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동맹이 아닌 평화동맹을 맺자

                             전쟁동맹이 아닌 평화동맹을 맺자.

지난 10월 30일, 병력을 650명으로 줄이는 대신 파병을 1년 연장하는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병연장 및 임무종결계획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도 파병연장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기억하는가. 지난해 말 정부는 국회의 파병 연장 승인을 받으면서, 올해 6월 말까지 철군 계획을 보고하겠다고 분명 밝혔다. 재연장은 없다는 약속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미 국방부는 지난 9월 5일 파병 시한을 넉 달 앞두고 절반에 가까운 교대 병력을 이라크로 출발시켰고 연장준비를 하고 있다. 철군 계획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대사기극이다.

평화와 재건

부시 미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과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가 거짓으로 들어자,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을 내세우며 이라크의 평화, 재건을 위한 주둔을 말해왔다. 노무현 정부도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자이툰 파병 비용 4천 8천억 중 재건 비용은 고작 2%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중의 절반은 아사이쉬 등 쿠르드민주당 군사조직에 지원되었다. 쿠르드 민병대는 이라크의 ;노근리 학살‘이라 불리우는 미국의 팔루자 학살 때 직접 공격에 가담했던 조직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ORB는 미군의 이라크 침략으로 1백20만 명이 죽었다고 밝혔다. 그들 중 대다수는 아무런 죄가 없는 평범한 여성들과 아이들이였다. 또한 전쟁 직후 1년 동안 12%에 달하는 병원들이 미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이라크 의사들은 “희생자의 절반은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미군의 병원파괴와 의약품 반입금지 때문에 희생됐다고 증언했다. 또 미군의 수도시설 파괴와 복구미비로 인해 유행성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신이나 항생제는 미군의 의약품 통제 때문에 이라크 남부 모든 병원에서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병원에 있어야 할 의사들도 공격을 피해 이라크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학살당하지 않은 운 좋은(?) 이라크인들은 죽음보다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다. 유엔에 의하면 4백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난민이 되었다. 이라크 어린이의 1/8은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고, 25% 이상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조지부시와 한국 정부가 이야기하는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이다.

피의 기름밭

지난 5월23일 한국국방연구원은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이라크에서 석유 채굴권을 얻고, 기업들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한국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하였다. 노무현 정부도 지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라크 석유사업 진출을 위해서라도 지금 철군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도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곳도 기름 밭 위에 있는 것’ 이라며 철군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민중의 피와 눈물은 전혀 고려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 얼마나 반인륜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발상인가.
또한 석유법이 통과되더라도 한국 기업이 석유개발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는 힘들다. 숱한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과 송유관 공격이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기업이 설사 이익을 얻는 다해도 그는 한국 대다수 국민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피묻은 ‘국익’ 인 것이다.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 이후 석유 값이 10배로 폭등하였다. 석유 매장량 2위인 이라크 민중들은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이라크 민중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유가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다른 민중의 피와 억압으로 얻는 그 어떤 평화와 이익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동맹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 죄도 없는 이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피묻은 떡고물을 얻기 위해 죽어도 되는 중동 어느 나라의 이름 없는 이들이 아니다.
사실, 이 전쟁에 명분없음은 ‘놈현스러운’ 이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군 파병반대 여론이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파병 4년이 지난 지금 그 어느때 보다 철군여론이 높다. 이런 높은 파병여론은 일부 대선 후보들조차 ‘파병연장에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도록 강제했다. 이처럼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멈추고 파병된 한국군을 돌아오게 하기위해서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이 중요하다.

그동안의 전 세계의 반전 운동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서 정당성을 빼앗아왔다. 또한 지난 10월 28일을 비롯한 한국의 반전운동은 한국에서 끔찍한 파병을 끝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보여주었다. 국가간의 전쟁동맹이 아닌 평범한 대중들의 평화동맹이 필요하다. 2003년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한국 진보진영이 모두 파병반대를 외쳤던 것처럼 다시 한번 우리는 결집해야 한다. 11월 11일 한미FTA반대, 비정규직 철폐, 반전평화를 위해 한걸음 내딛여 보자.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외협력국장, 보건의료단체연합 반전평화팀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