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글리벡을 보면 리펀드가, 리펀드를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의 말로가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는 오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과 희귀의약품에 대한 리펀드 제도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또한 이번 주 중으로 글리벡 100mg 약가 조정에 대한 서면심의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지난 6월 8일 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글리벡 100mg 약가를 14% 인하 조정하겠다고 결정하였다. 2001년 글리벡이 한국에 최초로 도입될 당시 복지부는 17,862원으로 가격을 결정하였으나 노바티스 사가 국내 보험약가로 공급을 거부하면서 결국 약가를 23,045원으로 올려주었다. 8년 정도가 지난 이제야 글리벡 약가를 바로잡을 기회가 생겼음에도 복지부는 스스로 그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관리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근거는 묵살되었다. 결국 복지부는 노바티스가 글리벡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에 스스로를 결박시키고,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협박에 근거도 없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별첨 : 글리벡 약가 인하 조정의 문제점)
복지부가 글리벡 약가를 결정할 당시 약가를 높게 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현재 그 높은 약가를 정상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똑같다. 제약사의 전 세계 동일 약가 정책에 근거한 고가 유지 정책 때문이다. 제약사는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공급 거부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환자들을 위협한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제약사가 요구하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며, 이후 그 약가를 정상적으로 인하하는 것조차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필수적인 약제들의 가격이 건강보험 재정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고, 제약사들이 공급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약사의 공급독점력이 너무나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제약사의 공급독점력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으로 오히려 제약사의 독점권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줄 리펀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리펀드 제도는 제약사의 전 세계 고가 유지 정책을 유지시키는 데 한 몫을 함으로써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별첨 : 리펀드 제도의 문제점)
필수적인 의약품의 약가, 공급 문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한 예로, 강제실시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특허권을 기술향상과 확산을 위한다는 특허제도의 취지에 맞게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패가 될 수 있다. 또한 병행수입 방식도 가능하다. 유럽에서 병행수입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미국 오바마 정부도 의약품 병행수입을 활성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 모든 대안을 무시하고 오로지 제약사의 이윤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제도만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중 약제비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현재 상황에서 제약사의 고이윤을 보장해주면서 동시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주 건정심에서 다루어질 글리벡 약가, 리펀드 제도, 건강보험 보장성 방안이라는 세 가지 안건은 현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얼마나 편협하고 근시안적으로 판단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은 제약회사가 아니라 국민의 돈으로 모아졌으며, 따라서 제약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쓰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복지부는 우선 글리벡을 다시 조정위로 돌려보내 약가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또한 리펀드 제도를 폐기하고 근본적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09년 6월 16일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기독청년의료인회/ 서울YMCA시민중계실/ 연세의료원노동조합/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보건사회연구원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참여연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의료생협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행동하는의사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광주전남지부,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광주전남지부,광주전남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광주전남지역본부,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광주전남지회,광주지역보건계열대학생협의회)/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의료연대회의(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부산지역본부,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부산지회,민주노동당부산시당 무상의료운동본부)}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별첨 1] 글리벡 약가 인하 조정의 문제점
[성명] 제약사의 공급거부카드를 더욱 공고히 한 글리벡 조정위의 결정을 규탄한다.
어제 보건복지가족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이하 조정위) 글리벡 100mg 약가를 14% 인하하여 19,818원으로 결정하였다. 조정위는 그 근거로 글리벡 400mg 미도입, 스프라이셀과의 비용효과성, 본인부담금 지원 부분 인하, 관세 인하 4가지를 들었다.
우리는 조정위의 결정에 크나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결과이다. 조정위는 1년 전에 약가 인하 조정 신청을 했던 가입자들, 약가인하 사유를 검토했던 심사평가원 급여평가위원회,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했던 건강보험공단 등이 평가하고 제시했던 근거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엉뚱한 결정을 내렸다.
우선 급여평가위원회는 글리벡이 2차 치료에서 대체약제인 스프라이셀과의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약가가 인하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스프라이셀과 비교해 글리벡이 비용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최소 20.4% 인하되었어야 했다. 조정위의 오늘 결정으로 인해 글리벡은 여전히 효과 대비 비용이 높은 비효율적인 약제로 남게 되었다.
또한 공단은 400mg 미도입, 관세인하, 환자본인부담금 지원 등의 문제 때문에 글리벡 약가가 인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 동안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글리벡 400mg 도입은 첨예한 문제가 되었다. 글리벡 400mg가 도입되었을 때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 철 중독 예방, 재정 절감 등의 효과가 있지만 노바티스 사가 이윤을 이유로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00mg 약가와 비교하여 보면 글리벡 100mg은 최소 37.5% 인하되었어야 했다.
올해 12월부터 환자본인부담금은 5%로 줄어들게 되어 그 만큼의 약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고, 한-EFTA로 인한 관세 인하 5.28%가 인하되도록 되어있다. 이는 설령 시민사회단체의 약가인하조정신청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당연히 인하되었을 부분이다. 조정위가 결정한 14%에서 위 두 요인을 제외하면 조정위는 단 3.72%의 약가를 인하했을 뿐이다.
1년을 끌어오며 수차례 논의되었던 수많은 약가 인하 요인이 오로지 3.72% 뿐이라는 것이다. 3.72%의 근거가 무엇인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글리벡 가격에 대한 논쟁은 한국 약가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바티스사는 약가를 높게 받기 위해 공급거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고, 환자본인부담금지원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선진7개국 조정평균가로 글리벡 가격을 관철시켰다. 이제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글리벡 가격을 바로잡고자 했으나 조정위는 모든 약가인하조정사유들을 묵살해 버렸다.
글리벡 약가 결정 당시 노바티스의 공급중단으로 독점의 위력을 본 복지부는 노바티스가 원하는 대로 약값을 결정하였듯이 이번 조정위원들 또한 노바티스 사의 공급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필수의약품의 공급 여부를 무기로 속속들이 협상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이 이처럼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협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정부의 강력하고도 단호한 입장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글리벡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글리벡의 경우는 설령 노바티스가 공급거부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미 제네릭 의약품들이 출시 준비 중일 뿐더러 이미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협박에 대해 환자들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조정위는 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오롯이 다국적 제약사의 입맛에 맞춰 무기력한 타협을 하였다. 결국 다국적 제약사의 공급 거부 카드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가 되어 환자들을 위협할 것이다. 필수의약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 위원회로서 임무를 포기한 조정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2009년 6월 9일
[별첨 2] 리펀드 제도의 문제점
[성명] 리베이트를 양성화 시키는 것이 필수약제의 공급방안이 될 수 없다!
5월 8일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안건으로 리펀딩 제도를 회부하였다. 복지부는 필수, 희귀 약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펀딩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리펀딩 제도는 다국적제약회사들의 전 세계 동일약가정책을 인정해 주는 대신 그 중 일부를 건강보험관리공단(이하 공단)이 리베이트로 환수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 환자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수 년 동안 문제가 되어온 제약회사의 공급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복지부가 기껏 내놓은 것이 ‘리베이트 양성화’ 정책이라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필수약제 공급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은 제약회사의 과도한 독점권과 이를 제어할 방법이 전혀 없는 국가 간에 힘의 불균형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회사의 일방적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리베이트 제도는 제약사들이 추구하는 독점 강화 전략을 오히려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이 본질적인 문제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에 리베이트를 상납하면서까지 고가약가정책을 지켜낸 제약회사에 앞으로 남는 것은 더 강한 권력과 그로 인한 더 큰 이윤이다.
둘째, 리베이트는 그 속성 상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어서 국민들은 실제 약의 가격, 협상 내용 등을 알 수 없게 된다.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직접 약을 구입하는 국민들이 실제 약의 가격을 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약가에 있어서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리베이트 제도이다.
셋째, 정부는 희귀 난치성 질환 약제와 필수중증질환 약제에 리베이트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제도가 전체 약제에 적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리베이트 제도를 이용하여 제약사들은 더욱 다양한 고가, 독점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수희귀약재부터 시작된 리베이트 제도가 전체 의약품에 확대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것은 현재의 약가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넷째, 현재의 약가협상 방식과 비교해서 리베이트를 통한 협상 방식이 더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공단이 약가를 협상하는 것은 그 결과가 모두에게 공개되지만 리베이트는 비공개일 수 밖에 없다. 음지로 숨어드는 리베이트 협상장에서 이미 지금도 열악한 공단의 협상력은 더욱 협소해 질 것이다.
다섯째, 설령 희귀난치성질환 의약품에만 리베이트 제도가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희귀난치성 질환치료제는 그 고가로 인하여 100/100으로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지우는 경우가 상당하다. 2008년 기준 희귀의약품 급여심사기준을 살펴보면 75% 정도가 환자전액본인부담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총 208 품목 중 심사평가원에서 검색이 가능한 44품목 가운데 33개 품목). 예를 들어 다발성경화증치료제인 ‘레비프 프리필드주사 22mcg’의 경우 주 3회 투여시 연간 약값은 약 1,165만원이며 다발성골수종치료제인 ’파미온탈리도마이드캡슐 50mg‘의 경우에는 연간 약 3,000만원을 환자들이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 본인부담액이 변동하는 경우에는 환급함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에서 100/100 항목 신고를 상당부분 누락시키는 것에 대한 상황파악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즉,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단이 제약사로부터 약값을 돌려받을 방안이 없으며 환자들은 되돌려 받을 길 없는 리베이트까지 제약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약가 리베이트를 공식화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없는 제도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중요한 제도를 사회적 논의나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건정심을 통해 얼렁뚱땅 시행하려 하고 있다. 필수희귀의약품 공급 문제의 해결 방안이 리베이트를 양성화시키는 것이 될 수는 없다. 복지부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시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2009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