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연예인들의 사회문제 인식, 대단한 성과”
[인터뷰]스크린쿼터축소 반대 현장 나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박준영(jajumb) 기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북미관계 등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최근 김민웅 교수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한반도 문제 관련 포럼자리보다는 스크린쿼터축소 반대 현장이다. 바쁜 와중에도 두 차례에 걸친 촛불집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스크린쿼터축소 반대 운동의 중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과연 김민웅 교수는 왜 이 문제에 주목하는 것일까.
그는 무엇보다도 한국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만큼 한국영화의 질적, 내용적 발전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있는 김민웅 교수. 물론 그가 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 주목하는 것은 이 이유만은 결코 아니다. 대중연예인의 각성과 실천은 대중의 각성과 실천으로 직결되고 쿼터 축소 반대는 단순한 영화인들의 생존권 사수를 뛰어넘어 미국의 패권주의 반대, 반제와 자주의식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함께 동참하고 있는 김민웅 교수를 만나 스크린쿼터 축소가 가져올 파장과 축소반대 운동의 의의에 대해 들었다.
– 두 차례에 걸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쿼터 축소 반대운동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면 부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쿼터 축소 문제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군사, 경제, 문화적으로 한반도를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는 거다. 때문에 이를 저지해야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의식이고 특히 쿼터 축소문제는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데 중요한 동기가 있다.
또한 문화적 측면인데 60년대에는 문학이 우리 역사를 밀고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70년대에는 마당극, 80년대에는 그림, 90년대에는 노래가 이런 역할을 했다. 지난 수십 년간의 문화적 역량이 총체적으로 축적이 된 결과가 바로 영화이다. 그래서 영화 안에는 그간 우리가 노력해왔던 주체적 문화적 요소가 나름대로 포진해 있고 성숙되어 있다. 쿼터가 축소되면 이런 문화적 축적이 위협받게 된다.”
영화는 우리 문화의 총제이자 문화발전의 통로
쿼터축소는 문화역량의 기본환경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경비구역JSA>이나 <웰컴투 동막골><홀리데이><왕의 남자> 등 내용적으로 봐도 우리 사회의 내부 문제, 한반도 문제를 역사적으로 전진시켜 나가는데서 영화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략산업으로서의 영화의 가치도 대단하다. 그런데 이것을 놓치게 되면 전략산업 차원에서도 타격을 입고 역사를 밀고 나가는 문화적 동기도 약화된다. 그동안 쌓아왔던 문화 역량의 총체적 기반의 기본 환경을 빼앗길 수 있다.
- 그렇다면 쿼터 축소가 가져올 파장을 예상한다면
“쿼터는 FTA의 전제조건으로 요구됐고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처신도 못마땅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하게 된다면 종속경제의 심화,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등이 예상된다. 물론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굉장히 위험하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이것은 내주자는 식인데, 그렇지 않다. 문화장악은 가장 어려운 부문이다. 그런데 문화를 이렇게 쉽게 내준다는 것은 이후 많은 것을 손쉽게 내주게 되리라고 예상하게 된다. FTA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인식과 논의가 전개도지 않은 상태에서 쿼터를 내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진상파악이 중요하다.”
- 쿼터 축소로 외국영화가 더 많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이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해달라
“단순히 영화시장만 축소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군사적 기지, 경제적 시장 확보, 문화적 장악은 하나로 엮여 있다. 문화란 가치관의 문제다. 이를 꽉 잡고 있으면 군사, 정치, 외교, 경제문제를 제기할 비판적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거다.
영화는 자본주의 시장체제의 구매방식, 행동방식을 담고 있고 사는 스타일을 만드는 중요한 장치다. 그야말로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전체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이데올로기적인 장치다. 한류를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나. 드라마만 들어가나? 문화적 장치, 산업역량이 함께 들어가고 국가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문화다.
영화란 군사, 경제문제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도 <꽌타나모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가 꽌타나모 기지의 인권유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할리데이>가 사회양극화 문제를 제기하고 <왕의 남자>가 길들어질 수 없는 민중의 저항, 권력과의 팽팽한 긴장을 이야기하잖나. 이 모든 문화적 발언대, 무대를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쿼터 축소는 이를 빼앗는 것과 같다.”
- 그러나 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비판하는 반대 목소리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다는 건데
“경쟁력이 있으니까 보호장치 없어도 된다는 건데 여기에는 묘한 논리가 있다. 삼성 핸드폰을 예를 들면 국내시장 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경쟁력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국제시장에서 잘 나가는가로 판단하자. 그런데 영화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국내시장 점유율을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는데 이는 기만이다. 미국시장에서 한국영화가 몇 개나 틀어졌을까. 반면 한국에서는 미국영화가 얼마나 틀어졌을까. 50-60%다.
한 마디로 말해 이제 막 동네축구에서 이기고 곧바로 아시아 무대, 월드컵 나가는 꼴이다. 상대는 엄청난 거구다. 친선경기라면 괜찮지만 이건 깨지면 끝이다. 그런데 보호막도 없이 어떡하라는 건가. 권투할 때 안면보호대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인데 안 될 말이다.”
- 또 다른 반대의견으로는 영화인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예전에는 잘 몰랐다가 이제 알게 된 것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절박한 문제를 안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연대해 나가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긍정적인 것이며 또한 영화인들은 농민들의 절박한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사죄했다. 이런 움직임들이 다 변화의 계기로 축적되는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집단이기주의라고 하는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FTA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봉쇄하고 일부 계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 자체가 가장 적나라한 집단이기주의 아닌가. 이런 집단이기주의를 질타해야 한다.”
경쟁력이란 국내가 아니라 ‘국외’에서 통용되는 것
쿼터축소는 동네축구 이긴 팀에게 월드컵 출전하라는 꼴
- 영화를 희생시키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산업효과를 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 또한 있다
“굉장히 단편적인 사고다. 그것만 따져서 이야기하더라도 이미 핸드폰, 자동차의 미국 관세장벽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낮춰봐야 별 소득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관세장벽이 높다. 이걸 허무는 건 우리에겐 굉장한 손해다.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이번에 드러났지만 영화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세계적으로 대단히 뛰어나다는 거다. 국가에게는 이런 영화가-국가가 주도해서는 안되겠지만-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책임이 있다는 게 입증되었다. 이것을 포기하려는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 이번에는 쿼터 축소로 인한 타격에 대해 듣고 싶다. 먼저 쿼터 축소가 한국영화 발전에 끼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쿼터는 영화발전의 기본환경을 만들어 왔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릴까 안 걸릴까 걱정하지 않고 위협받지 않으면서 영화 제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쿼터 벗어내는 순간 영화인들이 작품 자체보다 다른 많은 것들을 더 고민해야 한다. 쿼터는 유통의 문제다. 일단 선보일 멍석은 확보했다는 건데 이 무대가 사용 불가거나 반만 사용해야 한다면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 시대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대박 터진 영화는 몇 안 된다. 그런 영화 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있다. 과연 쿼터가 축소된다면 그런 영화들이 극장에 걸릴 수 있을까. 실험정신을 가진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은 꿈도 못 꿀 것이다. 이런 영화들의 자리는 점점 더 비좁아지고 영화는 더욱 산업화될 것이다. 그럼 관객들은 봐야하고 볼 만한 의미있는 영화들을 보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만드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쿼터축소는 한국영화의 내부다양성의 버팀목을 빼는 것과 같다.”
- 그러나 관객의 한국영화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쿼터가 축소되더라도 한국영화는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선택은 관객이 하는 건데 왜 관객의 선택과 안목을 믿지 못하느냐는 말인데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 개의 핸드폰이 매장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졌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매장에 나오지 않은 핸드폰을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나.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급사 입장에서 보면 미국에서 대박 터트린 영화를 극장에 걸고 싶지 아직 대박 터질지 확인도 안 된 한국영화 걸고 싶겠나. 관객들이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
- 영화는 산업이자 문화로서의 특수성을 갖는데 문화적 타격은 어느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는가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문화의 총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고 이것이 발전하는 공간이다. 최근 보더라도 연극작품이 영화로 진출하지 않나. 다영화의 총체적 성격 때문이다. 영화가 흔들리면 연극,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제 영화는 우리 문화 발전의 통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제작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들은 자기 구민에 맞는 방식으로 투자를 제안할 수도 있다.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를 한국을 대상으로 만드는 거다. 그런 영화에 최민식, 이영애 같은 배우가 출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영화가 만들어내는 문화의 기본환경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웰컴투 동막골>이나 <공동경비구역 JSA>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영화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
- 미국으로 눈을 돌려 봤으면 한다. 미국은 왜 우리에게 쿼터 축소를 요구할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FTA 말고라도 쿼터 축소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요구해온 사안이다. 한국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현재 미 국내에서는 영화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달리 말하자면 밖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한국시장이 만만치 않은 거다.
한국영화가 전세계에서 미국과 맞짱 뜨는 몇 안되는 영화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를 꺾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쿼터가 문화다양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성장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모범으로 들어 자신들의 영화산업을 발전시킬 전략을 세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에게는 곤란한 결과니 봉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저항이 만만치 않음은 예상했을 거다. 그래서 FTA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으리라고 판단된다. 즉, 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면 다른 협상을 할 때 한국정부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쿼터 축소를 시금석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쿼터 축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동시에 FTA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무래도 FTA의 상징은 미국인데 미국에게 FTA는 어떤 의미인가
NAFTA를 예를 들어보자. 미 국내시장에서는 임금, 환경문제 등 저항과 규제가 크다. 그런 미국입장에서는 제약도 없고 규제도 없는 다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것도 일종의 투자이고 투자가 되면 일자리를 생긴다는 논리도 멕시코에 미국진출 공장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 멕시코는 열악한 임금수준과 심각한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곧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통로가 되었고 미국의 투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정부 쪽에서는 저들의 입맛에 맞게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 또 투자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에 대한 엄격한 규제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나라는 망가지고 동시에 국내 경쟁산업은 죽게 된다.”
FTA는 철저히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체제
우리는 별 이득도 없이 산업기반만 무너뜨리는 꼴
- 우리에게 미국과의 FTA는 산업효과가 클 것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는데
“미국은 FTA를 맺고 나면 한국의 미국 진출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2%인 현행 관세를 낮춰봐야 별 소득이 없다. 반면 우리는 30-40% 관세 적용도 있는데 이건 다 내주는 거다. 그렇게 미국 기업 받아들여서 법제도 정비를 포함해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한다. 별 이득도 없이 우리 산업기반만 무너지는 꼴이다.”
- 쿼터 축소 반대 운동은 단순히 그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FTA에 대한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중연예인들의 문제제기를 그 파급효과가 어마어마 하리라고 보는데
“그 점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 운동을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여러 가지 운동들이 정체현상을 겪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대중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단기적 이익으로만 파악하지 않고 FTA 문제,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민식씨는 무대에서 미국의 문화패권주의를 이야기하지 않나. 영화인들이 농민과의 연대를 선언하기도 했고. 앞으로 좀 더 주목해야 하겠지만 대중연예인들이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대단한 일이다. 대중연예인들의 각성은 대중들의 각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고 동력을 확보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서 굉장히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 그렇다면 쿼터 축소 반대 운동으로 대중들의 반미운동의 한 차원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인가
“반미라는 말은 운동의 실체를 오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오히려 반제가 맞다고 본다. 미국의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거고 우리 자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자주의 개념이다. 영화인들도 자신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화배우가 이런 각성을 표출한다고 해서 ‘빨갱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대중연예인들의 각성과 실천은 우리 사회의 반제, 자주의식 성장에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