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불리하면 나타나는 ‘광고 정치’ 또 등장
농협,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본부 ‘국내영리법인’ 지지광고 일제히 실어
“누군들 하고 싶어서 그런 광고 냈겠냐”…제주도 ‘외압’ 실토
2008년 07월 15일 (화) 09:50:21 이재홍 기자 chjhlee2000@hanmail.net
▲ 제민.제주일보 1면이 실린 농협의 ‘영리병원 찬성’ 광고와 한라일보 3면이 실린 바르기살기운동본부의 ‘영리병원 찬성’ 광고ⓒ제주의소리
한동안 제주사회에서 뜸하던 이른바 ‘광고(廣告) 정치’가 다시 되살아나 여론조작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광고정치 배후에는 제주도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주도가 자신들이 추진하려는 각종 현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 기관단체들을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제주지역 일간지에는 전국적인 논란 속에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홍보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광고주는 영리의료법인을 밀어부치려는 제주도가 아닌, 희한하게도 이 정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농협과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이다. 마치 광고만을 본다면 농협이나 이들 단체가 영리병원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제주은행과 경쟁 끝에 지난해부터 제주특별자치도 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은 15일 제민일보, 제주일보, 제주타임스 등 3개 일간지 1면에 제주도정의 정책을 고스란히 반영한 영리의료법인 홍보광고를 실었다.
농협은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새로운 도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를 의료 교육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새로운 인센티브를 줬고, 이제 우리가 이 인센티브를 활용, 제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비전을 창출해 나갑시다.”라며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이날 광고에는 1개 언론사당 110만원(부가세 포함)씩 모두 330만원이 소요됐으며, 조만간 한라일보에도 광고를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
▲ 여론이 불리하면 광고를 통해 특정현안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는 ‘광고정치’가 국내영리병원 논쟁에서 또 다시 등장했다. 15일자 도내 일간지에 실린 국내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농협의 지지 광고.ⓒ제주의소리
농협뿐만 아니라, 제주일보 3면에는 한국자유총연맹 제주특별자치도지회가 부평국 회장 외 회원일동 이름으로 ‘영리의료법인, 제주관광의 새로운 돌파구입니다’란 광고를 실었고, 바르게살기운동 제주특별자치도협의회도 고우방 회장 외 회원 일동 명의로 한라일보 3면에 ‘영리의료법인, 제주발전의 돌파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란 광고를 실어 제주도정 정책을 적극 찬양하고 나섰다. 특히 바르게살기운동은 김태환 지사의 이야기를 그대로 실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민감한 정책현안에 대해 여론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시도하는 이같은 광고정치는 지난해 제주해군기지 논쟁이 한창일 때 도내 일간지 광고면을 도배한 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국내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앞둬 다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일방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여론을 조작하려는 의혹을 받았던 제주도정이 ‘국내영리법인 허용’에 대한 도민사회의 호응이 신통치 않자 이번에는 자신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기업이나 기관단체들을 동원해 이른바 ‘광고정치’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광고를 집행한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누군들 하고 싶어서 그런 광고를 하겠느냐”며 “우리도 솔직히 도정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광고를 한다는 게 도민은 물론, 회원들에게도 미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렇지만 지금의 여건상 그쪽의 부탁을 거부하지 못하는 게 우리 입장 아니냐”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조만간 다른 쪽에서도 광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리의료법인 광고가 제주도의 압력에 의해 실었음을 토로했다.
실제 다른 기관단체도 도내 일간지에 영리의료법인을 지지-찬성하는 광고를 실기로 하고, 언론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광고정치는 계속 이어질 예정으로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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