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정연 성노동자 운동 재평가

[한국인권뉴스 2007.1.10]

“활동가들은 이에 대해 좋은 핑계거리를 발견했는데, ‘성매매 운동은 포주들의 음모에 의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성매매 여성들은 ‘포주들이 시켜서’ 성노동자의 날과 성매매 특별법이 통과된 날에 그리도 많이 모여서 집회를 하며, 단식투쟁도 하고, 전경이랑 대치하면서 다투고, 여성 모욕적 발언에 대해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하며, 경찰서 앞에서 항의를 하고, 노조 회비 꼬박꼬박 내 왔던 것일까. 거참 거대하고도 대단한 음모이다..”

▲ 2005년 6월 10일 밤,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이 단속 항의차 구호를 외치며 평택경찰서를 향해 몰려가고 있다.

[학사정연] 신질서 10호
[특집] 그건 운동이 아니라 ‘음모’다?
- 성노동자 운동을 재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성매매와 관련한 좌파들과 여성주의자들의 논쟁은 복잡하다. 노동이 뭐니, 자본주의가 어쩌니, 성적 대상화가 어쩌니 하는 온갖 이론적 용어들이 난무한다. 이참에 이론적 용어들을 보다 올바르게 규정하고 싶어 하는 맑스주의자들 혹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의 학술적 욕심이 만개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래서 이 논쟁은 예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가사노동에 대한 논쟁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성과를 낳을 것이다.

맑스주의 용어들의 보다 학술적으로 엄밀한 재규정! 언제부터 우리들의 맑스주의가 현실을 보다 잘 해석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대체 이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운동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개입해왔는가. 활동가들은 그녀들의 투쟁에서 얼마나 선도적일 수 있었나.

우리들이 그녀들의 성매매를 노동이라 부르든, 아니면 엄밀하게 맑스주의적으로 말해서! 아니라고 하든, 그녀들은 성매매를 하고 또 운동을 하고 있다. 국가랑 좌파가 인정하든 안하든 그녀들은 노조를 꾸리고, 특별법을 강제하려는 경찰에 맞서서 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경찰서 앞에서 연좌농성도 하고, 국회 앞에서 단식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운동의 흐름에서 소위 좌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무능력하기만 했다.

활동가들은 이에 대해 좋은 핑계거리를 발견했는데, ‘성매매 운동은 포주들의 음모에 의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성매매 여성들은 ‘포주들이 시켜서’ 성노동자의 날과 성매매 특별법이 통과된 날에 그리도 많이 모여서 집회를 하며, 단식투쟁도 하고, 전경이랑 대치하면서 다투고, 여성 모욕적 발언에 대해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하며, 경찰서 앞에서 항의를 하고, 노조 회비 꼬박꼬박 내 왔던 것일까. 거참 거대하고도 대단한 음모이다.

민성노련 위원장과의 인터뷰

최근에 나는 일련의 음모들에 대한 실상을 파헤치고자, 후배들을 데리고 그 악명 높은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 불행한 여성들이 정말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포주들의 협박을 받으며 그 온갖 ‘짓거리’들을 했는지, 직접 살펴보고자 했다. 물론 나 또한 떠나기 전에는 혹여나 조폭들의 무시무시한 음모가 민성노련을 둘러싸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을 많이 했다. 한 선배는 다음과 같은 고마운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거기 조폭들이랑 관계 좀 있는 거 아냐?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민성노련은 평택의 성매매 집결지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찾아갈 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서 민망했다. 한편으로 이곳의 성매매 여성들이 상당히 터프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요란하게 차를 몰고 온 한 학생에게 뭘 쳐다보냐는 둥 욕지거리를 하는 성매매 여성도 있었고, 어떠한 맥락인지는 몰라도, “너 같은 놈에게는 팔 수 없다!”며 꺼지라는 성매매 여성도 있었다.

나중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구매자 선택에 있어서 상당부분 성매매 여성들의 의사가 존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성매매 여성이라도 직종에 따라, 또 조합의 유무에 따라서, 이러한 고객 선택의 권리 자체를 제약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룸싸롱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의 경우,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듯이 고객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이 시키면 묵묵히 나가서 손님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권한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권한인데, 이곳 성매매 여성들을 이를 통해서 남성 고객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위험한 고객은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민성노련의 위원장은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으로 예전에 이 일대에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던 사람이다. 이 여성은 탈성매매 이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성매매 방지 특별법 통과 이후로 예전 동료 성매매 여성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 개 같은 현실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누다가, 최근에 민성노련이라는 조직의 상근 활동가 결의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찾아간 시점에는 노조 회비를 걷는 모양으로 상당히 바쁜 듯 했는데, (얘기 도중에 몇 번씩 돈 언제 걷느냐며 전화가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인터뷰의 내용은 대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편견에 대한 것이었고, 노조 활동을 하면서 몇 가지 맞닥뜨린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사무실 주변 벽에는 투쟁 사진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는데, 이 사진들에 대해 물어보면서 민성 노련에서 전개해 왔던 투쟁들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도 불구하고 지역에는 꾸준하게 성매매 여성들이 유입되곤 하는데, (물론 장사가 안 되어 불이 꺼진 방의 숫자도 꽤 된다.) 주된 유입 방식은 아는 친구를 통해서 알고 들어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 가끔씩 소문만 듣고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 때 탈성매매했다가(기존의 성특법은 정확히 말해서 집결지만을 대상으로 한 법이다.) 다시 재유입된 경우도 있다. 여기가 제일 돈 벌기 좋았다면서 말이다.

밀집 지역에 새로 유입되는 여성들이 있으면 일단 이 민성노련 사무실로 와서 민성노련의 역사 및 성매매 여성들의 권리, 단체 협약과 회비 납부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민성노련에 가입이 된다. 포주와의 단체 협약에는 성매매 시간에 대한 규정이 존재한다. 현재 단체 협약에는 10시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고 월급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성매매 시간의 한도를 정해둔 것이다. 인터뷰 중에 임금 수준을 물으니, 보통 구매자와 합방 후 20분 단위로 얼마의 돈을 받게 되어 있다고 한다. 돈의 액수는 암묵적인 약속처럼 정해져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록을 하지 못 했다.

민성노련과 포주와의 관계

포주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성매매 여성들의 운동이 포주들의 사주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현재의 운동이 힘겹긴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독자적인 역량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음을, 그리고 투쟁과 논쟁의 과정 속에서 나름대로 성노동자 운동의 올바른 방향을 더듬더듬 거리며 찾아나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들이 현재 포주와 어느 정도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들이 포주의 노예이기 때문이 아니라, 성매매 방지 특별법 통과 이후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들의 생계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한 투쟁의 과정 속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포주들과 투쟁의 한 주체로서 손을 잡은 것이다.

이는 민성노련의 구체적인 투쟁의 경과를 지켜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일전에 평택에서는 전경까지 동원해서 경찰이 성매매 집결지로 구매자가 가는 것을 막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에 항의하여 성매매 여성들이 쏟아져 나와 전경과 대치했다.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 전경이 한 성매매 여성에 대해 창녀라고 욕을 했다. 이에 분노한 성매매 여성들은 결국 경찰서까지 찾아가 밤늦게까지 항의를 했다. 이후에도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서 앞에서 정기적인 집회를 열고, 면담을 요구하고 경찰서로 진입하려고 하는 등 투쟁을 벌여 나갔다.

이에 최근에는 경찰들의 단속이 약화되었는데, 이 모든 투쟁의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투쟁의 주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찰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실질적으로는 ‘단속’을 국가 차원에서 보다 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예전에도 법에 의거해서 집결지를 단속할 수 있었다.) 시간이 좀 경과한 시점에서는 다시 단속이 약해지게 된다. 단속하면 시위를 해서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 대한 기획특집이 실린 여/성이론 12호에서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 통과가 성매매 여성들의 포주와의 협상력을 높여서 성매매 여성들이 노예와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인터뷰 내용에 비추어보면 맞지 않는 주장이다.

실제로 단체 협약의 공식화된 문서가 성매매 방지 특별법 이후 제출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성매매 여성들의 협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단체 협약은 성매매 특별법 이전에도 존재했으며, 다만 문서화되지 않아왔을 뿐이라고 전한다. 즉, 협약 이전에도 성매매 현장에서는 포주와 성매매 여성 간의 암묵적인 약속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의거하여 집결지의 여성들은 나름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 위원장처럼 탈성매매에 성공했던 여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뒤늦게 문서화한 이유는, 성매매 여성은 전혀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없고 노예와 같은 삶을 살기 때문에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 대한 반대 또한 단순히 포주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해도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위원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현재의 성노동자 운동이 성매매 방지 특별법에 의해 보다 폭발적으로 확장되어 온 것은 사실이며, 이들이 이 법으로 인해 이윤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주와 어느 정도 협력적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법의 제약을 돌파하게 될 즈음, 동시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통해 조직화된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들 간의 갈등은 전면으로 올라올 것이다.

포주들이 그 자신의 이윤을 보다 확장시키고자 할 때 성매매 여성들의 조직은 눈엣가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파들은 이러한 갈등이 협조주의의 관성으로 무뎌지는 일이 없도록 시기 별로 유효적절한 개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기회이다. 성매매 방지 특별법 통과로 폭발적으로 확장된 성노동자 운동에 적극 연대하고 이를 계급적으로 이끌어나감을 통해 좌파들은 노동자 계급의 동맹 세력을 보다 불려갈 수 있는 것이다.

성매매는 노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좌파 단위에서는 성노동자 운동에 대한 연대를 방기해 왔다. 주된 이유는 성매매는 노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채만수는 일전의 글에서 성매매는 노동이 아니니 헛깨비(?)는 썩 꺼져라고 외쳤다. 왜 성매매가 노동이 아닌지, 민성노련에 조목조목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인터넷에 널려있다.

학사정연 내부에서도 성노동자 운동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확한 입장 정리를 한 적이 없었을 뿐더러, 대체로 운동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민성노련 내에서도 이 문제는 논쟁적이다. 현재 민성노련에 연대하고 있는 좌파 단위에서는 주로 이 사업장에 자기 조직의 여성 주체들을 보내어 왔는데, 그/녀들이 지금까지 줄곧 논의 테이블에서 제기해 왔던 지점이란 성매매 완전 폐절에 대한 것이다.

한편, 위원장은 이 논의에 대해 완전히 질려있었다. 위원장은 그/녀들이 언제나 성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고 불평을 했다. 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두기 때문에, 성매매는 결국 없어져야할 일임을 민성노련으로부터 확인받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가 궁극적으로는 폐절되어야 할 일임을 확인하는 것이 대체 현실의 성노동자운동에 어떠한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짐작대로, 매번의 논의에서 이 문제는 논쟁거리가 되지만, 실제로 이 논쟁에서 위원장이 얻을 수 있는 도움은 거의 없는 듯 했다.

그렇다면, 성매매는 노동인가. 아닌가. 이에 대한 온갖 현학적인 대답들은 제쳐 두자. 다만 우리들이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투쟁의 과정 속에서, 여성의 완전한 경제적 해방 속에서 성매매가 여성들에게 나쁜 것이라면 기꺼이 그 여성들은 스스로 성매매를 거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왜 그녀들이 아닌 우리가 그것을 두고 이론적으로 없어져야 할 노동인지, 아닌지를 왈가왈부 하고 있어야 하는가?

<그리하여 앞으로 자본주의적 생산을 지양한 후에 규제될 양성끼리의 관계의 형태에 관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주로 부정적인 측면들로서, 대다수의 경우에 소멸하게 될 그러한 것들이다. 그러나 새로 나타나게 될 것은 어떤 것들인가? 그것은 남녀의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서, 남자는 일생을 두고 금전이나 기타 사회적 권력수단으로 여자를 사는 일이 없게 되고 여자는 진정한 사랑 이외에는 어떠한 동기로도 결코 남자에게 몸을 맡기지 않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허락해 버리는 일을 거부하게 될 때 확정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출현할 때면 현재 그들의 의무로 간주되고 잇는 것들에 대해 그들은 조금도 애태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알 것이며, 또 이에 따라서 각자의 행동에 관한 여론을 스스로 조성할 것이다. 오직 그뿐인 것이다. >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제2장 가족)

* 학사정연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 http://ssps.jinbo.net )은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운동 조직입니다.

민주성노동자연대 (민성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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