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화학물질 사용 시인… 지난해 11월 이라크 팔루자 공격 때
유엔 협약에 의해 금지된 백린(白燐) 사용
미국 국방부가 15일 이라크에서 백린(白燐)이 포함된 무기를 사용했음을 시인했다. 백린은 유엔의 특정재래식무기사용금지협약(CCW)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된다.
◆ 화학물질 사용=지난해 11월 미군이 수니파 저항 중심지인 팔루자에 대한 대공세를 감행한 직후 화학무기 사용설이 나돌았다. 당시 ‘이슬람온라인’ 등 아랍권 언론이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보도했다. 미군은 이를 부인했다. 보다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탈리아 국영 RAI방송의 다큐멘터리였다. 8일 ‘팔루자-숨겨진 학살’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전직 미군 병사의 증언을 보도했다. “불탄 여성과 아이들의 시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RAI방송 사이트는 팔루자 인권연구센터가 제공한 시체 사진들도 올렸다.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으로 추정됐다. 뼈만 남은 주검들이다.
◆ 펜타곤의 시인=영국 BBC 방송은 16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배리 베너블 대변인이 백린을 사용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측은 “민간인이 아닌 저항세력에만 조명탄 용도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조명탄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또 국제협약상 민간인에겐 사용할 수 없으나 군인에게는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조명탄으로 저항세력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주장이다.
◆ 수니파 수감자 고문=시아파가 주도하는 과도정부의 치안담당 기관이 소수 수니파에 대한 조직적인 고문과 학대를 자행했음이 드러났다. 13일 이라크 내무부 유치장에서 발견된 구금자 173명은 모두 수니파였다. 대부분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으며, 많은 수감자의 몸에 고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수니파가 주장해 온 고문과 학대의 물증이 나오자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15일 진상 조사.재발 방지 등 무마에 나섰다.
하지만 수니파는 이번에 밝혀진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유엔의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 백린(白燐)은=흰인. 옅은 황색을 띤 양초 비슷한 물질로 대기에 노출될 경우 하얀색 연기를 내며 격렬하게 타오른다. 살갗에 닿으면 인이 다 소진될 때까지 피부를 태운다. 어둠을 밝히는 조명탄과 화상을 입히는 소이탄에 사용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mirseo@joongang.co.kr>
2005.11.16 19:5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