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한다.

오늘도 잘못된 법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 앞에 섰다.
해고되고 5번째 맞는 겨울, 이렇게 오래 해고생활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포기하였다.
단지 잘못된 법 적용을 바로잡아달라는 것 외에는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더 이상 없다.

  

대법원 건물에 쓰여 있는 자유, 평등, 정의 바로 이것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일 것이고 또한 의무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태광산업의 65명의 해고자들은 잘못된 법으로 인해 참으로 힘든 삶을 살아왔다.
자유, 평등, 정의가 대한민국 최고의 우량기업의 정리해고를 정당화시키고, 해고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주는 것인지 벼랑끝에선 해고자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출애굽기의 모세의 법처럼 없는 법이나 명확하지 않은 법은 상황에 맞추어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정리해고 4대 요건이라는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의 부당해고에 대한 울산지법과 부산고법의 재판은 있는 법을 엉터리로 적용했기에 우리는 억울하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명확하지 않는 법이라도 이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에서 재판이 이뤄져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울산지법과 부산고법에서는 명확한 법마저 엉터리로 판결하고 말았다.
법의 잣대가 가진 자 쥔 자를 대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태광산업은 회사가 어렵다며 길거리로 내몬 사람들이 예전에 파업을 통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였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사형선고라 했는데, 그 사형선고에 더하여 손해까지 배상하라는 태광산업의 비인간적인 작태! 그리고 그러한 비인간적인 태광산업의 행위를 정당하게 만드는 엉터리 법 잣대! 도대체 법은 사람을 잡기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봤다면 그 책임대상을 정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에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가 어렵다고 내쫓은 몇몇 해고자들에게 파업의 책임을 묻고 있다.
파업을 진두지휘했던 위원장, 임원들, 상집간부들, 쟁의대책위원들은 모조리 소를 취하하고 오로지 해고자들에게만 파업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려하니 이것이 형평성에 맞단 말인가?

  

우리는 희망한다.
울산지법과 부산고법의 잘못된 재판을 대법원이 바로잡아줄 것을 희망한다.
우리들의 아주 소박한 꿈이 깨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