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의료기관의 평가기준이 수익률 위주로 된다는 점은 실제 진료행위를 매우 심각한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이다. 영리병원에서는 의사에 대한 평가가 환자를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가에 두어질 것이기 때문에 해당 의사들은 수익이 높은 치료를 선호하게 된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와 수익이 높은 치료 가운데 선택의 문제를 늘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실제로 치과계에서는 이런 수익률 위주의 인센티브형 체인점 치과가 수년 전부터 생겨서 잡음이 계속 있어왔는데 발생한 문제점들은 예상보다 꽤 심각하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보다 돈벌이 위주의 무리한 시술을 해서 환자가 불구가 되는 일조차 있었고,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은 오로지 돈벌이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범죄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우려들이 기우에 그쳤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치과계에서는 영리병원과 유사업체들이 이미 널리 퍼져서 그 심각성이 다 드러난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이 의료업에서 특히 심각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의료업이 갖는 공공적인 특성 때문이다. 공공분야라는 의미는 소비 위주의 수익률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한국전력이 국민들에게 전기 소비를 조장하거나 독려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반 상품 시장의 경우는 “소비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기술 혁신”이나 “품질 향상” 등 기업의 성공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의료분야에서의 소비 증가는 “사회구성원들의 건강 악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어떤 의료체제를 선택할 것인가는 국민과 정치권의 손에 달렸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논의는 반드시 다수가 알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외자를 유치하고 무역수지를 높이는 수단에서 의료업은 제외시켜야 한다. 의료업이 이런 상업적인 목적에 이용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뿐더러 우리에게 해로운 것은 대개 남에게도 해롭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2. 4 [경향마당] 이경록 | 치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