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병반대국민행동 게시판에 올려진 자이툰 오종수 중위 친구의 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19일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숨진채 발견된 오종수중위의 친구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10년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인데 이번에 이런 사고를 당하게 되어서 무척 당황스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서 잘지내길 빌면서 유가족들과 함께 생각한 이번 사건의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오중위와 사건상황>
- 이번에 사고를 당한 종수는 3사관학교 출신으로 임관뒤 의무행정장교(의정장교)로 근무를 시작하여 이라크에 파병가기전까지는 익산의 한 특전사부대에서 의정장교로 근무를 했습니다.
이라크 파병후엔 자이툰부대의 의무행정과 인사관리, 그리고 중대장임무까지 겸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5월19일 저녁 8시경 자이툰부대에서 종수의 집으로 종수가 사망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점심시간에 종수가 밥먹으러 오지않아 사병이 찾으러 갔는데 종수가 죽어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막 조사단과 유족들이 이라크에 도착한 상태여서 정확한 정황은 알수없으나 현재 여론에 알려진 상태로는 자이툰부대 의무생활관에서 그리 멀지않은 이발소에서 목부위에 총상을 입고 엎드려 숨져있었고 옆에는 종수가 쓰던 K-2소총과 탄피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살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에 저는 자살이 아닌 가능성을 집어보고자 합니다.
<가능성 1. 종수의 성격>
- 종수는 10년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로서 저는 자살을 할만한 성격의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종수는 아주 활달하고 강한 성격으로 군생활중에 100회를 목표로 마라톤을 3회나 참가하여 완주한 경험이 있고 양구에서 근무할때는 자전거로 서울까지 달려온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항상 끈기있고 의지있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또 특전사훈련도 거뜬히 받고 특전사 부대에서 근무를 했던 종수에게서 나약한 모습이란 찾을수 없었습니다. 특전사부대에 있었을때보다 편안생활일 것으로 생각되는 이라크에서 파병된지 한달도 안되어서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능성 2. 파병전후 상황>
- 종수의 미니홈피에 ‘(이라크)갔다와서 봅시다’라고 써놓았듯이 종수는 분명 건강하게 돌아올 맘으로 이라크로 향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겐 선물을 사오겠다며 말을했었고 집열쇠도 챙기면서 돌아오면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오겠다던 친구였습니다. 파병을 가서도 가족들과 동기들에게 안부전화도 자주 걸어왔고 사고전까지만해도 잘있다며 부모님께 연락이 왔었습니다.
<가능성 3. 정부의 파병연장 계획과 반대 여론>
- 정부는 이라크 파병시 엄청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였습니다. 더욱이 정부는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자이툰 부대의 임무종결계획에 ‘파병기간 연장계획을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반대여론이 불거질 것을 고려하여 사건을 자살로 몰고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도 있습니다.
<가능성 4. 시체발견시간>
- 5월19일 오후 8시쯤 자이툰부대장에게서 종수의 사망소식과 함께 시체를 현지시간으로 오후1시45분(한국시간 6시45분)에 발견되었다고 전해졌고 언론에서 발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이 알아본 결과 종수의 동기에게서 종수가 파병전 근무하던 전남 익산의 군부대에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경 육군본부로부터 종수의 집전화를 묻는 전화가 여러차례 왔었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체를 이라크시간으로 오후1시45분에 발견되었다고 발표하면서 이라크시각으로 오전 11시경(한국시각 오후4시경)에 한국의 군부대로 종수의 연락처를 물어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유족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었던 종수의 동기는 또한 MBC기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제보해주었고, 기자는 사실확인을 위해 종수가 파병전 근무한 부대(익산)에 문의한 결과 4시경(한국시간)에 집전화를 묻는 전화가왔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합참과 헌병대에도 문의해본결과 집전화를 묻는 전화가 왔었다는 시간이 각각 달랐다고 합니다. 그 후 익산 군부대에 2차 확인결과 4시경이 아니고 저녁먹기 전이라고 말을 번복했습니다.
이렇게 말을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을 명확히 해야 할것 입니다.
<가능성 5. 총성소리>
-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이라크현지 시각으로 오전11시경입니다.(언론발표상으로는 오후1시45분) 이 시간대에 K-2소총이 발사 되었는데 총성을 들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근무하고 있을 시간이고 자이툰 병원건물에서 이발소까지는 멀어야 50미터정도입니다. 이발소건물 근처에 사람들의 왕래가 적다 하더라도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총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고 실전에 투입된 부대인 만큼 총성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총성을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믿기 힘듭니다.
<가능성 6. 유서없는 자살???>
- 이번사건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자살이라면, 종수가 근무하는 부대내의 자이툰병원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이발소건물까지 가서 자살을 했다는것은 이미 마음을 먹고 이발소로 향했다는 것인데 유서한장 준비 못한것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유난히 가족이나 친구등 사람들에게 정이 많았었던 종수였기에 유서라도 한장 남겼어야 하는것이 저는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타살이라면, 사건현장인 이발소가 따로 떨어져있고 거의 항상 비어있는 상태여서 타살이 이루어졌다면 은폐가 쉬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조사중이고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지만 발표단계부터 사건을 자살처럼 몰고가는 분위기 이기에 이런글을 올립니다.
지금 유가족들과 저를 비롯한 친구들은 종수를 전혀 자살이라고 생각을 안합니다. 아니,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종수를 잘알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종수가 하늘에서 편안하게 쉴수 있도록, 가족들의 종수를 잘 보낼수 있도록 저는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모든 부분이 속시원히 밝혀졌으면 합니다.
그런데 처음 당해보는 일이고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어 무엇부터 대처를 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이번사건에 대해 알고있거나 도움을 주실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연락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부검, 소송, 사건처리절차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좋습니다. 조언도 좋습니다. 격려의 말이라도 좋습니다. 조금씩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직도 친구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파병가기전날 파병식에서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하늘에서 억울해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