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장호 병장이 바그람 기지에서 한 일은?”

  
  ”故 윤장호 병장이 바그람 기지에서 한 일은?”  
  참여연대, 아프간 파병부대의 활동 내용 공개 요구  

  2007-02-28 오후 8:17:07    

지난 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앞에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고 윤장호 병장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그런데 윤 병장이 있던 바그람 기지는 왜 공격 목표가 됐을까? 기지를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겨냥한 공격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그뿐일까? 어쩐지 석연치 않다. 통역병이라고 알려진 고 윤장호 병장이 현지에서 어떤 일을 해 왔는지, 그리고 바그람 기지가 어떤 곳인지, 또 현지인들은 바그람 기지와 그곳에 주둔해 있는 한국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고문과 학대가 빈발한 바그람 기지에서 한국군은 어떤 일 했나?”
  
  이런 답답함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등이 한국군 주둔지인 바그람 기지가 아프간 현지인들의 분노가 향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운동센터는 28일 발표한 논평에서 “바그람 기지는 관타나모 기지로 이감할 수감자들을 억류하는 수용시설로도 활용돼 왔고 수감자에 대한 미군의 불법적인 고문과 학대가 자행되어 왔던 곳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참여연대는 “미국은 수감자들에 대해 ‘전쟁포로’가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하여 제네바 협정의 적용을 배제해 왔다”며 “대테러 전쟁을 선포한 미국이 자신과 교전하는 상대를 전쟁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궤변으로 사실상의 고문행위와 불법구금을 정당화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이라크 아브그라이브 형무소에서 학대받는 포로들의 참상이 언론에 공개되자, 독일 공영 ARD 방송은 “2002년 12월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 내의 수감시설에서 아프간 민간인 2명이 잇따라 사망했고, 군 검시관은 부검 결과 두 사람의 몸에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었다. 바그람 기지에서 고문이 행해졌다는 의혹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5년 <뉴욕타임스>는 미 육군 조사팀이 작성한 2000여 쪽의 보고서를 입수해 바그람 기지 수감자 중 최소 2명이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바그람 기지 내에서 벌어져 온 인권유린을 지적한 참여연대는 “한국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밝힌 바 없고, 우리 군이 이 기지 내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밝힌 적이 없다”며 정부가 아프간 파병 부대의 활동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군이 주민 지원 위해 아프간에 갔다고?…정부의 거짓말”
  
  이어 참여연대는 2001년 아프간 파병동의안에 명시된 내용을 들어 “정부는 아프간에 파병된 다산·동의부대가 인도적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홍보해 왔으나 사실 다산·동의부대의 주임무는 아프간에 파병된 다국적군을 위한 시설개보수, 이들에 대한 진료이지 아프간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인도적 구호활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주둔 한국군이 22만 명의 현지주민들을 상대로 의료행위를 펼쳤다”는 정부의 홍보가 “과장된 거짓 보고”라는 지적이었다.
  
  ”아프간 파병동의안에 한국군의 의료 지원 대상이 다국적군으로 명시돼 있고 다국적군은 아프간 재건지원을 위해 파병된 군대가 아니라 전투를 위해 주둔하는 군대”라는 것, 그리고 “바그람 기지는 지역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주민을 상대로 진료하는 경우가 있다면 매우 제한된 소수에 한정된다”는 것이 참여연대가 정부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다.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또 다른 윤 병장’이 나오지 않으려면
  
  그리고 참여연대는 “아프간 주둔 한국군 부대(다산·동의부대)가 언제든지 철군할 수 있는 조건에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국방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철군을 1년 미뤘다”고 꼬집었다.
  
  논평을 마무리하며 참여연대는 정부가 계속 원칙 없는 파병정책을 고수할 경우, 고 윤장호 병장과 같은 경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요구한 원칙은 파병지역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한국군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투명한 공개다.
  
  한편 한국군 해외 파병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해 온 평화네트워크 등 다른 시민단체도 이날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이미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파병이 예정된 레바논에서 ‘또 다른 윤장호 병장’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현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