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지부 보건의료노조 탈퇴 성명서

민주노조 사수와 진정한 산별노조 활동을 위해 서울대병원지부는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한다!!  

오늘 서울대병원지부는 비통한 심정으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고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한다.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은 자주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봉쇄하고 19년 동안 해고와 구속을 감내하면서도 피와 눈물로 지켜온 단체협약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전락시키는 2004년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 폐기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10장 2조 문제제기와 토론회 개최, 조건부 탈퇴를 결정하였다는 이유로 김애란 전지부장 “제명”이라는 징계를 단행하였다. 그리고, 10장 2조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2005년 산별교섭에서 10장 2조 폐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산별협약 우선적용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3월 3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였다.

● 건강한 문제제기를 묵살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가 아니다!

2004년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는 노동운동 전체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10장 2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다수의 힘으로 묵살하고, 토론회 개최와 선전물 발행을 반조직적인 행위로 치부하고, 44일동안 자본과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에게 지원투쟁을 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대 치과병원 법인 분리로 조합가입 범위를 치과병원까지 확대하는 서울대병원지부 운영규정 개정을 승인하지 않았다.
서울대 치과병원 민주노조 사수투쟁이 가장 치열한 상황에서 치과병원장 부당노동행위 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 참석한 사측 노무사는 “치과병원 조합원들은 서울대병원지부 조합원이 아니다”라는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들이밀면서 부당    노동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투표 조합원 89.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정한 조건부 탈퇴를 철회한다면 치과병원 운영규정을 승인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하였다. 이게 무슨 민주노조인가?  

●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노동자의 자주성을 상실한 것은 민주노조가 아니다!

자본과 정권은 산별노조를 통해 노무관리 비용의 절감 즉 파업의 자제, 지부단위의 이중교섭 금지, 지부 쟁의 금지를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산별 중앙의 권한 집중을 역설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도 산별교섭은 교섭비용을 줄이고 지부단위의 쟁의를 줄일 수 있다며 자본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게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98년, 기업별 노동조합 활동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있어 자본의 지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우리는 산별노조를 희망으로 선택하였다. 개별로 분산된 노동자들이 공동 요구와 공동 투쟁을 무기로 현장의 문제를 노동자 전체의 문제로 승화시켜 자본의 지배를 돌파하고자 하였다. 자본과 동일하게 노동자 통제기구로 산별노조를 전락시키기 위해 선택하지는 않았다.

● 자주적이고 신뢰받는 민주노조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에 현장의 고통을 이야기하지 않고 감추는 이유는 ‘노조가 힘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의견수렴이 안되기 때문이다’며 ‘탄압하는 관리자와 병원의 횡포에 노조가 혼신의 힘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자본과 타협하지 않고, 자본의 입맛에 길들여지지 않으면서 노동자 스스로가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 투쟁하는 모습, 그리고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노동조합, 그것이 바로 민주노조이다.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은 민주노조의 깃발을 다시금 세우기 위해 자본으로부터 자주성을 잃은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여 현장 조합원들의 힘으로 다시 출발하고자 한다.

● 교섭용이 아닌 아래로부터 현장 조직력을 강화하는 노동조합!

비록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은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지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무너져 가는 현장을 다시 복원하고자 한다. 해결사 노조, 대신해주는 노조가 아니라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여 스스로 실천하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하나씩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활동을 통해 현장 조직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 조합원의 실천이 바탕이 된 공공의료 강화 투쟁!

또한, 현장 조합원들의 실천을 바탕으로 공공의료 강화투쟁에 앞장서고자 한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 하는 병원이 아니라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치료받고 건강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평등의료, 무상의료 실현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우선, 그동안의 투쟁속에서 해결하지 못한 선택 진료제 폐지, 다인병실 확보, 단기 병상제 폐지 투쟁에 매진하겠다. 더불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영리법인 반대, 민간의료보험 도입 저지, 의료시장 개방 반대 투쟁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 중소 병의원 ․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비정규직 철폐 투쟁!

2300여명 서울대병원 기업별 노동조합으로는 1800만 노동자의 삶을 옥죄고 있는 이 현실을 해결할 수 없다. 연대투쟁 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어용노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우리는 똑똑히 봐왔다.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투쟁만이 이 어둡고 캄캄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이에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은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사업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앞장설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과 투쟁을 하기 위해 산별노조 의무금 예산을 비중있게 배정할 것이다.

● 진정한 산별 노조 건설을 위해 계속 나아가겠다!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은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회귀하기 위해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자본의 탄압에 주눅들지 않고 끊임없이 노동자의 자주적인 삶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로 거듭나 진정한 산별노조의 깃발을 다시 움켜쥘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자의 삶이 나락으로 치닫는 이 현실에서 자본과 정권의 통제기구로 전락하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하고 현장 조합원의 의사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민주 산별노조, 진정한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나아갈 것임을 천명한다.

2005년 4월 2일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