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섬뜩…
[프레시안]
”이란을 공격하라”…美선거 앞둔 네오콘 공세
[전망] 부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나치 후계자”
2006-09-01 오후 9:11:34
미국은 과연 이란에게 직접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것인가. 이란이 8월31일까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한 유엔결의안을 정면 거부하면서, 이 결의안을 주도한 미국이 ‘최후의 수단’을 쓸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과 검토 중이라는 ’3단계 제재안’은 실제 실행되어도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재 방안이라고 해보았자 ‘여행금지’ 같은 상징적인 수준이거나, 산유국 이란에 대해 쓰기 힘든 금융제재 같은 조치이기 때문이다.
<IPS> “물론,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 있다”
이와 관련, 민간 국제통신 <IPS>는 1일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안보리를 넘어서 자체적으로 이란을 제재하려는 방안도 갖고 있다”면서 “물론 이란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움직임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IPS>에 따르면 미국의 네오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이란의 신정체제 정권을 이스라엘에 대해 현존하는 위협으로 볼 뿐 아니라, 이란이 중동과 걸프만 지역에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대해 점점 강력한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네오콘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안팎에 포진해 있는데, 행정부 내에서는 특히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측근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행정부 바깥에는 헤리티지 재단, 허드슨 연구소, 전미기업연구소(AEI) 등의 연구소에 네오콘 성향의 연구자들이 많다.
이들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해서라도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펴고 있다. 그들도 이란 내부의 반대 세력을 지원함으로써 비폭력적으로 정권교체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선제공격할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오콘들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대 이란 정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핵 문제를 이란과의 협상으로 풀려는 EU 3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라이스 장관의 입장은 물론, 올해 초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경우 지난 1979년 이후 처음으로 이란과 직접 대화 하겠다는 라이스 장관의 제안을 두고 ‘패배주의적 정책’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네오콘, “하타미에게 비자를 발급하다니…”
네오콘들이 최근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에게 비자를 발급한 정부의 조치에 격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타미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이란의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자 지난 79년 이슬람 혁명의 주역으로서 80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양국 국교가 단절된 이래 미국을 찾는 이란 측의 최고위급 인사다.
이에 대해 허드슨 연구소의 앤 바예프스키는 “말만 하고 행동은 없는 대응방식이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 역시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해 즉각적이고 중대한 제재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데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우리가 미국을 고립시킬 자세가 안돼 있는데 어느 누가 나서겠는가?”라고 비난했다.
AEI의 영향력 있는 네오콘인 마이클 리딘은 하타미에게 비자가 발급되자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교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번 조치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에 대해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이 사실로 나타난 것으로, 그저 말만 하다가 행동할 때가 와도 여전히 말만 하겠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중동문제 전문가 제임스 필립스도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유엔 안보리를 도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시기에 이번 조치는 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투쟁을 역설하는 부시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같은 네오콘 논객들의 주장과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릭 샌터럼 상원의원은 “하타미는 이슬람 파시스트 정권의 최고 선전가”라면서 “그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미국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화답하듯 부시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엔 결의안의 마감 시한인 8월31일 부시 대통령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미국 재향군인회 연차총회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투쟁을 적극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부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투쟁은 반드시 필요”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지금 이라크에서 철수하면 우리 국민들을 길거리에서 테러 공격의 위험에 방치하는 것”이라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투쟁은 비싼 대가를 요구하지만, 나치즘과 공산주의에 대항했던 지난 세기의 전투에 이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벌이는 전쟁은 군사적 분쟁을 넘어선 것”이라면서 “21세기에 치르는 결정적인 이념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과거 나치에 대한 유화정책이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점을 빗대,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은 파시스트, 나치, 공산주의, 그리고 20세기의 모든 독재자들의 후계자”라고 지칭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올해 말 중간선거를 겨냥해 부시 대통령이 공세적인 포문을 연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는 강력한 언어 구사를 통해 대테러전쟁을 선과 악의 장엄한 대결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테러공격으로 사망해 연설 바로 전날 장례식을 치른 솔트레이크 출신 아담 갈베즈 상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선거를 겨냥해 이라크 등의 현안을 핵심 쟁점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뉴욕타임즈>는 “이같은 전략은 이라크에서의 투쟁이 보다 더 큰 목적, 즉 중동에 민주주의를 이식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을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하며, 그만한 대가를 치를만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백악관의 판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라크처럼 이란에 대해서도 직접 군사적인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외교안보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레바논 사태는 이란을 치기 위한 전초전인가
최근의 레바논 사태도 미국이 ‘새로운 중동’을 ‘무력’으로 건설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앞세워 벌인 전쟁이며, 결국 이란을 치기 위한 ‘전초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점에서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카라파노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주목할 만한다.
그는 “대테러전은 여러가지 점에서 과거의 냉전과 닮았다”면서 “냉전시대 미국은 공산주의와 싸우며 안보와 자유를 유지하고 경제발전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확실성과 혼란, 모호함이 있기는 하지만 대테러전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냉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더욱 강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졌듯이 대테러전이 끝나면 미국은 지금보다 더욱 발전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테러전이 끝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는 질문에 “미국인들은 냉전 때도 처음엔 같은 질문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냉전이 언제 끝날지 묻는 데 지쳐 질문을 포기했다”면서 “안보와 자유가 유지되고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면 시간이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어떠한 대가와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테러 전쟁을 승리로 매듭짓겠다는 전형적인 ‘네오콘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