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갈림길
작성자 백남순
1. 하늘에는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지금 언론은 이라크에서의 휴전과 협상을 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학살의 연속이었으며, 4월 들어서만 1000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군은 “팔루자에서 전투기 출격은 없었다”라고 학살을 부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학살은 바로 폭로됐고, 급기야 4월 20일 미 합참 부의장 마이클 모슬리는 다음과 같이 학살을 시인했습니다. “미군 전투기들이 하루 150회 출격, 극단주의자들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0 파운드 짜리 폭탄을 사용했다.” 이뿐 아니라, 이라크 주민들의 저항에 밀려 잠시 주춤하며 “휴전과 협상”을 내밀던 미군은, 다시금 공격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럼스펠드는 4월 20일 “현재의 팔루자 상황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으며, 저항세력이 항복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 합참의장 마이어스는 “팔루자는 쥐떼들의 소굴”이라는 말과 함께 다시금 팔루자 공격을 명령했습니다. 4월 21일엔 미군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해, 이라크주민 8명을 학살했습니다.
2. 수니파와 시아파가 단결했다.
미군의 팔루자 학살에 항의하는 기도회가 20만 명이 모인 가운데, 바그다드 수니파 사원에서 열렸습니다. 그 20만 명의 상당수가 시아파였다. 그 자리에서 알-다리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악마들은 우리들에게 민주주의를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1년이 지났건만 그들이 약속한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민주주의 대신에 우리에겐 공포와 피의 강이 있을 따름입니다. 미군은 자신들이 종파간 충돌을 방지해주는 안전밸브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 모든 종파는 미군들에 저항해 단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사원과 이 집회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점령된 나라의 사람들은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점령에 맞서 싸울 권리가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라크 보안군의 반란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팔루자로 진격하던 이라크 보안군 620명은 “우리는 이라크인들과 싸우기 위해 입대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들의 기지로 되돌아가 버렸습니다. 미 육군 장성 중 한 명은 “최근 며칠 간 이라크 육군, 민방위군, 경찰 중 25% 가량이 사직하거나 편을 바꾸고 있다”라고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3. 묻지마 추가파병
스페인군의 철수가 시작되고 있는 와중에, 온두라스와 도미나카가 철군을 공식 결정했습니다. 물론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파병국들에서 파병군 철수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외교통상부 반기문은 “한국인이 납치돼도 파병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해, 현정부의 국민 등한시를 다시 한번 확인케 했습니다. 급기야 4월 21일, 한국 정부는 서희·제마부대 3진이라는 명분으로 자이툰부대 일부를 이라크로 파병했습니다. 4월 28일에도 자이툰부대 파병이 진행될 계획입니다. 벌써부터 이라크에서는 “한국이 군복을 입고 이라크에 오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반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시와 블레어의 범죄행위에, 왜 우리들의 세금과 젊은이들의 피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정부는 이 같은 질문에, 묻지마로 답하고 있습니다.
4. 한국은 지금 갈림길에 있다.
4월 24일 바로 오늘, 대학로에선 점령반대 학살반대 반전집회가 있을 것입니다. 50년만의 숙원을 품고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파병철회가 될 것이다”라고 공언한바 있습니다. 또한 5월 1일 메이데이 때, 가장 첫 번째 요구안이 바로 “파병철회와 파병군 철수”입니다. 지금 한국은 파병문제를 놓고 갈림길에 있습니다. 6월 초 파병군 출발을 기점으로, 6월 13일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연이어 FTA 및 시장개방 이슈가 뒤따를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실제로 이라크 파병을 막아낼 수 있다면,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를 관철시키려 했던 세력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군 추가파병문제는 올 한해 한국정치 전체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투쟁일 것입니다.
5.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함께 한다.
6월 초로 다가온 파병을 막아내는 데 인의협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첫째로 “파병에 반대하는 의사 기자회견”을 조직하는 일입니다. 2003년 여름 이라크진료활동을 갔던 회원분들의 기자회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로 5월 1일 메이데이 때 “전쟁과 학살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캠페인”에 참가하는 일입니다. 4월 29∼30일 낮 사무실에서 캠페인 물품을 준비할 것입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셋째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과 반전평화공동행동은 5월 6월 내내 파병안 철회를 주장하는 집회를 개최할 것입니다. 인의협만의 독창적인 방식(퍼포먼스)으로 이들 집회에 연관 맺고 참가해야 합니다. 넷째 전쟁반대 파병반대에 동의하는 주변 의사들에게 인의협 가입을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는 운동을 건설하면서 세를 넓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