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공공성, 파탄난 노동권, 가중되는 국민부담을 초래할 노인수발보험법 상정을 즉각 철회하고
늙고 병든 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장기요양보장제도를 설계하라!
정부는 11월 7일, 법사위에 노인수발보험법을 상정하였다. 관련 법안이 무려 6개나 될 만큼, 노인요양제도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노인의 노후 및 요양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겠다는 말에 국민들의 기대도 상당하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은 제대로 된 요양복지서비스를 질적, 양적으로 담고 있는가?
본인부담 20%? 실제 이용자의 부담은 더 늘어나!
노인수발보험법의 재원조달방식은 사회보험방식을 기본으로 하여, 건강보험가입자가 건강보험료액에 수발보험료율을 곱하여 책정된 수발보험료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부담 이외에도 급여대상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용금액의 무려 20%를 본인부담하게 되어있다. 결국 정부는 “이제 사회적 효도를 실천할 때입니다”라고 선전은 하면서도 실제로 본인과 가족들의 노인요양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이다.
노인복지분야는 급속히 시장화되고 사회공공성은 파괴
노인수발보험법은 현재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각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를 서비스 지도감독기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민간시설이나 서비스 제공업체를 연결하는 역할 외에는 제도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한 규정이 전무한 것도 큰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공적노인요양보장체계 시안」(2004)에서는 ‘공급주체로서 다양한 민간사업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다’고 언급하고 있고, 「노인요양보장제도 추진방향」(2005)에서는 제도 시행방안에서 ‘요양서비스 기관은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등에 의한 사업주체를 기본으로 민간사업자와 비영리법인·단체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촉진한다’고 되어있으며, 향후대책으로서 재가시설에 있어서도 ‘민간자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정부는 서비스 전달체계와 책임에 있어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은 불분명하게 명시해놓고, 공적인 장기요양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보험이라는 확실한 재정으로 뒷받침되는 민간시장의 영역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복지분야가 시장화되면 사회공공성은 파괴되고 정작 노인들에게 서비스의 효과를 고르게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노인복지제도의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에서도 이미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복지분야에 대량으로 진출한 영리법인들은 요양서비스사무소의 철수와 통폐합을 계속하여 요양서비스 공급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비정규직 양산하고 해당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할 노인수발보험법은 전면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노인수발보험제도가 민간시설의 무분별한 참여를 유도하며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요양시설이 많은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사업임을 감안했을 때, 결국 시설은 효용성과 비용 삭감의 명분 아래 종사노동자의 근무시간 연장, 저임금 등의 열악한 처우를 재생산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이처럼 노인요양서비스의 시장화는 해당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문제와 직결된다. 또한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에는 해당노동자의 법적지위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정부는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일자리 창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으나, 현재 간병인 노동자가 그 어떤 노동법의 적용도 받고 있지 못하는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하였을때, 결국 노인수발보험법의 제정은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해당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하게 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연결된다. 해당노동자들은 서비스 제공에 있어 대상자와 직접 대면하는 긴장과 과도한 서비스 부담을 안고 있는 반면, 서비스 질 확보를 위한 교육을 제공받지 못한다. 이는 안정적으로 요양서비스를 받아야 할 노인들에게도 이중삼중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는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와 제공받는 대상자 모두의 권리를 침해하는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늙고 병든 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노인요양보장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노인요양복지서비스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국민의 권리이며, 국민적 설득과 합의 속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을 때,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는 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은 단추나 다름없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하여 일본개호보험 제도의 한계점에 대해 알린 일본개호보험 설계자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기도 하다.
부실한 공공성, 파탄난 노동권, 가중되는 국민부담으로 점철된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늙고 병든 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노인요양보장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사회적인 연대를 조직할 것이다.
▶국민의 부담 증가시키고 저임금 비정규노동자 양산하는 노인수발보험법 상정 및 통과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명시되고 공공시설과 인력확충안 제시된 제대로 된 장기요양보장제도를 시급히 마련하라!
▶안정적인 장기요양보장제도 시행을 위해 전국의 25만 간병인 노동자성 인정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노인요양복지제도를 위한 재정계획을 마련하라!
2006. 11. 9
민주노총 공공연맹 사회복지업종본부(자활노조, 의료연대노조, 에바다복지관노조, 목포농아원노조, 명륜종합사회복지관노조, 전국보육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회복지노조, 제주한라병원노조, 인성병원노조, 상애원노조, 한빛맹아원노조,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노조, 충북양로원노조),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민중복지연대,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