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의료는 절대로 시장의 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논리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이 명제는 빛바랜 구호에 불과하다. 지난 5월 8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추진 과제 확정’에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의료를 서비스산업이라고 지칭하며 여러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논리는 너무나도 미약하다. 단지 의료분야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상상에 불과한 근거를 들이대며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 내용에 포함된 의료기관 경영지원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나 이름만 바뀐 영리병원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은 모두 거대 자본이 보다 쉽게 병원에 침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이 병원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돈벌이를 목표로 하는 민간보험회사들과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그 결과가 민중들의 건강권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할지는 이미 미국의 현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인 의료채권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유치를 지원하는 법안을 6월에 실행하겠다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행정부에서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의료를 상품화하여 이미 거대한 자본들의 배를 불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의료 ‘선진화’가 아니라 자본을 통한 ‘경쟁화’를 초래할 것이다. 경쟁을 통한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은 허울에 불과하다. 결국 의료 공급자는 순수한 진료 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 소비자는 돈 없이는 치료받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의료 선진화인 것이다. 진정한 의료의 선진화는 의료를 자본의 경쟁논리에 내몰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공성을 재고하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10%도 되지 않는 의료 공급체계의 공공성을 높이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80%까지 끌어올려 더 많은 국민들이 더욱 평등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료의 선진화이다.
이에 예비 의료인이자,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학도로서 우리는 이번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에 반대한다. 작년 거대한 촛불 정국을 지나오면서, 또한 이번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를 위한 행동을 거쳐 오면서 전 국민과 정부는 민중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무서운지를 깨달았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의료민영화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지금과 같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진행된다면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일어날 것을 경고하는 바이며 이명박 정권에게 강력하게 주장한다.
하나, 국민의 건강권을 저해하는 ‘의료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의료 공급의 공공성을 높이고 국민건강보험을 확대하여 의료 공공성을 보장하라!
참/의/료/실/현/의/신/화/창/조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