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산재사망율 1위’ 오명 벗어야 :『새 대통령이 꼭 풀어야 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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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재사망율 1위’ 오명 벗어야

『새 대통령이 꼭 풀어야 할 과제』②안전한 노동세상…건강과 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

MB정부 노동자 건강권 ‘기업 자율’에 맡겨

먼저 우리나라 노동자의 산업재해(이하 산재) 현황이 궁금한데?

한국은 하루에 256명이 산재를 당하고 6명이 사망한다. 넘어지거나 넘어뜨리는 전도사고 비율도 22.9%로 가장 많다. 사망자 수로 따지면 추락사고가 3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다.

2011년 산재로 인한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수)은 0.96명으로 OECD 국가들의 3~6배 수준이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 산재 발생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해 과태료가 부과된 사업장은 7곳, 사업주가 구속된 사업장은 단 1곳에 불과하다.

10여 년간 OECD국가 중 ‘산재사망율 1위’가 우리나라 노동자 건강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동자 건강권, 산재해소를 위한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한다면?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 대부분의 정부들이 기업에 굴복을 하긴 했지만 노동조건과 건강 및 안전 문제만큼은 양보 없이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은 기업에 너무 친화적이거나 기업 앞에 너무 나약했다.

특히, 현 MB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는커녕 기업의 로비를 받아 오히려 노동자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했다. 오히려 노동자 건강권에 관한 대부분의 영역을 자율에 맡긴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동자 건강권을 기업의 자율에 맡겨둔다면 과연 그들은 투자를 할까? 이윤도 생기지 않는데? 정부는 수시로 기업을 방문해 지도·감독을 하고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산재는 개인 부주의 아닌 ‘사회적 책임’

정부도 문제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산재를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데?

산재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노동자 집단의 건강과 생명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산재를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로 인식되거나, ‘일 하면서 다쳐 죽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경제중심적 논리가 아직도 강하다.

대부분의 산재는 사업주의 사전조치만으로도 8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한 예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추락사고만 하더라도 기본적인 안전 펜스, 그물망만 갖추면, 사망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산재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그 사회가 노동 혹은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노동자가 대접 받는 사회에서는 산재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의사의 50% 이상이 노동자 건강에 대한 전문과정을 이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노동자들 스스로도 산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이는데?

단순히 노동자 개인이나 노동조합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임금 및 고용 등 1차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한국처럼 사회안전망이나 복지시스템이 약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사회구조적 시스템의 문제다. 노동자 건강권 및 안전에 대한 관심은 노동자 권리의 전반적 향상 및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 개별운동 및 인식 개선 운동으로 가능한게 아니다.

물론 노동자들 스스로도 안전예방 교육을 요구하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처럼 야간노동 철폐를 주장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 도입으로 기업 책임성 높여야

산재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역시 기업에게 있다고 본다. 기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다행히 최근 기업의 노동자 건강 및 안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논문들이나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노동자 건강 및 안전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는 것과 안전에 투자할수록 경영성과가 향상됐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려는 마땅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에 벌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무책임한 기업은 엄히 처벌해서 기업 행위를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기업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 의도적 잘못과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은 배상금으로 인해 파산할 수도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18대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다면?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고, 노동자의 건강권 향상, 산재의 획기적 예방 등과 관련된 공약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제 각 후보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산재신청 간소화 ▲시설기준 등 의무 미이수 기업 처벌기준 강화 ▲산재업무 등을 전담할 노동안전청 설치 등의 정책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 측에선 답변이 왔지만 정작 당선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 측에선 답이 없다.

결론적으로 대선후보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다.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가 꼭 입안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위에 언급한 3가지 사안 정도가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자 건강권 운동 단체들이 이번 대선 정국에서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정책들이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 건강 및 안전 수준은 한두 개의 멋진 정책으로 나아지는 게 아니다. 전반적인 노동자 및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노동조합이 강해져야 하며, 그것을 위한 구조 및 시스템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