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자주적 민주정권, 전민항쟁, 그리고 통일전선운동

자주적 민주정권, 전민항쟁, 그리고 통일전선운동
- 이남사회변혁운동의 목표·방법·수단에 대한 하나의 토론

2005년 9월 17일
최인혁

1.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새로운 단계와 자주적 민주정권
2.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의 승리적 결과로 수립되는 정권의 성격
3. 북조선 민주개혁의 역사적 경험과 자주적 민주정권의 임무
4.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과정에서 선거와 전민항쟁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5.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에 복무하는 진보세력의 통일전선사업과 대중투쟁
6.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새로운 단계가 민족민주운동가들에게 요구하는 것

1.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새로운 단계와 자주적 민주정권

모든 사회역사적 운동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이다.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은 곧 자주성을 짓밟고 구속하는 사회적 질곡을 청산하기 위한 투쟁이다.
오늘 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짓밟고 구속하는 사회적 질곡은 이남에 대한 미제의 식민지지배와 그로 인해 강요된 조국의 분단이다.

이남 인민대중에 대한 미제의 식민지적 지배와 착취, 민족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는 인위적 분열, 이것이야말로 조선민족의 자주성에 대한 최대의 침해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남에 대한 미제의 식민지지배를 종식시키는 과업, 이남에 억압과 착취가 없는 새로운 사회제도를 세우는 과업,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연결해 민족의 정상적 발전을 이룩하는 과업은 자주성을 위해 투쟁하는 조선민족 앞에 놓여진 가장 절박한 과업이다.
진보운동진영에서는 이 세 가지 과업을 합쳐서 자주·민주·통일의 과업이라고 부른다.

최근의 조선반도 정세를 분석하였을 때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자주·민주·통일을 위한 조선민족의 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징표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지금 열리고 있는 제4차 6자회담이고, 다른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성과적으로 마무리된 6.15대회와 8.15대회이다.

제4차 회담을 통해 6자회담은 조미 양자회담을 축으로 하는 다자회담으로 변화하였으며, 조선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가 그 핵심의제로 부상하였다.
다시 말해 6자회담이, 미제의 주도로 이북의 핵무장을 포기시키는 회담이 아니라, 조미 양자가 핵무장 포기와 핵우산 철거를 맞바꾸어 조선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회담으로 된 것이다.
당연하게도, 미제의 핵우산 철거에는 핵전쟁의 돌격대인 주한미군의 철수가 포함된다.
지금 미제가 부질없는 억지로 회담의 결속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것은 수치스러운 패배를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는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회담은 이북의 핵무장 포기와 미제의 핵우산 철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것이다. 요컨대, 주한미군철수가 일정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2005년 6.15대회를 통해 조선민족은 사회단체 차원의 민족통일전선을 공고화하였고, 정부·정당·사회단체를 총망라한 새로운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이 새로운 민족통일전선은 명백하게도 민족통일기구건설을 지향하고 있다.
민족통일기구는 6.15공동선언 2항에 명기된 대로 낮은 단계 연방제와 연합제안의 공통성을 살렸을 때 건설되는 범민족적인 조국통일준비기구이다.

지금 건설되고 있는 새로운 민족통일전선이 6.15공동선언의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며, 6.15공동선언의 실현을 지향하며 남북의 정부·정당·사회단체를 총망라하여 건설하는 조직은 민족통일기구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그 새로운 민족통일전선은 8.15대회를 거치면서 더욱 발전되고 공고화되었다.
6.15공동선언 2항이 본질상 낮은 단계 연방제를 합의한 것이므로, 민족통일기구가 건설경로에 올랐다는 것은 낮은 단계 연방제의 실현이 일정에 올랐다는 의미가 된다.

요컨대, 주한미군철수가 가시화되고 민족통일기구건설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조선반도 정세인 것이다.
그 말은 조선민족이 내걸고 있는 당면목표가 기본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면목표를 실현한 조선민족의 자주·민주·통일운동은 전략목표를 실현하는 새로운 단계로 상승·발전할 것이다.
이처럼 조선민족의 자주·민주·통일운동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므로, 진보운동진영은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안목에서 정세를 바라보고 실천계획을 내와야 한다.

주한미군철수는 미제의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는 과업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철수가 곧 미제의 식민지지배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미제가 이남에 구축해 놓은 정치·경제·문화적인 지배체제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미군철수는 그 군사적 지탱점이 사라진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한다는 것은 이남사회에 구축되어 있는 미제의 정치·경제·문화적인 지배체제, 즉 식민지기반을 모두 해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친미예속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주적 민주정권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실현될 것이다.

민족통일기구는 조선민족이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과업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민족통일기구가 수립되었다고 해서 조국통일과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통일기구는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구성되는 통일준비기구이며, 조국통일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그 기구의 기능과 역할을 높여 연방중앙정부를 건설하고 통일연방국가를 수립하여야 한다.
연방중앙정부는 민족의 자주성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하는 남북의 지방정부 위에 세워지므로, 이남에 자주적인 정권이 들어서야 세워질 수 있다. 즉, 민족통일기구에 친미예속정권이 아니라 자주적 민주정권이 참여하게 될 때 민족통일기구는 통일연방국가의 중앙정부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한다는 말에는 민족을 구성하고 있는 인민대중에게 억압과 착취가 없는 생활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자주성이란 온갖 구속과 예속을 반대하며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자유롭게 살려는 사회적 인간의 속성이므로,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민대중이 민족적 예속뿐만 아니라 계급적 예속으로부터도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조선민족의 투쟁은 이남 인민대중에게 자주적인 새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진보적인 사회제도를 건설하는 것을 핵심과업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그러한 진보적인 사회제도는 자주적 민주정권에 의해 세워지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조선민족의 자주·민주·통일운동이 최종승리를 거두는데서 관건적인 문제는 자주적 민주정권을 건설하는 일이다.
새로운 단계의 안목에서 정세를 바라보고 실천계획을 내온다는 것은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을 막연한 전망이 아닌 구체적인 실현과제로 놓고 그런 안목에서 정세를 바라보고 실천계획을 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자주적 민주정권의 성격·위상·임무 및 그 건설을 위한 방법과 수단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2.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의 승리적 결과로 수립되는 정권의 성격

자주적 민주정권은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가. 이 질문의 한가운데에는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의 승리적 결과로 수립되는 정권이 어떤 성격을 띠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조선민족에게 이 문제는 반일민족해방투쟁의 과정 속에서, 그리고 해방 이후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민족독립국가를 건설하는 투쟁의 과정 속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러므로 당시에 조선민족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명하였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곧 역사적 경험 속에서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일제는 조선을 식민지로 강점한 이후 자본주의적 발전을 억제하고 봉건지주계급을 예속화하여 식민지지배의 기반으로 삼았다.
그로 인하여 조선에는 봉건적 착취관계가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고, 조선인민은 식민지적 지배·수탈과 봉건적 억압·착취를 이중으로 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중적 고통이 강요되는 사회를 식민지반봉건사회라고 부른다.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식민지지배를 종식시키고 봉건적 사회관계를 철폐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는 혁명을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고 부른다.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제국주의와 지주 및 민족반역세력을 대상으로, 노동자·농민·청년학생·지식인·소자산계급·민족부르주아지·애국적 종교인 등 광범위한 반제민주역량을 동력으로 하는 혁명이다.
일제의 식민지지배 하에서 조선민족은 이와 같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기 위해 투쟁하였고, 일제의 식민지지배에서 해방된 이후에는 그 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의 승리적 결과로, 또 그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조선민족이 건설한 정권은 인민정권이었다.
정권의 성격은 그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세력의 성격에 의해 규정되며, 직접적으로는 정권기관이 어떤 사람들로 조직되어 있는가에 의해 규정된다.
인민정권은 영도권의 측면에서 보면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정권이고, 계급적 기초의 측면에서 보면 노농동맹에 기초한 정권이며, 대중적 지반의 측면에서 보면 광범위한 인민대중의 통일전선에 의거하는 정권이다.

인민정권은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정권인 것으로 하여 그 유형으로 볼 때 프롤레타리아정권의 범주에 속한다.
노동계급은 자주성과 창조성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체현하고 있는 선진적인 계급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종국적으로 실현하여야 할 역사적 임무를 지닌 계급이다.
식민지에서 가장 가혹한 억압과 착취를 받는 노동계급은 식민지지배의 종식과 진보적인 사회제도의 건설에 가장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며, 따라서 그것을 위한 투쟁에 적극 참가하여 주도적이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노동계급은 식민지에서 자주성을 유린당하는 모든 계급계층을 대표하는 계급이며, 그들을 자주성 실현을 위한 투쟁으로 이끌어 가는 계급이다. 인민정권은 이러한 노동계급이 영도권을 장악한 정권, 노동계급의 정권인 것이다.

인민정권은 노농동맹을 기초로 하고 광범위한 인민대중의 통일전선을 기반으로 하는 통일전선정권이다.
식민지에서 농민은 2중 3중의 가혹한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하여 혁명에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적극 참가하게 되며, 노동계급과 함께 혁명의 주력군을 이룬다.

식민지에서는 제국주의자들의 가혹한 식민지 지배약탈정책으로 말미암아 혁명의 사회정치적 지반이 매우 넓고, 따라서 노동자·농민 이외의 다양한 계급계층이 혁명의 보조역량으로 된다.
인민정권은 이러한 식민지민족해방운동의 주력군과 보조역량을 그 대중적 지반으로 하는 정권, 통일전선정권인 것이다.

노동계급의 정권이며 동시에 통일전선정권이라는 인민정권의 성격은 정권의 구성요소인 영도권, 집행권, 참정권의 개념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
영도권은 정권의 중심이다. 영도권은 정권의 성격과 작용하는 방향, 정권의 권위와 위력을 결정한다.
집행권은 정권의 실제적 내용이다.
집행권은 중앙집행권과 각급 지방집행권, 입법권·행정권·사법권·군통수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참정권은 정권의 기반이다.
참정권의 행사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탄핵권과 파면권, 기안권과 가결권 등의 행사로 표현된다.

노동계급의 정권이란 노동계급이 영도권을 장악하는 정권이라는 의미이다.
인민정권이 의거하는 통일전선은 어디까지나 노동계급의 영도적 지위가 확고히 보장된 통일전선이며, 인민정권의 영도권은 다른 계급계층에게 나누어지지 않고 노동계급에 의해 독점된다.
인민정권의 영도권을 장악하고 행사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혁명적 당이다.
통일전선정권이란 통일전선에 망라된 각계각층 인민대중의 참정권이 보장되는 정권이라는 의미이다.
인민정권은 각계각층 인민대중의 대표가 정권기관에 참여하는 정권이고, 각계각층 인민대중의 이익을 대표하고 그것을 옹호하는 정권이며, 각계각층 인민대중의 의사와 요구에 근거해 정책과 노선을 세우고 그것을 관철하는 정권이다.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을 수립하는 노선이 가진 정당성은 해방 직후 정권건설문제를 둘러싸고 나타난 좌우경적인 견해들을 검토해보았을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정권건설문제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부르주아정권을 건설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출되었고, 다른 일각에서는 사회주의정권을 건설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출되었다.

전자는 자주성 여부를 덮어놓고 모든 세력이 ‘대동단결’하여 정권을 건설하자는 견해였다.
그러한 견해에 따라 정권이 건설되었다면 친일예속세력을 잔존시켜 다시금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화를 초래했을 것이며, 봉건적 착취를 자본주의적 착취로 바꾸어 인민대중의 자주성 실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후자는 민족적 민주적 부르주아지 등을 배제하고 노동자·농민만을 기반으로 정권을 건설하자는 견해였다.
그러한 견해에 따라 정권건설이 추진되었다면 혁명역량을 축소시키고 반동세력이 인민대중을 분열시킬 공간을 열어주었을 것이며, 따라서 정권건설은 반동세력의 반격 앞에 중도반단되었을 것이다.
전자가 우경적인 견해였다면, 후자는 좌경적인 견해였다.

조선민족이 해방 직후 각지에서 건설하였던 인민위원회는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의 성격을 띤 자치기구였다.
그러므로 인민위원회를 기반으로 중앙정권을 건설하면 조선민족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하는 인민정권을 세우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38선 이남을 군사적으로 강점한 미제는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인민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였고, 그 결과 인민정권건설과업은 38선 이북에서만 수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남이 미제의 식민지로 된 이후, 이남에서 인민정권건설과업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그 이후 5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남사회는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로 변화하였다. 일제가 조선의 자본주의적 발전을 억제하고 봉건적 착취체계 속에서 조선민중을 수탈하였던 것에 비해, 미제는 이남에서 기형적인 예속자본을 성장시켜 자본주의적 착취체계 속에서 이남민중을 수탈하였던 것이다.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로의 변화는 제국주의가 통치기반으로 삼은 예속세력이 예속지주세력에서 예속자본가세력으로 바뀐 것이며, 그 수탈방식이 봉건적 착취에서 자본주의적 착취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이남사회변혁운동의 성격도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변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은 것은 이남이 식민지라는 사실이며, 자주적 민주정권은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의 승리적 결과로 수립되는 정권이라는 점이다.

50여 년 전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의 승리적 결과로 수립되는 자주적 민주정권이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이라는 점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은 이남에서 식민지지배의 잔재를 뿌리뽑는 정권이며, 진보적인 사회제도를 건설하는 정권이다. 식민지지배의 잔재를 뿌리뽑는다는 것은 친미예속세력을 청산하고 미제와 친미예속세력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완전히 해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적인 사회제도를 건설한다는 것은 이남 인민대중에게 억압과 착취가 없는 새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제도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민지지배의 잔재를 뿌리째 뽑아야 민족의 자주성을 보장할 수 있고, 진보적인 사회제도를 건설하여야 이남 인민대중이 자주적인 새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자주적 민주정권의 앞에 놓일 이 과업은 노동계급의 영도가 실현되어야 동요 없이 철저하게 수행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인민대중의 통일전선에 의거하여야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에 친미예속세력이 포함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민족해방혁명의 수행과정에서 친미예속세력과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혁명의 중도반단을 의미하며, 정권건설과정에서 친미예속세력과 무원칙하게 연합하는 것은 그 정권의 전복 또는 변질을 자초하는 행위이다.
오늘 이남사회의 친미예속세력에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친미극우세력 뿐만 아니라 집권세력을 이루고 있는 친미개량세력도 포함된다.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에 민족적 자본가와 애국적 종교인 등 반제성향의 광범위한 세력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혁명운동의 성패는 중간세력의 향방에 달려 있으며, 동력이 될 수 있는 최대다수를 전취해야 반혁명세력과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들 반제성향의 광범위한 세력은 일시적 동맹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동맹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혁명의 과정과 건설의 과정에서 그들을 조직·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3. 북조선 민주개혁의 역사적 경험과 자주적 민주정권의 임무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 즉 인민정권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어떻게 실현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 정권이 수행하는 임무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50여 년 전에 북조선에서 인민정권이 건설되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개혁을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북조선 민주개혁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는 것은 역사적 경험 속에서 인민정권의 임무를 파악하는 것으로 된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를 실현하였다.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신분·성별 등에 의한 제반 차별의 철폐, 평등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보장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민주주의적인 권리는 인민대중에게만 부여되었으며, 친일파·파쇼반동분자들의 사회정치활동은 금지되었다.
무릇 모든 민주주의는 적대계급에 대한 독재이다.
부르주아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독재이며, 프롤레타리아민주주의는 부르주아지에 대한 독재이다.
그런데 북조선 인민정권은 친일파·파쇼반동분자들에 대해서만 독재를 실시하였고, 그 밖의 광범위한 인민대중에게는 민주주의적인 권리를 보장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것은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이라는 인민정권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정책은 해방 직후 각지에 건설된 인민위원회에 의하여 실시되기 시작하였으며, 북조선 인민정권은 그것을 제도적으로 공고하게 하였다.
1946년 3월 23일에 발표된 20개조정강의 제1조∼제7조는 북조선 인민정권의 민주주의정책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토지개혁을 실시하였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1947년 3월 5일에 토지개혁법령을 발표하여 일제소유 토지, 친일반동지주 소유 토지, 소작 주는 토지, 5정보 이상 토지를 모두 무상몰수하여 농민들에게 무상분배하였다.
반일운동에 참가했던 애국지주의 토지는 이러한 조치에서 제외되었다.
식민지반봉건사회였던 조선을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토지개혁은 반봉건민주주의개혁의 핵심과업이었다.
토지개혁은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인 반동세력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완전히 해체하였으며,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농촌지역에서 인민정권의 정치적 토대를 공고히 다졌다.
토지개혁은 또한 지주-소작제를 없애고 모든 농민을 자영농으로 만들었으며, 그 결과 농민은 고율소작료의 부담에서 해방되어 농업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따라서 농업이 다른 산업부문을 뒷받침하여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중요산업을 국유화하여 전인민적 소유로 만들었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1947년 8월 10일 산업국유화법령을 발표하여 일제와 민족반역자들의 소유였던 산업시설들을 인민대중의 소유로 전환시켰다.
이 조치로 인하여 산업의 90% 이상에 달하는 1,034개의 공장·기업소들이 인민대중의 소유로 전환되었고, 철도운수·체신·은행·상업 및 문화기관 등 조선경제의 기본명맥이 인민대중의 손에 장악되었다.
이 조치로 인하여 제국주의자들과 예속자본가들의 사회경제적 지반이 완전히 해체되었고, 노동계급은 생산수단의 당당한 주인으로 되었다.
경제에서 전인민적 소유로서의 국영부문이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경제를 계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이것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중요산업의 국유화는 일제 및 예속자본가들의 소유를 청산하는 데 그쳤으며 자본주의적 소유일반을 청산한 것은 아니었다.
민족자본가들의 소유는 청산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법적으로 보호되었으며, 기업활동에서 그들의 창발성을 발휘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장려되었다.
산업국유화조치는 중요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제국주의자들과 예속자본가들의 소유를 청산하여 전인민적 소유로 만든 노동계급적 개혁이었던 동시에, 산업의 적은 부분을 차지했던 민족자본가의 소유를 보호함으로써 통일전선을 공고화한 통일전선적 개혁이기도 했다.
이것은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통일전선정권이라는 인민정권의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 결과 산업에서 국영부문이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협동조합부문과 개인경리부문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노동자들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보장하였다.
북조선 인민정권은 1947년 6월 24일에 노동법령을 발표하여 8시간노동제, 사회보험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제, 미성년노동 제한, 모성노동 보호 등을 법제화하였다.
이 조치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식민지적 강제노동에서 해방되었으며, 노동과 생활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
당시에 이 조치를 노동대중의 민주적 해방을 이룬 조치라고 평가하였는데, 여기서 노동대중의 계급적 해방이 아니라 노동대중의 민주적 해방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노동대중의 계급적 해방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철폐되었을 때 가능한데, 이 단계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남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유화된 공장·기업소 뿐만 아니라 개인소유의 공장·기업소에도 적용되었던 이 법령은, 소수 남아 있던 자본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크게 제한하였다.

북조선 인민정권이 민주개혁을 실시했던 1946년으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오늘, 진보운동진영은 그로부터 어떤 경험과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일제강점기 조선이 식민지반봉건사회였던 것에 비해 오늘의 이남은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라는 점이다.
제국주의가 통치기반으로 삼은 예속세력이 예속지주세력에서 예속자본가세력으로 바뀌었고, 그 수탈방식이 봉건적 착취에서 자본주의적 착취로 바뀌었으며, 인민대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계급은 농민에서 노동자로 바뀌었다. 식민지적 성격은 변화하지 않았으나 사회의 기본적인 계급모순은 지주-소작의 봉건적 모순에서 자본-노동의 자본주의적 모순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식민지지배체제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해체하고 자주적 민주정권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건설하는데서 중심적인 과업은 중요산업국유화조치이다.
즉, 국가기간산업의 국유화 및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예속독점자본 소유 산업의 국유화가 가장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개혁조치로 되는 것이다.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예속독점자본 소유 산업의 국유화란 민족자본 및 민족경제에 해가 되지 않는 외국자본의 이권은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예속독점자본과 민족자본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제국주의독점자본과 민족경제에 해가 되지 않는 외국자본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등의 문제는 앞으로의 토론과제로 남겨둔다.
다만 지금 진보운동진영 안에 존재하는 몇 가지 편향된 견해들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 민족해방계열의 일부 인사들은 진보운동의 과업을 민족자주권의 회복과 사회정치생활의 민주화 정도로 국한시켜 바라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민족적 예속뿐만 아니라 계급적 예속으로부터도 해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신자유주의경제정책을 자행하는 친미개량정권의 반민중성에 둔감한 원인으로 되며, 이러한 둔감성이 친미개량세력의 예속성에 대한 불철저한 태도와 결합되어 우경적 편향을 낳는다.
여기서 우경적 편향이란 친미개량세력과의 통일전선형성 또는 그들과 연합한 연립정권수립의 가능성을 상정하는 편향을 말한다.
자주적 민주정권이 통일전선정권임과 동시에 노동계급의 정권이라는 점, 그 주요 임무에 이남에서 미제와 친미예속세력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 주요 임무에 이남 인민대중에게 억압과 착취가 없는 새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제도를 건설하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좌파계열’의 일부 인사들은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당장 사회주의정권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남사회가 미제에 의해 완전히 예속된 식민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러한 견해는, 혁명운동의 동력과 대상을 잘못 설정하는 오류를 낳는다.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은 제국주의와 소수의 민족반역세력을 제외한 모든 민족구성원이 그 동력이 되는 혁명이다. 어떤 혁명운동에서든 동력이 될 수 있는 최대다수를 전취해야 반혁명세력과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이다.
또한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 이후 중요산업이 국유화된다 하더라도 식민지경제의 기형성과 편파성으로 인해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인민대중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민족적인 중소자본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이남사회의 중요산업이 제국주의독점자본에게 거의 완전히 장악되어 있다는 점, 그것이 제국주의자들의 자본과 기술이 빠져나가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는 기형적이고 편파적인 것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좌파계열’의 다른 일부 인사들은 진보세력이 집권한 이후에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회주의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린다는 것은 자본주의경제를 유지한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와 양립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주의사회에도 시장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시장의 기능이 존재하는 것이지 시장경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바 사회주의적 성격의 강화란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확대하는 것인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생산수단을 공유화하고 그것을 여타의 사회경제부문까지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기업을 공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제한하고 공유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정권이 자본주의경제체제를 해체하고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체제를 건설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경제체제 안에서 공기업과 국영기업이 아무리 확대되어 경제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그 사회의 성격은 자본주의적인 것으로 된다.
식민지민족해방혁명을 완수하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렇게 해서는 인민대중의 계급적 해방에 조금도 다가갈 수 없다.

4.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과정에서 선거와 전민항쟁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금 진보운동진영 내에는 진보세력이 건설하는 정권의 임무에 대한 편향된 견해뿐만 아니라 그 건설과정에 대한 편향된 견해 역시 존재하며, 양자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앞서 첫 번째로 이야기한 민족해방계열 일각의 견해는 민주연립정권의 단계를 상정하고 있으며, 민주연립정권이 선거 또는 정치적 연합을 통해서도 건설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이야기한 ‘좌파계열’ 일각의 견해는 정권건설과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세 번째 이야기한 ‘좌파계열’ 일각의 견해는 선거를 통한 집권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뚜렷한 입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견해들이 선거를 통한 집권의 경로를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또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과연 진보운동진영은 선거를 통해 집권할 수 있는가. 과연 자주적 민주정권은 선거를 통해 건설될 수 있는가.

다른 모든 정치제도와 마찬가지로, 선거는 철저히 계급적인 성격을 띤다.
인민대중이 주인이 된 사회에서 선거는 주권기관을 인민대중이 직접 구성하는 민주주의적인 과정이 되지만, 착취사회에서의 선거는 착취계급이 착취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특히 미제의 완전한 식민지이며 미국정보기관에 의해 제도권 정치가 좌우되는 이남에서의 선거란 식민지대리통치자를 권좌에 앉히는 요식행위 이상이 될 수 없다.

1940년대의 경험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북조선에서 선거는 토지개혁·중요산업국유화를 비롯한 제반 민주개혁이 진행된 이후, 즉 일제와 친일반동세력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완전히 해체된 이후에 실시되었다.
북조선에서는 1946년 11월 3일에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선거가 진행되었으며, 이듬해 2월과 3월에는 리(동)와 면 인민위원회선거가 실시되었다.
그 선거의 결과 1947년 2월 17일 평양에서 북조선 도·시·군 인민위원회대회가 소집되었으며, 여기에는 새로 선거된 각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 3명 가운데서 1명씩 선출된 위원대표들이 참가하였다.
이 대회에서는 그 이전까지 발표된 모든 시책과 법령을 승인하였고, 북조선최고주권기관인 북조선인민회의를 창설하였다.
이렇게 창설된 북조선인민회의에서는 북조선 중앙정권기관인 북조선인민위원회를 조직하였다.
북조선인민위원회는 김일성주석을 위원장으로 하고 2명의 부위원장과 기획·산업·내무·외무·재정·교통·농림·체신·상업·보건·교육·노동·사법·인민검열의 14개국 그리고 선전·간부·양정·총무 4개의 부로 구성되었다.
요컨대,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선거 실시 이후 그 위원들에 의한 간접선거의 방식으로 정권기관이 건설된 것이다.

민주개혁조치와 정권기관이 선거를 통해 법적으로 공고화되는 과정은 이처럼 국가주권이 인민대중에 의해 장악된 상태에서, 즉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민주선거 이전에 토지개혁·중요산업국유화를 비롯한 제반 민주개혁은 누가 실시하였는가.
북조선에서 그것을 실시한 것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였다.

해방 직후 북조선에서는 각지에서 인민위원회가 세워지고 일제잔재의 청산 및 질서유지와 인민생활 안정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했으며, 그 인민위원회는 노동자·농민·지식인·애국지주·민족자본가 등이 결집한 반제민주세력의 통일전선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북조선에서는 이러한 지방인민위원회들의 기능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북조선 행정10국이 세워졌다.
이와 같은 각 지방 인민위원회와 북조선 행정10국의 활동성과에 기반해서 세워진 것이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였다.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1946년 2월 8일 북조선 민주주의 정당, 사회단체, 행정국, 인민위원회 대표협의회에서 수립되었다.
즉 북조선 민주정당, 사회단체, 지방인민위원회들이 통일전선을 형성하여 정권을 건설한 것이지 선거로 정권을 세운 것이 아니었다.
이 글의 앞에서 사용한 북조선 인민정권이란 표현은 바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가리키는 것이다.

1940년대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진보운동진영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선거를 통해 정권을 건설하는 경로가 아니라, 통일전선에 기초해 정권을 건설하는 경로가 그려진다.
그것은 통일전선에 기초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를 건설하고, 그에 의거해 식민지지배의 잔재를 청산한 이후에 선거를 통해 그 정부를 법적으로 공고화하는 경로이다.
여기서 통일전선에 기초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를 세운다는 것은,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고 친미예속정권을 무너뜨리는 전민항쟁을 전제로 한다.

전민항쟁이란 혁명정세가 성숙되었을 때 혁명세력이 일시에 들고일어나 반혁명세력을 순식간에 와해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며 반혁명세력의 통치기관을 마비시킴으로써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방도이다.
전민항쟁은 반혁명세력에게 반격의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짧은 기간 안에 그 세력을 궤멸시킴으로써 복잡성을 띠고 있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순조롭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으로 전민항쟁은 군중시위에 의하여 발단되어 폭동화 단계를 거치면서 도시폭동·농촌폭동으로 전화·발전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무장봉기로 진행된다.
지금 조선민족이 미제를 군사정치적으로 압박하며 전개하고 있는 주한미군철수투쟁이 승리하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전략적 공세기로 진입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적 공세기란 미제의 점령군이 철거되자 위기감을 느낀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동반적으로 철수하고, 그에 따라 금융위기와 대량실업으로 식민지예속경제가 수습할 수 없는 파탄에 빠지며, 인민대중의 생존권이 전면적으로 위협을 받게 되는 총체적 위기가 발생하는 격동기이다.
생존권을 전면적으로 위협 당하게 된 인민대중은 노동계급의 총파업투쟁을 선봉으로 하는 격렬한 생존권투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며, 그 상황에서 이남에 건설된 통일전선 즉 지역통일전선은 인민대중의 생존권투쟁을 정치투쟁으로 상승·발전시키면서 자기의 투쟁력을 비약적으로 확장·강화할 것이다.

붕괴되어 가는 식민지체제에 매달려 있는 친미예속세력보다 지역통일전선역량이 훨씬 우세하게 됨으로써 혁명세력과 반혁명세력 간의 역량관계는 일거에 역전될 것이다.
전략적 공세는 친미예속세력의 정치적 전략거점들을 집중타격하면서 급속히 확산되는 대규모 민중봉기로 전개될 것인데, 이 봉기는 1980년의 광주민중항쟁에서 입증된 민중봉기의 집중타격력과 1987년의 민주항쟁 및 노동자대투쟁에서 입증된 민중봉기의 폭발적인 확산력이 상호결합된 최대의 총공세로 전개될 것이다.
민중봉기의 총공세가 친미예속세력의 정치적 전략거점을 타격하면, 예속세력들은 자기들을 지켜줄 최후의 방어력인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진압하려고 발악하겠지만 전세를 역전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이 50여 년 동안 이남에 구축해 놓았던 식민지지배체제는 해체되고 친미예속정권은 붕괴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민항쟁은 지역적 범위로 보면 이남에서 전개되는 것이지만, 전민족적인 관점에서 보면 민족통일전선이 수행하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결정적 국면으로 될 것이다.
전민항쟁은 조선인민군과 민족통일전선이 전개한 주한미군철수투쟁의 승리적 결과로 개막되며, 그 전 과정은 민족통일전선이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으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민항쟁의 과정에서 북측에 존재하는 혁명역량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부터 이남 인민대중을 엄호하며, 민족통일기구는 식민지경제체제의 파탄으로 인해 위협받게 된 이남 인민대중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다.
전민항쟁을 전개하는 지역통일전선은 민족통일전선의 지도 아래 항쟁 과정에서 나서는 정치·경제·문화적 제반 문제, 특히 민중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문제에 대한 비상조치를 취하는 비상내각의 역할을 겸임하게 될 것이다.
지역통일전선은 친미예속정권이 붕괴되는 즉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로 전환될 것이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는 수립 즉시 민족통일기구의 남측 정부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고, 민족통일기구를 발전시켜 통일연방국가를 건설하는 과업을 수행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는 민족통일기구·연방중앙정부의 조절·지도 아래 식민지지배의 잔재를 청산하고 진보적인 사회제도를 건설하는 민중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할 것이다.

5.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에 복무하는 진보세력의 통일전선사업과 대중투쟁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주적 민주정권은 전민항쟁을 통해 건설된다.
그러므로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을 준비하는 과정이란 선거를 통한 집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전민항쟁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전민항쟁은 통일전선의 역량을 동원하여 전개하는 것이므로, 전민항쟁을 준비하는 과정은 곧 그 주체역량인 민족민주통일전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민족민주통일전선은 민족통일전선과 그 부분인 지역통일전선으로 구성된다.
이남에서 전민항쟁을 전개한 지역통일전선은 항쟁이 승리하는 즉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로 전화하므로, 지역통일전선을 건설하는 사업은 곧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를 건설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민항쟁의 주체가 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임시정부의 모체가 되는 통일전선은 어떻게 건설되는가. 다시 1940년대의 역사적 경험을 되짚으며 그 답을 찾아보자.

일제강점기에는 대중조직과 통일전선조직이 합법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비합법적인 형태로 역량을 축성하였다.
그러나 오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고 있는 이남에서는 대중조직과 통일전선조직이 합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어 있다.
그러한 조건은 이남민중의 오랜 반파쇼민주화투쟁을 견디지 못한 미제가 식민지개량화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조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이남 진보운동진영이 되짚어보아야 할 경험과 교훈은 해방 이전뿐만 아니라 해방 직후의 시기에도 존재한다.

일제식민지기반에서 해방된 직후인 1945년 8월부터 1946년 2월 사이에, 북조선에서는 계급계층별 유일대중조직건설사업과 합법적 통일전선건설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1946년 1월 31일에 농민들을 망라하는 통일적인 대중단체인 농민동맹이 결성되었고, 1946년 1월 17일에는 단일한 대중적 청년단체인 민주청년동맹이 결성되었으며, 1945년 11월 18일에는 여성들의 대중조직인 민주여성동맹이 결성되었다.
그밖에도 문학예술총동맹, 공업기술총동맹, 기독교도연맹과 불교도연맹 등 여러 사회단체들이 이 시기에 조직되었다.

1945년 10월 10일 건설된 노동계급의 혁명적 당인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는 민주당, 천도교청우당, 신민당과 통일전선사업을 전개하였다.
1945년 11월 3일 결성된 민주당은 중소자본가들과 기독교도들을 망라하고 있었고, 1946년 2월 8일 결성된 천도교청우당은 천도교도들로 조직되었는데 그 대다수는 농민들이었다.
신민당은 지식인들과 농민들을 망라하고 있었는데, 신민당에 속한 농민들은 주로 중농들이었다.
해방 직후 조직된 각 지방 인민위원회들은 통일전선적 성격을 띤 자치조직으로, 사실상 통일전선의 역할을 겸임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역사적 경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중조직 건설에서 계급계층별 유일대중조직을 건설하는 노선이 관철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각이한 정견의 다양한 단체로 분립된 청년조직들을 유일대중조직으로 통합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기울여졌고, 그 결과 공산주의청년동맹을 해소하고 민주청년동맹을 결성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계급계층별 유일대중조직의 건설이 인민대중의 통일단결을 위한 초석이고, 통일전선조직 건설의 사전단계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남 진보운동 앞에 놓여 있는 초미의 과제도 2개 이상으로 분립되어 있는 계급계층별 대중조직을 단일조직으로 통합하고 확대·발전시키는 과업일 것이다.

앞서 말한 역사적 경험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각이한 정견과 계급적 기반을 가진 정치세력을 통일전선으로 묶어세웠다는 점이다.
통일전선이란 각이한 계급계층의 전략적 결합임과 동시에 각이한 사상과 정견을 가진 정치세력의 전략적 결합이기도 하다.
반제와 민주를 지향하는 모든 정치세력을 통일전선으로 결집시켜야 한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의 기본방침이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지금 이남사회에 존재하는 정치세력 중 통일전선에 망라되어야 할 양대 정치세력은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혁적 정치세력이다.

해방 직후 북조선에서 연합조직 형태의 통일전선조직은 1946년 7월에 결성되었다.
1946년 7월 22일 평양에서는 북조선 민주주의 정당, 사회단체 대표회의가 소집되어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북조선 민전에는 북조선로동당·민주당·천도교청우당의 3개 정당과 직업동맹·농민동맹·민주청년동맹·민주여성동맹을 비롯한 10여 개의 사회단체가 망라되었다.
민주개혁이 수행 중에 있던 시기였고, 11월 민주선거가 실시되기 이전의 일이다.
계급계층별 대중조직이 결성과정에 있었고 인민위원회가 사실상 통일전선체의 역할까지 겸임했으므로 그 이전까지는 연합전선적 형태의 통일전선조직이 조직되지 않은 상태였다.

인민위원회가 사실상 통일전선체의 역할까지 겸임했던 해방 직후와 달리, 현재의 이남에서는 전민항쟁의 주체역량이 결집하는 통일전선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계급계층별 대중조직들과 각이한 정치세력들이 총결집한 지역통일전선조직과 민족통일전선조직이 건설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통일전선조직이란 구체적으로, 계급계층별 대중조직들을 총망라한 연합조직형태의 통일전선체와 민주노동당을 확대·강화한 단일조직형태의 통일전선체를 말한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인민대중을 의식화·조직화하는 것과 함께 전력화, 즉 투쟁 속에서 단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전력화의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해방 직후의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아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조선인민혁명군의 최후공격전이 시작되자마자, 즉 조선인민이 오랫동안 준비한 반일전민항쟁이 막 불붙으려는 시점에서 일제가 서둘러 항복을 하였기 때문에 8.15해방은 반일전민항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조선민족이 꾸려놓은 반일전민항쟁역량은 그대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의 급속한 완수를 가능하게 한 역량이었으나, 해방 이후 그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인민대중을 투쟁 속에서 각성시키고 단련시키는 공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그것은 1945년 하반기의 3.7제 투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45년 하반기에 벌어진 3.7제 투쟁은 농민들이 그때까지 물고 있던 5할 이상의 고율소작료를 3할로 내리라고 요구한 투쟁이다.
그 투쟁을 통해 농민들의 정치적 각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1946년 3월의 토지개혁은 그러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성과적으로 완수될 수 있었다.

해방 직후의 역사적 경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농민들을 대중투쟁을 통해 단련시키는 과정이 토지개혁을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조직·전개된 투쟁이었다는 사실이다.
인민대중에게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일체 허용되지 않았던 일제 강점기와 달리, 오늘 이남에는 대중조직의 결성과 그 활동이 가능한 조건이 조성되어 있다.
지금 이남 인민대중은 자기의 자주적 요구를 대변하는 대중조직을 결성하고 대중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남의 진보운동세력이 역사적 경험에서 배워야 할 것은, 지금 이남 인민대중이 전개하고 있는 생존권투쟁이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 이후에 수행될 민중민주주의개혁을 준비하는 투쟁이라는 사실이며, 인민대중의 대중투쟁을 그러한 성격에 맞게 목적의식적으로 조직·전개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인민대중의 생존권투쟁, 즉 비정규직철폐·노동악법철폐·농가부채청산·수입개방저지 등의 구호를 내걸고 전개되고 있는 대중투쟁은 그 구호를 현실로 만드는 정권을 건설하는 투쟁, 즉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투쟁으로 상승·발전되어야 한다.

6.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새로운 단계가 민족민주운동가들에게 요구하는 것

조선민족의 자주·민주·통일운동이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을 구체적인 실현과제로 설정하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 민족민주운동가들은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첫째,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과 시정방침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여야 한다.
통일전선을 건설·강화하는 사업은 통일전선의 강령을 해설·선전하는 사업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통일전선의 강령이란 곧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과 시정방침이다.
반일민족통일전선의 강령인 조국광복회 10대강령이 해방 이후 제시된 20개조정강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과 시행방침을 연구하고 그것을 통일전선의 강령으로 세워야 통일전선사업이 올바르게 전개될 수 있다.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과 시행방침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주석의 노작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야 한다.
8.15해방을 전후한 시기에 발표된 노작, 1980년에 발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그리고 1993년에 발표된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 등을 특히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과거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자주적 민주정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8.15해방을 전후한 시기를 다룬 역사서들을 깊이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그 당시를 다룬 소설도 좋은 자료가 된다.
이북에서 발간된 ‘불멸의 력사’ 총서 중 해방후편인 <개선>, <열병광장>, <조선의 봄>, <빛나는 아침>, <삼천리 강산> 등이 그러한 소설들이다.
이남사회의 현실에 대한 실천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과 시정방침은 인민대중의 자주적 요구를 총화하여 제시되는 것이므로, 인민대중의 생활과 투쟁이 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전민항쟁을 위한 주체역량을 건설하는 사업, 즉 대중조직과 통일전선을 건설·강화하는 사업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혁명정세를 성숙시키는 결정적인 요인도 주체역량이며, 혁명승리의 결정적인 요인도 주체역량이다.
지금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을 건설하는 사업은 전민항쟁과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을 구체적인 실현과제로 놓고 전개되어야 한다.
오늘 진보세력이 건설하는 통일전선역량은 전민항쟁의 주체역량인 동시에 자주적 민주정권의 모체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통합하고, 전농과 한농연을 통합하며, 단일학생운동조직을 건설하는 것은 계급계층별 유일대중조직 건설원칙에서 제기되는 절박한 과제이다.
계급계층별 유일대중조직은 인민대중의 통일단결을 위한 초석이다.
민중연대와 통일연대를 통합하여 진보세력의 단일통일전선조직을 건설하는 것은 지역통일전선사업이 요구하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진보세력은 단일통일전선조직 건설의 성과에 기초하여 시민운동세력으로 대표되는 중간층세력과의 통일전선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진보세력과 중간층세력을 총망라한 통일전선조직이 건설될 때 지역통일전선은 집권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와 같은 지역통일전선사업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은 그 모든 사업에서 주체가 되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6.15공동위를 진보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승리를 위해서 일관되게 전개되어야 할 사업이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민족통일전선이 주체가 되어 수행하는 혁명이며, 민족통일전선의 역량에 의해서 승리하는 혁명이다.

셋째, 투쟁을 통해 인민대중을 각성시키고 조직하며 단련하여야 한다.
민족민주세력은 반미대중투쟁을 더욱 적극화하여 주한미군철수를 촉진하여야 하며, 동시에 민중생존권투쟁을 자주적 민주정권 건설투쟁으로 상승·발전시켜야 한다.
예컨대, 노동운동은 지금 전개하고 있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투쟁,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 등이 노동계급의 민주적 해방을 위한 투쟁,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 실현을 요구하는 투쟁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노동대중에게 알려나가야 한다.
대중이 지금 전개하고 있는 이러한 투쟁을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투쟁으로 상승·발전시키면 그 때가 바로 전민항쟁의 사상조직적 준비가 이루어지는 시점일 것이다.
민중생존권투쟁을 정치투쟁으로 상승·발전시키는데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자주적 민주정권의 강령과 시정방침을 반영한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집권의 대안세력으로 부상하여야 한다.

넷째, 선거투쟁을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투쟁으로 바라보고 대중투쟁과 밀접하게 결합하여 전개하여야 한다.
내년에 있을 지자체 선거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진출을 위한 중요한 전기이기도 하지만, 그 정치적 진출 자체가 이남 전역의 통일전선과 그 아래 각 지역의 통일전선을 건설·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최대한 다수를 당선시키는 것과 함께, 당락에 관계없이 각 지역의 통일전선을 건설·강화하는 성과를 남겨야 한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년 지자체 선거는 지역집권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투쟁이다.
그 말은 전민항쟁을 위한 각 지역의 통일전선역량을 건설하는 투쟁, 각 지역의 지방인민위원회 건설을 준비하기 위한 투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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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름에 따라 개별적 인간은 죽고 또 태어나기도 하며, 또 어떤 정치세력은 생겨나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형성된 공고한 사회적 집단이며 사회생활 단위인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민족 앞에 놓여진 역사적 과제도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50여 년 전에 조선민족이 완수하지 못했던 역사적 과제, 이남에 대한 미국의 식민지지배를 철폐하고, 이남 인민대중을 억압과 착취에서 해방하며,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제는 오늘 여전히 조선민족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늘 조선민족은 50여 년 동안 전개해온 간고한 투쟁의 결실로 그 과제의 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주·민주·통일의 새날을 여는 마지막 싸움을 전개하여 승리를 거두어야 할 임무가 바로 우리 세대 민족민주운동가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 마지막 싸움을 위한 준비를 다그치고 있는 민족민주운동가들에게,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탐구하고 헌신적으로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