없고 실현방침은 더욱 찾을 수 없는 ‘속빈 강정’ 에 불과하다. 그 이유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정부계획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2005년 보장성 강화계획이 매우 협소하다. 정부는 2005년도부터 마치 암, 뇌혈관 질환(중풍), 심장병의 3대 질환에 대한 “부담의 획기적 경감”을 말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정부는 3대질환 전체에 대한 본인부담 경감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중풍과 심장질환의 경우 적용대상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흔히 중풍이라 불리는 뇌졸중의 경우, 우선 수술이 필요 없는 뇌경색이 뇌졸중의 80%이다. 뇌출혈의 경우에도 일부만 수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풍의 경우 90%이상의 환자들이 이번 혜택에서 제외된다.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불필요한 뇌수술을 유도할 수조차 있다. 심장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선천성기형환자 심장수술 이외의 심장병환자의 혈관확장술등은 완전히 제외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성인 심장병 환자들은 이번 부담 경감조치와 무관하다. 이를 가지고 3대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의 획기적 경감”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에 대한 우롱에 지나지 않는다.
암 환자와 극히 일부의 중풍환자와 심장병환자에 대한 조치도 경감내역이 극히 미약하다. 3대 비급여 즉 식대와 병실차액료, 선택진료비 중 선택진료비는 언급조차 없으며 가장 부담이 적은 식대의 경우에만 보험을 적용하고, 병실차액료의 경우 기준병실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그것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고 그 시행도 2007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 결국 암환자의 경우, 정부의 계획대로 실천이 된다해도 2007년이 되어서야 본인부담이 50%만 줄어든다. 중증질환자의 경우 노동력 상실로 인한 임금손실, 간병비용 등이 더 큰 부담이 되는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의 극히 일부질환의 치료비를 점진적으로 50%만 줄여주겠다는 방안은 환자들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 정부가 제시한 2008년까지의 보장성 확대 계획은 “질병별, 점진적 접근방식”으로 지금까지의 점진적 보험확대방식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점진적 보험확대방식의 문제점은 대형병원이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보험항목을 확대하여 보장성이 제자리에 머무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단체들은 “모든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적용”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본인부담 상한제 실시”를 요구하였다. 정부의 점진적 접근방식은 지금까지의 대형병원의 비보험항목 확대전략에 대한 대응방식이 될 수 없다. 또한 질병별 접근방법에 있어 이번처럼 3대질병이라고 해놓고 사실상 암 하나에만 보장성을 확대하는 식이라면 정부가 말하는 보장성 확대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세 번째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민간보험활성화 정책과 이번 정책이 전면적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8월부터 개인보장형 민간의료보험의 시판을 허용할 예정이며 또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즉 병원의 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허용되면 의료비폭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정부의 보장성 확대계획은 의료비폭등을 따라갈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재 건강보험이 민간의료보험과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점진적 보험확대방식은 민간의료보험의 안착을 위한 시간벌어주기 성격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이번의 엉성하고 협소한 보장성 확대계획의 재원조차 또 다시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보험료율 4.31%가 외국보다 훨씬 낮다는 한쪽편의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다른 편의 사실 즉 보험료율이 높은 나라들은 가입자부담보다 기업부담이나 정부부담이 훨씬 높다는 내용을 숨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부담이 보험료의 50% 이지만 대만의 경우 기업60%, 정부 10% 국민 30%이고 , 프랑스의 경우 국민부담이 25%이다. 또한 정부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 등 병원이나 민간의료보험회사의 규제는 전혀 언급조차하지 않고, 제약회사에 대한 통제는 연구과제로 돌리면서, 오히려 경증질환 환자들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등의 반국민적, 친기업적 정책의 도입을 보험재정절감계획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이번 정부여당의 6.27 건강보험보장성확대방안이 겉으로는 보험확대정책이지만 사실상 대형병원과 민간보험회사에 대한 눈치보기로 속은 텅 빈 기만적인 보장성 확대방안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당장 2005년부터 암부터 무상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재정이 있다. 또한 2008년까지 제대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이루려면 모든 의료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하며 민간의료보험확대 및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정책을 중단하여야만 한다.
정부·여당의 건강보험보장성계획안은 실질적인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보험을 보장성을 강화하는 길은 정부가 국민건강권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체적 의지를 표현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이번 정책안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업과 시장에게 그 책임을 넘기려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 (끝)
2005.6.2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