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맘대로 ‘언론압박’ 해도 되나”

“야당은 맘대로 ‘언론압박’ 해도 되나”

[야당 '방송편향성' 주장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야당이 탄핵과 관련한 방송보도의 ‘편파성’을 문제삼아 방송사를 항의 방문 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신문이 이를 말리기는커녕 부화뇌동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16부터 18일까지 3일동안 관련 기사를 싣고 ‘방송의 편향성’을 성토하고 나섰다. 16일 조선일보는 <’탄핵 반대’로 꽉찬 공영 TV> <야 “폭설 방송은 대충하더니…”> <시민단체들 편파보도 공방> 등의 기사와 사설 <방송위원회는 TV도 보지 않는가>을 실었다.

조선일보의 주장에 따르면, TV와 라디오들이 “대통령 탄핵사태와 관련해 국민 불안과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을 연일 내보내고 있으며, 탄핵 문제가 ‘헌법절차’에 따라 헌법 재판소 소관으로 넘겨진 상황에서 야당에 불리한 내용을 편향되게 다루고 있어 방송위원회의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사설은 도대체 누구를 향한, 어떤 요구인지조차 애매하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방송을 독점한 특정 세력이 다른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독점적 힘을 특정 정파를 위해 무한정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TV 방송의 현실” 이며, ‘정파간 균형’이라는 기본 원칙이 “제일 충실히 해야 할 KBS에 의해 가장 노골적으로 짓밟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TV 방송의 설립과 운영 방식을 이대로 둘 것인지 하는 문제는 이번을 계기로 너나 할 것 없는 모두의 문제이자,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셈”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방송사업 진출에 대한 욕심을 ‘국가적 과제’로 포장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18일에도 조선일보는 야당과 이른바 ‘보수단체’들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은 3면 기사 <”탄핵가결 장면 되풀이 방영”>와 <국민의 전파를 되찾아야 할 때다>라는 사설을 싣고 전날의 주장들을 재탕, 삼탕했으며, 익명의 방송위원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그야 말로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성호 기자는 ‘조선데스크’에서 야당 대표들의 방송사 항의 방문을 두고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기업 홍보실의 말단 직원이나 탤런트, 대학생도 언론사를 방문, 때로는 부탁하고, 때로는 항의하고, 때로는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라는 궤변으로 감싸고 돌기까지 했다. 거대 야당의 대표들과 기업의 말단 직원이 어찌 똑같단 말인가. 거대 야당은 방송법을 개악할 수 있는 ‘권력’ 집단임을 모른단 말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야당의 ‘방송 탄압’보다는 방송의 ‘편파성’을 추궁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촛불집회·편파방송 與 포퓰리즘 구태”, “군사독재때도 없던 언론조작”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아 야당의 반발을 자세히 보도해주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탄핵 방송보도 문제있다>를 통해 방송이 대통령 탄핵을 ‘감정적’으로 하고 있다며 혼란을 부추기지 말도록 요구하면서, ‘각 당’도 방송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언급을 짧게 붙였다.

지금 두 야당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지지율 하락을 ‘편파방송’ 탓으로 돌리고 방송사를 항의 방문해 고건 총리를 ‘띄우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라는 둥, 카메라 각도를 다르게 잡아보라는 둥, 수신료와 관련한 법을 개정하겠다는 둥 상상을 뛰어넘는 ‘언론 탄압’의 구태를 저지르고 있다. 자칭 ‘비판신문’들은 이런 야당의 행태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언론탄압’이라고 몰아부치고,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난하는 야당의 주장을 시시콜콜 실어주었던 ‘비판신문’들의 돌변한 태도에 오히려 우리가 민망한 지경이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강성구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정권의 지지율 하락을 언론 탓으로 돌린다며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고 독설을 뿜었고, ‘비판신문’들은 이를 비중있게 보도해 주었다. 왜 제 잘못을 보지 못하고 방송 탓만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 뿐인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언론 문제와 관련해 참여정부에 대해 얼마나 많은 ‘충고’(?)를 쏟아냈었는지 지금이라도 돌아보기 바란다.

“정권은 먼저 ‘나쁜 언론환경’을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동아일보 2003. 3. 31),
“적대적 언론을 구분해 불이익을 주려는 편협한 마음에서 벗어나 열린 언론관을 가져야 합리적 권언관계가 정착될 수 있다”(동아일보 2003.6.4)
“정부는 끊임없이 언론을 걸고 넘어져 입막음을 하려는 소모전을 벌일 시간이 있으면 시장통과 거리에 나가 국민이 하는 얘기, 원하는 것을 한마디라도 더 듣기 바란다”(조선일보 2003.9.17)
“정부의 태도는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 왔던 모습과 다르다고 해서 ‘거울이 틀렸다. 거울을 깨버리겠다’고 벼르는 격이다”(조선일보 2003.8.6)
“이 나라는 언론문제 말고는 걱정할 일이 없는가 …盧대통령이 만일 언론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권력과 언론은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 그것은 의무다”(중앙일보 2003.812)

지금 야당과 조선일보에게는 ‘방송의 편파성’ 말고는 걱정할 일이 없는가.
수구신문들이 쏟아냈던 ‘충고’들을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로 막강한 의회 권력을 누리면서도 ‘방송 탓’만 하는 야당과 이들을 싸고도는 수구신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2004. 3. 18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