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지원하는 이라크파병 철회하라
- 고 김선일님을 애도하며 -
참으로 비통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라크 현지 한국인 민간기업에 근무하다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되어 인질로 잡혀있던 한국인 김선일씨가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한국의 파병철회이며, 김선일씨를 죽게 만든 것은 바로 미국을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내는 한국인들 스스로라고 주장하였다. 사건 직후 노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반인륜적인 테러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하였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다짐하였다. 이제 고인이 된 김선일씨 앞에 고인의 가족을 비롯한 온 국민은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테러는 반인륜적인 범죄이다.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에 동의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에 대립하는 모든 것은 선인가. 테러행위에 대항하는 모든 행위는 정당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테러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그보다 수십, 수백 배의 폭력을 휘두르는 강대국의 횡포를 우리는 선이라 부르지 않는다. 바로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의 경우가 그러하다. 침략전쟁은 힘의 논리에 지배된 비이성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이며, 합법의 탈을 쓴 국가적 테러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침략전쟁 역시 반인륜적 범죄이다. 이 또한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느 개인의 신념의 문제가 아닌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적 원칙이다. 정부는 한국의 파병이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려는 평화적이고 인도적인 파병임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이라크인 들은 한국의 파병을 원치 않는다. 심지어 한국인을 겨냥한 무장단체의 테러까지 발생하였다. 정부는 그래도 파병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테러집단의 협박 따위에 굴복할 수는 없다며 정의의 이름으로 분노한다. 도대체 왜인가. 왜 싫다는 사람들을 돕겠다고 자국민의 죽음마저도 불사하는 것인가.
정부는 반인륜적인 테러로 인해 파병계획이 흔들릴 수는 없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테러로 인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은 파병계획이 아니라 반전평화의 원칙이다. 비록 김선일씨를 살해한 이라크 무장단체가 증오스럽다 하더라도, 비록 수구언론들이 고인의 죽음을 이용하여 국수주의적 강경론을 부추긴다 하더라도, 우리는 반전평화의 원칙을 지켜내야만 한다. 김선일씨의 억울한 죽음으로 멍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 더 이상은 한국에도 이라크에도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반전평화의 깃발을 높이 올려야만 한다.
노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선택은 한가지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명분도 없는 침략전쟁의 용병으로 내보내는 것은 제2, 제3의 김선일을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일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고인과 국민들 앞에 사과하여야 한다. 더불어 파병방침을 철회하고 반전평화의 원칙을 명백히 밝혀야만 한다. 그것만이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한 맺힌 죽음을 맞이한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며, 그것만이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국주의의 침탈에서 한민족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2004. 6. 25
대전충남보건의료연대회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대전충남지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대전충남지회, 참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대전충남지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