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화와노동322호포항과 평택, FTA와 노동악법 투쟁은 하나다!

포항과 평택, FTA와 노동악법 투쟁은 하나다!  
노무현 정권 퇴진투쟁을 전선의 중심에 세우자  

  

사회진보연대  

장마와 폭염을 뚫고 하중근 열사투쟁이 힘겹게 불씨를 잇고 있다. 그러나 열사투쟁은 우리의 바람만큼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포스코와 정권은 열사가 넘어져서 죽었다는 기만적인 부검결과를 발표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들고, 강경진압 일변도의 파렴치한 작태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타결되었다고 보도된 건설노조의 단체협상 역시 사측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한다. 지난 보름간 달려온 열사투쟁의 칼끝을 벼려, 8,9월 투쟁의 기본방향을 곧추 세울 때다.

도덕적 울분과 단순폭로를 넘어 사회정의와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으로

도덕적 울분에 기초한 일점돌파식 단순폭로형 전술은 오늘날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부도덕한 권력의 비밀과 그것을 숨기고 지탱하는 권위적인 폭력의 시대, 그 시절 우리의 투쟁방식은 은폐된 사건을 폭로하고 여기에 기반을 두어 지배체제의 균열을 가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노무현 정권 역시 군사정권에 뒤지지 않는 폭력성과 부도덕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여전히 많은 민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개혁의 반민중성이 그 비밀이 폭로된다고 바로 전민중적인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광주의 비밀은 알리는 것만도 힘겨운 일이었고 동시에 그 자체로 충분했지만, 신자유주의개혁의 비밀은 더 많이 더 넓게 폭로됨과 동시에 원인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면 아무 실효성이 없다. 정권에 대한 일점돌파식 폭로와 타격이 지배체제의 균열을 불러일으켜 (지배체제의) 위기를 가속하는데 맞추어졌던 투쟁전략은 노동자민중의 대안적인 연대연합의 형성을 달성하는 것으로 이동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과 단일정치전선 수립을 위한 대정권 투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모두가(좌우가 동시에) 반대하는 정권에 대한, 그것도 모두가 경멸해마지 않는 인격화된 권력으로서 노무현 개인에 대한 도덕적 단순 폭로만 있다면, 이는 자칫 타인에 대한 불신과 증오의 감정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런 투쟁은 노동자민중의 대안적 연대연합 창출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두가 구조조정의 대상이라는 것 역시 너무나 상식적이고 공공연한 비밀이다. 단지 나도 해고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몰라서 연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 이외의 대안에 관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우선 당장 해고되기 전까지라도 바짝 벌어서 대비하자는 개인적 전망이 연대의 전망을 압도하는 것이다. 또한 단지 대중의 심성이 죽음에 대해 무뎌지고 이기적으로 변질된 것도 아니다. 공동의 미래전망이 무너짐으로써 일상화한 폭력이 출현하게 된 현실에서, 언제 나도 저런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 개인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자조적인 비웃음을 이겨내고 연대를 통한 집단적 대응방식으로 나가는 길은 그리 간단치 않은 여정이다. 그러므로 도덕적 울분에만 의존하는 선전, 운동 방식은 투쟁의 대중적 확산과 참여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개혁은 금융세계화와 군사세계화, 노동 불안정화라는 세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 세 형태의 공격은 각기 다른 양상의 폭력과 불평등을 양산해낸다. 물론 다종 다기한 신자유주의공세의 파괴적 효과들은 하나의 연관 속에서 전개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그 같은 사실은 정책개혁을 추진하는 지배집단의 머릿속에서나 명확하다. 현실에서 구체적인 공격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이처럼 비극적이고 천인공로할 사건들은 말 그대로 개개의 우발적인 사건 사고일 뿐이다.
지난해 전용철 열사를 가격한 날선 방패는 아펙(APEC) 사수를 위해 동원된 병력의 무기였고, 하중근 열사의 머리를 내리친 방패와 소화기는 한미FTA를 방어하기 위해 동원된 무기였다. 이번 사건은 보수언론이 이름 지은 이른바 ‘포항건설노조사태’가 아니라 노동의 불안정화에 따른 사회적 배제와 노동기본권박탈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폭로하고 해설해야한다. 더 나아가 또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건의 마무리는 사태해결의 맥락과 유족보상의 수준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기본권확보와 사회정의회복을 위한 노동자 민중간의 대안적 연대 연합의 확대만이 진정한 해결방책임을 분명하고도 실천적으로 확인해야한다.

포항에서 전국으로, 건설노조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기본권투쟁으로

더욱이 이번 하중근 열사투쟁은 지난해 전용철 열사투쟁에 비해서도 좁은 울타리에 갖혀 있는 형국이다. 전용철 열사투쟁이 투쟁초기부터 쌀개방철회/정권규탄이라는 전국적이고 정치적인 중심점을 분명히 했던 것과 달리, 하중근 열사투쟁은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쟁취투쟁이기 이전에 건설노동자 그것도 포항지역 포스코건설노동자들의 투쟁으로만 비춰지고 있다. 보수언론들의 외면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두 세 차례 열린 포항집중집회와 포항건설노조 상경투쟁단의 헌신적 투쟁을 서울을 비롯한 여타 지역의 투쟁계획이 뒷받침 못해주고 있다는 현실은 이런 상황을 고착화하는 더 큰 장애요소이다.
8월 19일 예정되어있는 포항집결 노동자대회 전후에 우리는 각 지역별 현장선전과 소실천에서 하중근 열사투쟁이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이라는 주장을 확산해야 한다. 하중근 열사의 죽음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완전히 무시된 상황의 필연적 귀결이며,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의 차원에서 하중근 열사 투쟁이 전국화하고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절실한 과제다.

9월 FTA 3차 협상, 비정규노동악법, 노사로드맵 저지투쟁, 평택과 포항을 결합해야만 한다

열사를 살해한 1077, 1078 부대가 5월 4일 평택 대추 초등학교 철거 작전 부대였다는 사실은 전용철 열사를 때려죽인 이종우기동단장이 평택 과잉진압의 현장책임자였다는 사실만큼이나 충격적이다. 평택에서는 이제 8월 중순 이후 강제철거가 자행될 예정이며, 9월에는 기만적인 FTA 3차 협상이 미국에서 진행될 것이고, 정기국회에서는 그동안 미뤄져 왔던 비정규노동악법과 노사관계법 개악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 모든 사안들이 하나의 신자유주의 공세에서 비롯하는 다른 형태의 결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사실 확인과 당위적인 주장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나눠져 전개되고 있는 평택과 포항투쟁, 노동악법투쟁과 포항투쟁이 결합되기는 어렵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이들 투쟁들 간의 실천적인 결합을 모색하지 않는 한 다른 활로는 없다.
이제까지 이를 결합하려는 시도들은 각각의 투쟁의 요구를 공동으로 내거는 수준과 일정을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내딛고자 한다면, 이 때 중요한 것은 정치적 공동과제를 합의, 형성해내는 일일 것이다. 이 모든 사안들의 기획 집행자인 노무현정권의 책임을 묻는 정치적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노무현 정권 퇴진투쟁이 전선의 중심에 서야 한다.

물론, 노무현 정권퇴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퇴진슬로건을 내건다고 우리투쟁의 난관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각의 투쟁과 사회운동들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방식의 연대 또한 투쟁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방향이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기한 정치적 공동과제를 중심에 놓고, 각각의 투쟁 사안들이 이에 대한 공동투쟁의 합력을 드높일 수 있게끔 자신의 투쟁 국면을 바꿔내고, 또 이 같은 흐름이 신자유주의라는 반동적 공세를 강화하는 노무현 정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가게끔 투쟁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 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과제다. 하중근 열사투쟁이 평택강제철거 저지투쟁의 정치적 기운을 북돋을 수 있도록 지지·연대하며, FTA 투쟁과 노동악법투쟁이 하중근 열사투쟁의 전망을 확보하는 것. 다시 말해, 실제적인 정치적 과제를 중심에 놓는 공동투쟁 태세를 확보하는 일, 그럼으로써 고립과 정체상황에 직면한 개개 투쟁전선의 기운을 북돋우어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공세적 전환을 이루어 내는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