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MB에서 박근혜로, ’6대 민영화’ 몰려온다 가스·전기·공항·물·철도·의료 부문…대선은 ‘민영화 갈림길’

첨부파일 : 열병합발전소 PF 금융약정 민영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영리병원 반대

지난 8일 광화문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규모 유세전이 벌어졌을 때, 서울역 광장에서는 작은 결의 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산하 단체, 시민 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공 부문 민영화 반대 공동행동’의 집회였다. 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2008년 이명박 정권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공공기관 선진화, 혹은 경쟁 도입, 독점 타파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공공부문이 재벌 등 사기업에게 헐값에 팔리는 상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새누리당-이명박 정부의 공공 부문 민영화 정책은 5년 내내 집요하게 추진돼 왔다. 현재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청주공항,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 철도 관제권 회수, 상수도 민간 위탁,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 민영화, KS인증 민영화 등도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공공서비스 전반에 걸친 민영화다.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자격으로 지난 2005년 “현 정부(참여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 방침도 거의 백지화됐는데 우리가 집권하면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되던 일부 민영화에 맞서기 위해 한나라당은 더욱 강력한 ‘민영화’ 정책을 주장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 구상들은 하나하나 추진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청와대

새누리당 정권이 연장될 경우 사회 전반에 걸친 민영화의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오는 19일 대선을 ‘민영화’에 대한 신임 투표로 이해할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집단’을 대리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안보’ 직결된 공항 민영화…공항 면세점도 예외 아냐

주식회사 청주국제공항관리는 지난 2월 정부와 청주국제공항의 운영권을 양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30년 운영권 확보에 255억 원을 낸다. 국회에서는 여야 막론하고 “헐값 매각”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청주국제공항관리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2011년 1월 4일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KACG(Korea Aviation Consulting Group)과 미국계 자본인 ADC&HAS가 80% 가까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정체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실체도 모호한 외국계 자본과 결탁한 청주국제공항관리가 세금으로 지어진 알짜 공항을 사들인 것이다.

청주국제공항관리는 국내 저가항공사 인수에도 뛰어들었다. 국내 5위의 티웨이 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청주국제공항관리는 공항과 항공사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마침 정부는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다, 철도 민영화와 맞물려 ‘수서발 민영 KTX’ 도입이 본격화되면 이 공항의 값어치는 무한정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8년 305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총 직원의 3분의 1 가까이를 감원하는 등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사진은 민영화 대상에 포함된 인천국제공항공사 본사. ⓒ연합뉴스

공항과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안보와 직결될 수 있지만, 외국계 자본을 낀 민간 법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경쟁 확보’라는 이름으로 허용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공항 매각도 ‘휴화산’같은 이슈다. 이명박 정부는 2013년도 세입예산으로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대금(예상액)’ 4431억원을 편성했다가 국회에 의해 삭감당했다. ‘정권 실세설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인천공항 민영화를 두고 갈등을 빚었지만,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 면세점도 현재 민간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5일 한국관광공사(이참 사장)가 운영 중인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자리에 대해 입찰 공고를 내고 민영화 절차에 돌입했다. 운영 매장의 80% 이상을 민간에 매각하게 되며 최저 입찰가는 238억~283억 원이다. 입찰 자격은 자산 총액 합계 5조원 미만으로 결정됐다. 결국 대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다. 인천공항 노조는 서울 중구 관광공사 앞에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 반대하는 텐트 농성을 시작했다.

가스, 전기 ‘민영화’ 더 이상 낯선 단어 아니다

‘가스 민영화’ 역시 진행중이다. 정부는 ‘민영화’라는 말 대신 ‘경쟁 체제 도입’을 내걸고 대기업들의 가스 산업 진입 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하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8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는 가스 도입 판매 부분의 민간 회사 신규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측 보고서를 받았다. 이후 2008년 10월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고, 2009년 9월 가스 산업 경쟁 도입에 관한 법안을 밀어붙인다.

정부 발의안으로 올라온 이 법안은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지만, 지난 6월 26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추진실적 점검 및 향후계획’을 내놓고 가스 산업 경쟁 도입을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가스 산업 경쟁 도입 법안을 19대 국회에 상정해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기재부는 가스 산업 경쟁 도입과 함께 중점 추진 과제로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전기안전공사 기능조정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새누리당이 재집권할 경우 ‘가스 산업 경쟁 도입’ 방안은 가속 패달을 밟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25일 출자자인 SK E&S, 코오롱건설 등과 김천산업단지 열병합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스(PF) 금융약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가운데는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8개사가 참여했다. 왼쪽부터 안효상 김천에너지 대표이사, 문덕규 SK E&S 대표이사 , 공세일 산업은행 부행장, 안병덕 코오롱건설 대표이사, 배명호 김천에너지 대표이사. 2011.4.25 ⓒ연합뉴스

‘전기 민영화’와 관련해 발전 산업 부분에서는 민자 발전소가 확산되고 있다. GS의 민간발전회사인 GS EPS는 충남 당진에 550MW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 1·2호기와 2.4MW급 연료전지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내년 8월에는 LNG 복합화력발전소 3호기가 준공된다. SK E&S의 발전설비용량도 확대될 전망이다. SK E&S는 올해 김제 석탄화력발전소, 양주 LNG복합화력발전소 등의 건설을 추진중이다. 전국의 수많은 도시에서 민자 발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지역민들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자 발전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LNG나 석탄발전 등으로 국한돼 있다. 이같은 발전 형태가 무분별하게 늘어날 경우 탄소 배출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여기에 민자 발전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정부의 방침도 문제다. 전기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과 함께 민자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한전이 사들여 공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 사회공공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GS, SK 등을 포함한 주요 6개 민자발전 회사가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이 무려 5,600억 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자발전 부분이 전체 발전 설비의 15%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회사 발전소의 전기는 싸게 사들이면서 민자 발전소 전기를 비싸게 사들이는 게 민자 발전소 수익의 비밀이다. 상대적으로 한전 자회사 발전소들은 물가 상승 압박 등으로 싼 값에 전기를 공급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른바 PPA(석유 등 원료 가격 반영 방식)와 SMP(연료비가 가장 높은 발전회사 공급 비용을 다른 발전회사에 적용) 계약 방식 등을 통해 민자발전소경우 한전이 그 수익을 사실상 보전해 주고 있다. 이는 다국적 자본인 맥쿼리 등이 민자 도로에 투자하고 ‘최소운영수익’을 보전받는 방식과 유사한 구조다.

2012년은 6차 전력산업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다. 지난해 9월 ‘블랙아웃’과 원자력발전소 납품 비리 및 가동 중단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한전이 민자 발전 비중을 더 늘리려 할 것이라는 게 시민 사회의 전망이다. 공동행동 측은 “한전은 만성 적자라며 자꾸 전기료를 올리려고 하지만, 재벌기업들이 운영하는 민자발전소들의 수익을 보전해주면서 서민들의 전기료 부담은 높이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의 발상인가”라고 주장했다.

철도, 의료, 물, KS ‘민영화’ 추진 상황

정부는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 철도 회사 진입의 길을 열어주는 철도 관제권을 철도공사 측으로부터 환수하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철도 관제권 환수 관련 용역 결과가 대선 직후 발표될 것이라는 사실은 <프레시안>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의료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 민영화의 첫 단추로 불리는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 출신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달 10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송도에 영리병원을 하나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수익을 맞춰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의 추가 규제들이 풀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야당과 여당 일부의 반대로 폐기된 영리병원 추진 법안을, 폐기 나흘만에 재발의한 손숙미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박근혜 후보 캠프 보건위생본부장을 맡고 있다.

‘물 민영화’ 역시 착착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 등 정부에서는 “물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은 ‘민영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KS 인증제도도 경쟁 체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서광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KS 인증제도를 오는 2015년까지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KS인증은 지난 50년 간 정부가 제정해온 표준 규격인데, 여기에 민간 인증 기관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공동행동 측은 “국가표준 인증은 일반상품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 인증기관 복수화로 기관 수입경쟁에 따른 부실한 심사는 불량제품 유통에 따른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 외에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공동행동 측은 “요금 폭등, 혈세 낭비, 비정규직 확산, 안전 소홀, 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하는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에 맞서 범국민적 투쟁을 조직하고 함께 할 것”이라며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고 방조하는 세력을 심판하겠다”고 주장했다.

/박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