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최악은 없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왜 글리벡 약값은 A7조정가여야 하는가?
초국적제약회사 노바티스가 제기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가인하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다투는 본안소송(약가인하취소소송) 변론이 오는 18일에 열린다. 작년 6월 건강보험가입자들의 ‘글리벡약가인하조정신청’이 있은 후 1년이 훌쩍 넘은 지난 9월 1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14%인하하도록 고시하자 바로 다음날 노바티스가 낸 취소소송에 대한 첫 번째 공개변론이다.
글리벡 14% 인하 결정(23,044원 -> 19,818원)은 사실 노바티스가 아니라 약가인하조정신청의 당사자였던 가입자들을 실망시킨 내용이었다.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보수적으로 산출한 근거로도 글리벡이 백혈병 2차 치료에서 대체약제인 스프라이셀보다 고가인 반면 효과가 우월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20.4%의 인하사유가 있었다. 이와 함께 현재 글리벡 100mg만을 시판하고 있는 노바티스에 대해 400mg의 허가 및 보험등재를 강력히 권고하였다. 환자들이 100mg으로 4~10알씩 복용하는 불편함과 그로 인한 철 중독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바티스 스스로 400mg을 복용하라고 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값을 원하는 대로 책정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400mg의 허가 및 보험등재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약가협상을 진행했던 건강보험공단은 400mg의 미도입으로 인한 � 피邈沮�포함하여 37.5%~51.5%의 인하사유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노바티스는 5차례에 걸친 약가협상내내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지금의 상황을 예고했다. 약가협상이 결렬되자 약제급여조정위원회까지 넘어간 글리벡의 약가인하율은 보건복지가족부 운영기관인 심평원과 건강보험공단의 인하사유에도 못 미치는 14%로 결정되었다. 23,045원은 글리벡 도입당시 A7(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일본)조정평균가로 결정된 가격이나, 현재는 A7조정평균가제도의 문제점이 인정되어 없어진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는 선진국들에 비해 비싸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 약값이 선진국들보다 싸면 안되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글리벡은 우리나라의 약가결정 및 공급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하였으나 결렬되었고,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인하율을 조정하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직권으로 고시하였지만 노바티스가 소송을 걸거나 푸제온의 사례처럼 공급을 거부해 버리면 그만이다. 글리벡 400mg역시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강력히 권고되었음에도 노바티스가 원하는 대로 약값을 주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되고, 100mg 과다복용으로 인한 철중독을 감수해야한다. 특허� 퓽막�인해 의약품을 독점공급하는 기업은 그 어떤 합법적 권위보다 상위에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2001년 글리벡을 한국에 도입할 때부터 약값을 둘러싼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자신들이 제시한 높은 가격을 인정받기 위해 공급거부라는 극단적 선택을 마다하지 않았고 결국 환자본인부담금 지원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면서 선진7개국 조정평균가로 글리벡 가격을 관철시켰다. 의약품 공급거부는 이 후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중요한 협상무기가 되어 환자와 건강보험가입자들을 협박하는 수단이 되었으며, 환자본인부담금 지원이라는 편법은 다른 대체약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독점공급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고단수의 마케팅수법이 되었다.
더구나 노바티스의 이번 소송은 백혈병치료제 시장에서의 자사독점을 유지하기위한 그간의 갖은 횡포의 연장선상에 있다. 글리벡은 3년 후에 특허가 만료된다. 이번 소송은 최대한 특허만료시점까지 글리벡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노바티스 제품으로 독점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글리벡에 내성이 생기면 글리벡을 고용량으로 복용하든지 스프라이셀이나 타시그나같은 2차 약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BMS의 스프라이셀은 작년에 보험등재가 되었고, 노바티스의 타시그나는 올해 11월에 2번째로 약가협상이 결렬되었다. 경쟁약인 스프라이셀이 먼저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가 타시그나 약가협상을 2번이나 결렬시킨 점으로 보아 시기보다는 약값에 더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MS나 노바티스 모두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를 2차 약제로 인정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리벡처럼 1차 약제로 허가받기위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타시그나가 1차 약제로 허가를 받으면 글리벡 특허가 만료되어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되더라도 글리벡 처방을 받던 환자들이 타시그나를 복용하도록 마켓팅을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많다. 즉 노바티스는 글리벡 특허만료후 타시그나로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기위해 타시그나 약값을 글리벡보다 비싸게 책정하려 함과 더불어 의사를 대상으로 한 마켓팅전략을 펼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리벡 약값이 지금처럼 높게 유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노바티스의 이번 소송은 시간끌기전략임과 동시에 독점을 유지하기위한 적극적인 전략이다.
또한 노바티스는 각국 정부의 의약품정책을 무시하고, 제약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려 하고 있다. 이번 소송 역시 의약품 가격과 공급에 관한 최고, 최종 결정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선례를 낳는데 충분하다. 이번 소송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제약회사들의 합법적 위협수단이 하나 더 늘어날 것인지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독점공급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각 국의 실정에 따라 다른 보건의료정책을 회사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키려는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및 해당국민인 건강보험가입자들에게 돌아간다. 지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십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글리벡을 둘러싼 한국정부, 노바티스와 환자.시민사회단체의 줄다리기는 한국사회를 넘어 이미 국제적인 화제가 된 지 오래된 일이다. 한국의 환자 뿐 아니라 전 세계 환자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법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1차 공개변론은 그래서 작은 법정안의 공방이 아닌 글리벡을 복용하는 모든 환자와 모든 국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넓은 법정일 것이다.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바란다.
2009년 11월 17일
이윤을 넘어서는 의약품 공동행동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민단체협의회, 민주노총, 한국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