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돌팔이 보건정책’은 가라
‘의사가 엘리트 도둑이라는 편견 버리는데서 시작’
정승혜 리포터 (ceci938@hanmail.net)
정치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정치인들을 보고 국민들은 여의도에 절망한다. 차라리 국회의원이 없었으면,법의 파수꾼이 날치기를 하고,당초 ‘모르쇠’를 연발하면서 감옥으로 가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안타까움을 넘어서 연민의 정까지도 느낀다.
DJ시절 재임기간중 잘못된 정책을 손꼽으라 하면 의료인들은 단연 의약분업을 말한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지난 22일 3만여 의사들과 가족들을 일요일 빗속의 여의도로 향하게 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의료기관을 국민의 혈세를 갈취하는 도둑집단으로 내몰고 있다.
전국 6만 7천여 의료기관중 19.8%인 1만3천3백개 의료기관이 85억여원의 부당청구를 했다는 사회보험 노조의 주장에, 대다수 착한 사마리아인인 엘리트 바보도둑(의사)들은 시쳇말로 두번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의사와 약사가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대체조제다,선택분업이다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보험자단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노조사이에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의료인들을 정치인과 비교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가운데 정부가 마련한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은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한다며 아픈 환자들을 어리둥절케하는 아이스 맨(?)을 만들고 있다.
일요일 개그콘서트에 등장해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를 연발하는 아이스맨처럼 아플 때 의원으로 가는 것이 옳은 지, 아니면 대학병원으로 가는 것이 옳은 지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의원에서는 외래환자만 보고 입원환자는 받지 말라는 정부의 원대한 구상(?)속에 현재 전체 병상의 33.7%를 차지하는 의원 병상의 대체 활용 방안은 왜 제시되고 있지 않은 가?
또한 대학병원은 외래환자들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정책을 실행할 때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사학재단 대학병원들의 생존을 위한 자립방안은 무엇인가?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죽었을 때, 의사들은 엄격한 법의 적용과 심판을 받는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들은 보건의료정책의 잘못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없이 ‘달리는 기관차’와 같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하나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의료의 수혜자인 환자와 의료의 직접 제공자인 의사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 지 묻고 싶다.
단지 보험재정을 아끼기 위해서 선진국의 의료정책이라는 가면을 빌어 국민을 속이고 의료집단사이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사는 엘리트 도둑이 아니다. 또한 정치인과 같은 날치기 법의 파수꾼도 아니다. 다만 선량한 사마리안으로 남고 싶은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는 한 사람의 똑같은 국민일 뿐이다.
아, 이제 그만 ‘돌팔이 보건정책은 가라’
문제점만을 지적하고 의료살리기 대안이 없는 보건 정책은 의료를 두번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난도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고 신속한 진료를 제 때에 받아야 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을 곧바로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은 정말로 ‘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함이 마땅하다.
기사입력시간: 2004.02.26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