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사건사고 은폐, 처음이 아니다

자이툰 사건사고 은폐, 처음이 아니다
故오종수 중위 사건을 보며

지난 19일, 자이툰부대에서 故오종수 중위가 총상을 입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합참은 서둘러 “외부 침입이나 다툰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밝힌 채 침묵했고, 지난 26일에는 국방부가 부검 결과 사인이 총상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수사에 의혹이 있다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고, 그 결과 28일 치르려던 장례식은 연기된 상태이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으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망사건은 자이툰 주둔지인 아르빌에서 2건의 자살폭탄공격(각각 5월 9일과 5월 13일)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 더욱 석연치 않은 점은 오중위가 파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오중위의 사인은 자이툰부대, 나아가서는 미국 요청으로 해외 침략전쟁터에 가 있는 파병부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정부는 사건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본 글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지금까지 자이툰부대와 관련된 사건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한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열거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자이툰부대 파병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알리고자 한다. 아울러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자이툰부대의 사건사고 은폐 및 축소 사례

1. 자이툰부대는 2004년 9월까지 50일에 걸쳐 쿠웨이트에서 아르빌까지 육로로 이동했다.(이른바 ‘파발마 작전’) 당시 국방부는 이 작전에 대해 “해외파병 사상 최장거리 수송 성공”이라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자이툰부대는 이동 도중 RPG7 대전차 로켓 공격을 두 차례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으며, 당시 자이툰부대의 외곽경계를 맡았던 이탈리아군에서는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06.12.6. BBS 뉴스 파노라마) 국방부는 자이툰부대가 이동 중 직접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1개월 이상 은폐하다가 나중에 발표했다.  

2. 2004년 10월 27일, 자이툰부대 정문 왼쪽 외곽경계선 800m 지점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방목 중이던 양 24마리가 죽었다. 당시 국방부는 이 일대에 남아있던 불발탄이나 지뢰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자이툰부대에서 근무했던 사병들은 지뢰가 아닌 박격포 공격이었다고 증언했다. 그 곳은 날마다 양들이 지나던 자리였으므로 지뢰가 있었다는 발표는 믿기 어려운데다, 폭발 사고가 있기 6시간쯤 전에 한국인들을 겨냥한 폭탄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된 상태였다는 것이다.(한겨레21 제625호, <자이툰의 은폐된 폭탄>)

3. 노무현 대통령이 아르빌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2004년 12월 7일, 자이툰부대에서는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쿠르드 민병대원 1명이 숨졌다. 합참은 관련 지휘관 문책을 하지 않고 2005년 4월 13일 언론의 확인요청 후에야 사건을 공개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부대원이 소총점검을 하다 오발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몇시간 만에 “장난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번복했다. 그러나 CBS 뉴스는 자이툰부대 홍모(22) 상병이 숨진 민병대원과 공동으로 초소 경계근무를 하던 중 사소한 말다툼 끝에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4. 2005년 5월 29일, 자이툰 주둔지 인근에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 나라가 불안에 휩싸였다. 당시 합참은 107mm 다연장로켓 4발이 주둔지 외곽에 떨어졌고 이 중 2발은 불발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나중에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발사된 로켓은 모두 6발이었으며 그 중 2발은 자이툰부대 외곽이 아니라 식당 주변 등 영내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병사들이 굳이 거짓 증언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자이툰부대 주둔지 영내에 로켓포탄 2발이 떨어졌다는 중요한 사실을 감춘 것이 된다.  

※ 그 외에도 전혀 공식적인 발표나 해명이 없었지만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 의혹이 상당수 있다. 예를 들면 이라크 저항단체의 일원이 자이툰부대에서 통역요원으로 활동했고 부대원의 음식물에 독극물을 넣으려 했다는 사병 증언(한겨레21), 아르빌 시내를 순찰하던 자이툰 부대원이 수류탄과 소총공격을 받았다는 보도(BBS) 등이다. 지난 3월 9일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자이툰부대에 “테러 첩보도 계속 입수되고 있다”고 한다.

※ 쿠르드 민병대원 사망사건 발생 다음날인 12월 8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연장안 국회 상정을 앞두고 아르빌을 방문하여 눈물 흘리는 장면 등을 담은 사진을 남겼던 날이었다. 정부가 이 사건을 4개월 이상이나 숨겼던 이유가 대통령 방문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의 故오종수 중위 사망사건 또한 다음과 같은 정치적 배경과 맞물려 있어 은폐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첫째, 자이툰부대가 압도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3차례나 기한을 연장하여 4년째 이라크 아르빌에 머무르고 있다. 둘째, 국방부는 지난해 말 2007년 상반기 중으로 철군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상황이다. 셋째, 현재 정부는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을 염두에 두고 7월 초 6진 3차 병력 300명 파병과 9월부터 파병될 7진 모집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2007.5.21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