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물 사유화와 공공서비스 붕괴를 가져올 한EU FTA 협상을 반대한다!

성 명 서

물 사유화와 공공서비스 붕괴를 가져올 한EU FTA 협상을 반대한다!

유럽연합과 한국 정부는 4월 24일과 5월 1일 각각 무역ㆍ대외장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한국-유럽연합 FTA 협상을 최종 승인하고 협상 개시를 선포한다고 한다. 그리고 5월 7일부터 서울에서 1차 협상을 진행한다고 한다.

거짓말과 기만으로 점철된, 허세욱 열사의 생명을 앗아간 한미FTA 협상 타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채 가시지도 않은 채, 한국 정부는 이제 유럽연합과 FTA를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EU FTA를 여러 이유에서 반대한다.

첫째, 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시작했던 1년 전과 똑같은 논리로 장밋빛 그림을 그리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1년 전 한미FTA 협상을 시작할 때 정부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후생 효과에 대한 수치와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협상이 타결된 지금, ‘퍼주기 협상’이었다는 증거가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 간 과오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책임도 없이 협상을 시작하려 하고 있으며, 또한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EU FTA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여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둘째, 한미FTA와 한EU FTA 연속 체결은 폭발적 영향을 끼칠 것이며, 특히 공공서비스에 대한 유례없는 공세를 야기할 것이다. 한미FTA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FTA이며, 유럽연합과 유럽계 초국적 자본도 미국과의 FTA 만큼 또는 그 이상의 강력한 FTA를 요구할 것이다. 결국 모든 FTA가 포함하고 있는 최혜국대우 원칙에 의거, 협상 대상국들과 초국적 자본은 서로 경쟁하다시피 더 높은 수준의 FTA 즉 더 많은 자유화, 시장화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한EU FTA를 통해 공공서비스가 개방될 경우, 한미FTA의 이른바 ‘미래 최혜국대우’ 원칙 때문에 역으로 미국 자본에도 공공서비스를 개방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예컨대, 한미FTA에서는 유보된 상수도가 한EU FTA에는 포함될 경우, 한미FTA에도 다시 포함된다는 것이다.

셋째, 한EU FTA는 특히 우리의 생명 그 자체인 물 사유화를 강제할 것이다. 이미 정부나 관련 연구소, 재계는 유럽연합이 서비스 부문을 지목하고 있다고 하며, 국내 자본은 이런 계기를 통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또 한 번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교육, 의료,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 분야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초국적 물기업 중 상위 10위 대다수가 유럽계 기업인 바, 정부도 한EU FTA를 통한 상수도 자유화(개방)를 이미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연합이 상수도 자유화를 요구하면 한국 정부는 이를 막을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수도법을 몇 차례 개정하여 현재 지자체가 관리ㆍ운영하고 있는 상수도에 민간 자본이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64개 지자체 중 9개가 상수도를 민간위탁했고, 다른 33개가 위탁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며, 인천시는 아예 초국적 기업인 베올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는 물을 공공서비스가 아닌 상품이자 시장으로 규정하는 ‘물산업육성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한 법제정을 올해 하반기에 추진한다고 한다. 국내 제반 법ㆍ제도가 이렇게 민간 자본 진출을 허용하는 상태에서 FTA를 체결할 경우 내국민대우, ‘공정’ 경쟁 원칙, 투자자-국가 제소권 등으로 상수도는 국내외 자본 모두에 의해 사유화되고 시장화될 수밖에 없다. 물이 초국적 자본의 이윤놀음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물은 우리의 생명 그 자체이다. 물 사유화가 야기하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도요금이 10배, 20배 급등했다는 볼리비아의 사례, 빈민 수 백 만 명에 대한 수도가 끊기고 심각한 위생 문제로 콜레라가 창궐해 12만 명이 감염되고 300명 이상이 사망한 남아공의 사례, 역시 콜레라가 발생하고 일반 가정집에 수도가 4시간만 공급되는 필리핀의 사례는 이제 많이 알려진 바이다. 우리의 경우에서도 수도요금이 날로 오르고 있으며, 도농 간 ‘물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는 막대한 위탁비용을 기업에게 지불하고 있으며, 상수도 분야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산업육성방안을 추진하고 한EU FTA를 체결하는 것은 전 국민적 재앙을 몰고 오는 행위이다.

곧 한EU FTA 협상이 시작된다. 우리는 타결된 한미FTA 협상이 무효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정부가 한EU FTA 협상 개시를 재고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아울러 물산업육성방안과 민간위탁 등 물을 사유화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물에 대해 보다 공공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7년 4월 30일

물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상임집행위원장: 이말숙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
노동자의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다함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빈곤사회연대, 사회진보연대, 수돗물시민회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이윤보다인간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빈민연합, 청년환경센터, 초록정치연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한국사회당 서울시당, 환경정의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