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의 3.17 집회 왜곡 보도에 대한 기고문

* 3월 19일 치 <한겨레> 신문에 3.17 국제공동반전행동 관련 기사가 몇 가지 왜곡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한겨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겨레> 기사에 대한 반론 형식이 아니라 당일 집회에 관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평가와 입장을 신문에 싣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3.17 국제공동반전행동에 대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평가를 <한겨레>에 기고문으로 보냈지만 거절했습니다.
기고문 원문입니다.

3·17 국제공동반전행동과 집회·시위의 자유

                                                      김광일(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위원)

지난 3월 17일 이라크 침략 4년을 규탄하기 위한 국제공동반전행동이 서울역 광장에서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거의 2천 명 가까운 시위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 종식과 파병 한국군 철수, 이란 공격 반대를 외치며 자신감 넘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날 시위는 반전 운동의 본래 요구를 알리는 것뿐 아니라 최근 노무현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민주적·시민적 권리 제약에 맞선 저항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했다. 지난해 11월 한미FTA 반대 시위 이후 정부가 도심 행진을 거의 다 불허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마치 이번 집회와 행진이 경찰의 관용이나 선심 덕분에 가능했던 것처럼 보도했다. “[경찰이]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경찰은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집회와 행진을 막으려 줄곧 애썼다. 서울시경은 서울역 광장 집회와 광화문까지 거리 행진을 내용으로 2월 15일 파병반대국민행동이 낸 집회 신고를 바로 다음 날 금지 통보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경찰청에 제출한 금지 통보에 대한 이의신청도 묵살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정부의 집회 ‘신고제’가 껍데기일 뿐이고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경찰의 시위 불허에 대해 불복종 선언을 했다. 거리 행진을 포함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3·17 시위와 행진을 한사코 가로막으려던 정부가 결국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처음에 제출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의 집회 신고서를 받아들여야 했던 것은 파병반대국민행동측 조직자들의 단호한 저항 의사와 이에 대한 국내외의 광범한 연대와 압력 때문이었다.

물론 이 때조차 경찰은 ‘3백 명 미만의 사람들이 인도로 행진하되 광화문이 아닌 청계광장으로 행진하라’는 터무니없는 조건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대체 2천 명 규모의 시위에서 3백 명 미만으로 ‘행진 대표단’이라도 뽑으란 말인가? 이것은 사실상 행진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었고, 따라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에 맞선 불복종을 공개 선언했다.

경찰의 방해는 집회 당일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당일 50여 대의 전경버스를 동원해 서울역 광장을 겹겹이 에워쌌다.

그러나, 결국 경찰은 시위대의 결연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이날 시위대는 집회를 마친 뒤 애초 신고한 내용대로 2개 차로를 이용한 행진을 시도했고, 성공을 거뒀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주최측이 당국에 신고한 내용대로 도로 행진을 벌인 중요한 승리였다! 집회 참가자들이 주로 인도로 행진했다는 <한겨레>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날 차로를 이용한 행진은 <MBC>, <SBS>, <YTN> 등의 뉴스 보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월 17일의 집회·시위 자유 쟁취는 노무현 정부의 불합리함에 항의하는 국내외의 정치적 압력의 결과였다. 오늘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다른 민주적 권리가 모두 기나긴 대중 투쟁의 결과로 얻은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아울러, 우리 반전 운동은 이날의 승리가 3월 25일 한미FTA 반대 범국본의 성공적인 집회 개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연대와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