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여는 원탁회의』를 제안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여는 원탁회의』를 제안합니다

정상훈(행동하는의사회 대표)

1.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위한 연대』가 왜 필요한가?

첫째, 사람이 모여 행동하기 위해서 보편 가치와 행동규범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들의 힘’ 즉 대중운동입니다. 그러나 뜨거웠던 8,90년대를 지나 우리가 맞이한 2000년대는 이념이 죽어버린 시대입니다. 보편 가치는 부정당하고 개인의 자율성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민주주의’, ‘혁명’의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돈’과 ‘무한 경쟁’이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시대 장애인, 여성, 노인, 어린이, 환자, 노숙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 약자들은 ‘보편적’으로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평범한 사람들은 버림받은 이웃의 고통을 ‘보편적’으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거대 이념이 없어도 좋습니다. 보편적 박탈과 외면에서 우리 모두가 해방되는 것, 이것이 이 시대의 보편 가치입니다.      

물론 세상의 변화에 애써 눈 감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분명 변했고, ‘한 사람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소중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대중’, ‘시위대’, ‘위원회나 단체’를 이루는 하나로 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한 사람의 가치 위에 쉽게 군림하는 보편 가치는 낯설기만 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과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시할 규범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숨결이 어린 행동을 통해서만 집단의 힘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시대 보편 가치로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제안합니다. 행동규범으로 ‘나눔과 연대’를 제안합니다. 나눔은 인류의 역사에 차별과 억압이 존재한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실천한 보편적 삶의 방식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오래된 길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갑니다. 나눔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만 이루어집니다. 나눔이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숨결이 중요합니다. 장애인 시설 종사자들은 사람의 따뜻함이 없는 기업 홍보 플래카드와 사진 촬영을 무척 싫어합니다. 나눔이 ‘운동’이 되고 울타리를 뛰어 넘어 연대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이 소중한 모두의 운동은 가능합니다.

둘째, 울타리를 뛰어넘는 연대운동이 필요합니다
물론 나눔운동은 세상을 바꾸는 한 가지 길입니다. 그러므로 나눔운동만으로 세상을 뿌리부터 바꿀 수가 없습니다. 사실 한 사람의 정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눔운동도 울타리와 고정 관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은 나눔운동의 몫이 아니다.’,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투쟁은 피해야 한다.’, ‘나눔운동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눔이 지금 박탈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의 원인을 없애거나 ‘박탈당한 사람들이 재생산되는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외면한다면, 자기만족일 뿐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회운동 단체는 이미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회운동 단체는 회원이 없어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사람의 모임이 어떻게 힘을 낼 수 있겠습니까? 단 하나의 원인에 의해 생기는 문제는 없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힘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단체의 협동이 필요합니다. 사회운동은 처음부터 연대운동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운동 단체들은 많은 ‘연대’와 ‘협의회’를 만듭니다. 그러나 그 많은 연대와 협의회가 ‘단체 대표자 모임’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할 일, 행동규범을 제시하지 못하는 협의기구, 한 사람의 참여가 조건이 되지 못하는 연대조직은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사람의 행동을 전제하는 연대운동만이, 참가 단체의 울타리와 기득권을 뛰어넘는 연대를 이룰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운동 곧 나누는 사회운동, 연대하는 나눔운동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운동이 필요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편 가치와 행동 규범을 제시하고, 고정관념과 경계, 기득권을 뛰어넘는 운동을 만듭시다. 그것은 나누는 사회운동, 연대하는 나눔운동이며,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위한 연대(줄여서 사람연대)’입니다.

2. 사람연대란 무엇인가?

가. 사람연대

사람연대는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장애인, 여성, 노인, 어린이, 환자, 노숙인, 파산자,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 약자와 다양한 단체, 시민, 학생, 노동자, 전문가가 나누고 연대하는 운동입니다. 사람연대는 이 시대 모든 이에게 보편적 삶의 규범을 제시하는 이정표이자 배움터입니다.    

나. 정신 :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은 이런 곳입니다.
        ·사람이 돈보다 소중합니다
        ·차별이 없습니다
        ·폭력이 없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쉽니다

다. 사람연대의 특징

첫째, 사람연대의 기본은 나눔운동입니다
나눔운동의 기본은 기부와 자원활동입니다. 기부와 자원활동은 사람연대 회원 모두에게 기본 의무입니다. 사람연대의 나눔운동은 이 시대 모든 나눔 가운데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기본을 거뜬히 해낼 때, 사람연대의 행동반경은 무한히 넓어질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부 사회운동단체에는 ‘기부’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기부를 요란하게 광고해서 명성과 권력을 튼튼히 해온 탓일 터입니다. 그러나 기부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 고통 받고 있는 약자들을 만나 보십시오. 그들 대부분은 무엇보다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박탈당한 사람들과 연대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그들의 ‘경제적 궁핍‘만은 외면해야 할까요? 가난에 짓눌리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력도 궁핍해 집니다.

사람연대는 ‘소득의 10% 회비 운동’을 벌일 것입니다. 소득의 10%는 결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따라서 사람연대 회원 모두에게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은 ‘나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담으로 이룰 수가 없습니다. 사람연대는 이 시대 보편적 박탈과 외면이라는 절박함을 가슴에 품고 시작하는 운동입니다. 따라서 사람연대는 회비의 10%를 회비로 납부하는 회원을 모범으로 존중할 것입니다.

둘째, 사람연대의 회원은 사람입니다
사람연대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본입니다. 첫 번째 원칙에서 언급했듯이, 사람연대는 나눔운동을 기본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나눔운동은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연대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을 통해서만 자신을 증명할 것입니다. 사람연대는 아래에서 만드는 연대운동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람연대 의사결정구조 역시 한 사람의 회원을 기본으로 삼을 것입니다.

사람연대의 기본단위는 사람이므로, 회비의 기본 단위도 회원입니다. 참가단체가 일정한 분담금을 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회원은 소득 가운데 일정액 또는 일정 비율을 사람연대 회비로 납부합니다.

셋째, 사람연대는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합니다
나눔운동은 사람연대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사람연대는 나눔운동만을 위한 연대가 아닙니다. ‘나누는 사회운동, 연대하는 나눔운동’입니다. 따라서 사람연대는 자신의 활동 영역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정치활동도 벌일 것입니다. 물론 사람연대는 정당이 아닙니다. 정치 성향이 사람연대 가입조건도 아닙니다. 그러나 ‘순수함’을 위해 정치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거나, 정당 참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사람연대는 거부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은 특정 영역의 활동만으로, 또는 특정 영역의 활동을 제외해서는 만들 수 없습니다. 모든 울타리와 선입견을 뛰어 넘어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운동이 가능합니다.  

보편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이 미리 같이 할 사람과 같이 하지 않을 사람을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들을 귀’ 있는 모든 개인과 단체에게 사람연대를 제안할 것입니다. 사람연대의 참가 범위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습니다. 사람연대 제안을 받은 개인과 단체의 결단이 사람연대의 범위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3.  [대표사업]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공동체 인연

사람연대는 ‘대표 사업’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은 보편적인 만큼 포괄적인 가치입니다. 사람들이 사람연대를 처음 기억하게 되는 것은 이름을 통해서가 아닙니다. 대표사업을 통해 기억합니다. 대표 사업이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생생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이라는 평범한 상식을 실현하는 길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가. 대표 사업의 조건

첫째, 기부와 자원활동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람연대에 참가하는 가장 일반적인 동기는 기부와 자원활동에 동참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연대의 대표 사업은 누가 보더라도 절박한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기부와 자원활동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기부와 자원활동은 가장 흔히 이루어지는 나눔운동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제대로 하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기부와 자원활동을 왜 모든 사람이 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사람연대가 기부와 자원활동을 여전히 기본 임무로 삼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연대의 나눔운동이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눔운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출발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 사회 나눔운동은 모든 사람이 납득할 만큼 투명하거나 정의롭지 못합니다. ‘객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 나눔이 진정 도움이 되었는가?’ 새로운 대중적 연대운동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방법은 저는 아직 모릅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둘째, 지역사회가 기본 단위가 되어야 합니다
첫째와 둘째 조건의 당연한 귀결이 셋째입니다. 물론 사람연대는 지역운동을 넘어서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전국 무대에서 활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운동이 기본입니다.    

셋째,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또는 변형이 가능해야 합니다
지역운동이 느끼는 커다란 어려움은 마음에 맞는 노동자, 학생, 환경운동가, 전문가, 정당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자, 학생, 환경운동가, 전문가, 정당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면, 사람연대는 지역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운동 영역을 아우르는 대표사업을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장애인, 다른 곳에서는 노숙인이나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연대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는 만큼, 사람연대가 지역사회의 다양한 영역으로 행동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운동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나.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공동체 인연(줄여서 사람공동체 인연)]

-사람공동체 인연은 사람연대의 정신인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지역사회에서 실현하는 운동입니다.

1) [사람공동체 인연]의 특징

첫째, 시민, 학생, 노동자, 정당인, 전문가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연대 회원이 연대합니다.
둘째, 장애인, 여성, 노인, 소년소녀가장, 환자, 노숙인, 파산자 등 지역사회 약자가 주체로 참여합니다.
셋째, 기부와 자원활동 등 나눔운동을 기본으로 합니다.
넷째, 지역사회를 기초로 합니다.

2) [사람공동체 인연]의 내용

-지역사회 자원활동가 모집
        ·기존 시민사회단체, 노동자, 학생, 정당, 의료인단체 회원 가운데 참가 신청
        ·거리와 인터넷을 통해 자원활동 신청
-지역사회 자원활동가 교육
        ·지역사회 소외된 사람들의 실태, 법과 제도 교육
        ·자원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교육
-사람공동체 프로그램
        ·장애인과 인연 맺기
        ·노숙인 실내 무료 급식
        ·파산지원센터 운영
        ·헌혈운동
        ·가정폭력 여성을 위한 쉼터(상담소) 운영
        ·장애가정, 저소득계층 어린이 방과 후 교사
        ·장애인, 저소득계층 어린이 문화·생태 체험
-지역사회 법·제도 개선 활동
        ·캠페인, 서명운동, 기부금 모집
        ·지역사회 공동체 학교
        ·연구조사, 공청회
        ·입법, 청원 활동(조례제정운동)

4.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여는 원탁회의(cafe.daum.net/peoplefortable)

사람연대는 모든 고정관념과 울타리를 뛰어 넘는 연대운동입니다. 따라서 사람연대는 만들 때부터 달라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여는 원탁회의(줄여서 원탁회의)’를 제안합니다. 원탁회의는 사람연대 건설을 논의하는 열린 자리이며, 개인과 단체가 모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원탁회의는 개인과 단체, 온·오프라인, 지역을 아울러 사람연대를 제안하고 의견을 들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열망하는 모두의 뜻을 모아, 이 세상에 사람연대를 제안하는 것이 원탁회의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