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초등학교를 철거하고 이어서 빈집 철거 같은 강제집행을 하겠다는데, ‘우리 입장을 따라와야 너희와 대화를 해주겠다’는 것이 무슨 대화입니까” 영화배우 최민식씨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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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ont color=maroon size=4>”9월 24일에 또 봐요”
[인터뷰] 영화배우 최민식의 ‘평택 생각’ </font></b>
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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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괜찮으시냐고 먼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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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터놓고 얘기해서 <민중의소리>가 대중적인 성격보다는 사회 비판적 성격이 강한 매체고,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이 일단락된 이후 ‘연예인 신변 잡기’가 아닌 다시 사회 문제를, 그중에서도 평택미군기지라는 골치 아픈 것에 대해 그의 생각을 물어 볼 요량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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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최민식 씨는 “어느 시대야 안그렇겠어요. 하지만 요즘 같은 때일수록 옳은 말을 용기있게 할 줄 아는 매체가 절실하죠. 주류 언론들은 아무리 대중적이라 해도 나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정치와 권력에 대한 기본적인 감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며 기꺼이 <민중의소리>를 띄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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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나는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며 기자의 인터뷰 의도에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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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maroon> ”박찬욱 감독이나 배우 문소리 씨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높은 영화인들이 많은데, 아무리 영화배우고 감독이라도 이라크 파병이나 효순이ㆍ미선이 사건을 대하고 신경이 안쓰인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그래서 그때마다 비판적 의견을 굳이 참지도 않았습니다.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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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성격 때문에 배우들이 하는 말은 곧잘 도마에 오르고, 그 주장 내용과 정당성이 깊이 고민되기도 전에 사회적으로 미리 정해진 편가름식 잣대를 통해 너무 쉽게 ‘재단’ 되는 것이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한미FTA, 평택미군기지 문제를 말하면서 왜곡된 비판에 일찍이 굴복하려면 아예 손을 대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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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이면 안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먼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은 어떻게 정리가 되었냐’고 불쏘시개를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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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maroon> ”가시적으로는 그 상태(7월 1일, 스크린쿼터 축소) 그대로에요. 그런데 오히려 스크린쿼터 축소는 지엽적이고 협소한 문제가 됐습니다. 더 큰 건 한미FTA니까. 영화, 문화는 물론이고 교육이며 환경이며 공공서비스까지 다 말아먹는 그놈의 한미FTA를 원천무효시키는 것을 다음 활동 목표로 삼고 있어요.”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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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영화인들의 투쟁이 계속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최민식 씨는 명쾌한 톤으로 “물론”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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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이제 본격적으로 평택미군기지확장에 대해.</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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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일단 ‘너무 쉽게 재단하기’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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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 ‘국가 안보’나 ‘미군’, ‘미국’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논란을 벌인다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보수언론은 ‘무조건 반미라서 안된다’고 하고, 그 운동을 북한과 연관시키기까지 하며 ‘빨갱이’취급 하는 것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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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maroon> 더욱 화가 났던 것은 그곳의 60, 70대 노인들을 두고 ‘돈 때문에 저런다’고 호도하는 것이었죠. 이 얼마나 무섭고 성숙하지 못한 얘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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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세력’, ‘친북반미 단체’, ‘더 높은 보상을 바라는 주민’ 등 평택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덧씌워진 이러한 굴레에 그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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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인들에게도 그랬어요. 외제차 타고 다닌다, 언제 너네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었냐, 밥그릇 빼앗길까봐 그러느냐, 심지어 어느샌가 저도 ‘빨갱이’가 다 됐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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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물타기 여론을 정부측은 교묘히 이용해 가며 자기 정책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데 쓰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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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게 강우석 감독이 ‘영화배우들의 출연료가 너무 높다’고 예로 나와 송강호씨를 지적한 것인데, 많은 언론사들이 같은 얘기를 들었지만 유독 조선일보만 중요기사로 뽑아 올렸죠. 영화계내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 이후 마치 우리가 스텝들을 착취해 먹는 세력으로 둔갑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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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BIT(양자간 투자협정)체결을 막아 낸것도 한줌도 안되는 딴따라들이었는데, 이런 것을 잘 이용해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미FTA 협상의 문을 연 정부 고위 관료들이 9년만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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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vop.co.kr/news/upload_200608/49592-120060824_choiminsik002.jpg”>
△영화배우 최민식씨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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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민식 씨는 “국제분야 전문가가 아닌, 나 같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의 상식’으로도 언론을 통해 평택이나 한미FTA 문제를 유심히 보면, 미국이 원하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한국 정부가 얼마나 잘 못 가고 있는지 곧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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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확장 문제를 ‘친미vs반미’, ‘보수vs진보’가 입장을 달리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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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문제인데, 주민들의 생존권이 빼앗기는 문제인데 이들의 서로 다른 성향이 평택미군기지확장에 다른 입장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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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maroon> 우리에게는 국민의 모든 생존권과 기본권이 ‘국가 안보’라는 논리 하나로 몽땅 묻혀 버린 ‘암흑의 시기’를 겪었잖아요. ‘너희들이 그러면 북한만 이롭게 한다’는 논리 하나로 국가보안법은 얼마나 많은 인권침해를 낳았으며, 영화인들처럼 창작활동을 펼치는 예술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 당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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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택미군기지확장 계획이 추진되는 이면에 군사정권 시절의 ‘안보 지상주의’가 관철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요.”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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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의 ‘평범한 40대의 상식’으로, 노무현 정권을 곱지 않게 보는 것은 당연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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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죠. 기다리고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일보다 군홧발로 밟아 뭉개고 패고 까고 하면. 겁나서 반대를 못하니까. 설령 일 만 번을 양보해서 국방정책 관료들의 평택미군기지확장 논리가 맞다고 쳐요. 좋다 이거에요. 하지만 나는 ‘세상이 바뀌었다’라고 하려면 군사 정권시절에 벌어지던 이런 일들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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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초등학교를 철거하고 이어서 빈집 철거 같은 강제집행을 하겠다는데, ‘우리 입장을 따라와야 너희와 대화를 해주겠다’는 것이 무슨 대화입니까. 옛날과 다를바 없는 일방적인 통보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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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maroon> ’참여’정부라면서요? ‘대화와 토론’을 하는 정부라면서요? 그러나 나는 노무현 정부는 사실 그 옛날과 다를게 없는 정부라고 생각 합니다.”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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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씨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겠다”며 다음 작품을 뭘로 할 것인지 고심 중이라 했다. 사람들은 머지 않아 스크린을 통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리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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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를 촬영하면서 영화와 연기 속에서 참 자유로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저는 투쟁에서도 그 같은 자유를 느껴요. 욕먹고 힘든일 좋아할 사람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이 일이 정말 옳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다는 자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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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힘주어 말한다.
”어느덧 제가 40대 중반인데, 지금껏 연기를 해오면서 그리고 살아오면서 대중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잘 보일까’를 고민하면서 연기한다는 건 연기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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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전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 관리’를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크린쿼터 사수나 한미FTA저지 투쟁을 하면서 그때까지 해온 것의 수십배에 달하는 인터뷰를 했지만, 이전에는 영화를 찍은 배우가 가지는 최선의 의무를 다하는 것 이상으로 방송, 매체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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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www.vop.co.kr/news/upload_200608/49592-220060824_choiminsik042.jpg”>
△”저는 투쟁에서도 그 같은 자유를 느껴요. 욕먹고 힘든일 좋아할 사람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이 일이 정말 옳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우리가 지금 하고 있다는 자유 말이죠” 영화배우 최민식씨 ⓒ민중의소리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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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작품과 연기로만 평가 받고싶은 욕망이 더 크다는 ‘자연인’ 최민식. 그는 인터뷰 말미에 또 하나의 ‘반전’을 일으켰다.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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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미FTA저지 투쟁을 해오면서 두가지 광고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델몬트 쥬스’ 광고는 사실 10년전에 찍은 거에요. 96년에. 나도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을… 그렇지만 제4금융권 광고에 출연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경솔했던 것이 맞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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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제의해온 업체측은 악덕 사채업자가 아닌 정부의 허가를 얻은 제도 금융권에 속해 있었으며, 나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판단해서 출연 섭외를 요청한 것이니 당연히 아무 문제도 없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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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4금융권으로 부터 적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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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사무실 유지 문제도 있고 해서 좀 가볍게 생각한 제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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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들의 얼굴 마담’으로 취급 받는 것에는 별도의 억울함이 있지만, 이 문제로 내 개인이 지탄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 까지 폐를 끼치게 됐고, 평소 저를 아끼시는 분들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면이 허락된다면 제 이 뜻도 좀 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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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부터 9월 24일 서울에서 열릴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를 위한 제4차 평화대행진’의 소식을 접한 그의 표정에는 그때 즈음의 스케줄을 뒤척이는 표정이 일순 스쳤다. 그러나 그는 이내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참석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날 함께 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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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maroon> 사무실을 나설 때는 현관 밖까지 배웅을 하면서도 잊지 않고, “9월 24일에 봅시다”라며 손을 들어 줬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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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08월25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