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 이장님께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이장님, 저는 우석대학교 약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백 용욱이라는 학생이고요, [농민건강사업회]라는 농민의 건강을 지켜내고자 하는 약대생들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농민의 건강’을 지켜낸다고는 했지만 사실 대추리, 도두리 주민분들과 이장님께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국가’,'나라’라는 이름 아래에 자행된 그 만행에 맞서 이장님과 마을 어르신들께서 열심히 싸우시던 그 때,

‘농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저희 농민건강사업회가 했었던 일은 정말 조그마했거든요.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인지, 자유무엇협정인지 하는 거시기 때문에 한동안 대추리,도두리 소식에 귀 기울이지도 못했던 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장님과 마을 어르신들의 싸움이 많이 힘들고, 쉽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밥맛없게 생긴 짭새들의 시시비비에서부터,

무자비한 군바리들의 철조망 설치,

비웃듯 지켜보는 양키들,

따뜻한 봄날 헐려버린 대추분교,

어느새 군사보호구역이 되어버린 논두렁,

그리고 이장님의 수감까지…

아직 학생이라 이장님보다는 인생끈이 짧습니다마는 평택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듣게 될 때마다 여러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갑니다.

오늘밤도 촛불 하나씩을 가슴에 안고 비닐 하우스를 지키고 계실 어르신들,

작년 7월 뜨거운 태양을 등지고 샌달과 반바지 차림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대추분교에 들어섰던 저의 모습,

비록 비디오로 봤지만, 공청회때에 ‘이런게 나라고 국가냐’고 부르짖던 이장님의 절규,

긴긴 겨울을 감방 안에서 보내실 이장님..

대추리와 도두리에 관한 하나씩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는 느낌과 정권에 대한 분노의 감정들이 뒤섞입니다.

박노해라는 사람이 출감한 후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했다죠?

힘들고 추우실 수감 생활을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나가실 이장님과 주민 어르신들의 싸움에, 부족한 능력이나마 제가 희망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약대 3학년 겨울방학, 대충 셈하면 80일 정도 됩니다.

나름 고학년이라고 바쁘다 핑계대기 쉬운 날들이지만, 구속되기 전에 이장님이 싸우셨던 단 하루만큼이나마 황새울 들판의 철조망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지태 이장님 힘내세요!

80분의 1이나마 희망이 되어 드릴 용욱이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