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미 제약업계는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이 늘어나면서 신약을 신속하게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되자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 제약협회는 지난 10월 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의견서에서 “신약의 한국 시장 접근이 지연되고 있고 한·미 FTA 발효 이전보다 접근성이 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예고 기간을 60일에서 다시 20일로 줄이려면 행정안전부 예규인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또 한·미 양국이 60일 규정에 예외를 두기로 합의한 것은 한·미 FTA의 개정에도 해당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대내적으로 볼 때 한·미 FTA라는 조약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 비준 절차를 밟고 행정예고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책 도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존의 ‘60일 규정’은 그대로 살아 있다. 다만 이 규정은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에는 예외를 적용한 것”이라며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을 굳이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60일 이상으로 행정예고 기간을 두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은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번 합의를 두고 양국 제약업계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양국의 제약업계는 자신들의 이윤을 침해할 수 있는 규제를 새롭게 도입될 때 적용되는 60일 규정은 유지하면서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에는 예외를 두자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12. 4 일자
-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