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진비·상급병실료 해결 없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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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1 20:43수정 : 2013.01.22 15:17
대학병원 수술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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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시민단체, 공약이행 촉구
비급여 비용의 40% 넘어 부담
“박당선인 후퇴 말고 꼭 지켜야”
“어머니의 암 치료비가 1000만원이 넘게 나와서 전세금을 담보로 빚을 얻어야 했습니다. 암 등 중증질환의 진료비 부담을 대폭 낮춰야 합니다.”
김아무개(49)씨는 지난해 여름 어머니가 대장암 진단을 받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내야 했던 진료비 부담을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대장에 생긴 암이 간에까지 전이돼 수술은 물론 항암제 치료까지 받았다. 수술로 3주 정도 입원하고 나머지 석달 동안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가 부담해야 했던 진료비는 모두 1000만원이 넘었다.
이 가운데 흔히 병원에서 ‘교수’인 특진의사에게서 진료·수술·검사를 받으면서 낸 선택진료비가 450만원가량이었고, 입원할 때 일반병실이 없어 5일가량 1인실을 쓴 특실료(상급병실료)가 120만원가량이었다. 각종 건강보험 비급여 검사 및 항암제 비용도 들었다. 전체 치료비 가운데 850만원가량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용이었다. 김씨는 “어머니의 생사를 가르는 치료가 될지 몰라 경험이 많다는 특진의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실료는 수술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원하다 보니 사실상 강제로 낸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비 부담에 대해 김씨는 “가족 중에 누군가 또 암에 걸리면 이만한 비용을 또 내야 한다는 것인데,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및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김씨와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암·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질환) 100% 보장’ 공약은 우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제외하자는 의견이 인수위원회나 여당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를 빼면 사실상 공약은 거짓이 된다는 주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4대 중증질환만 100% 보장하면, 나머지 질환 환자들의 부담이나 소외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선 4대 중증질환자들에게라도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주요 비급여 부담을 없애주기로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나머지 질환자들에게도 치료비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현재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 가운데 거의 30%에 가까운 선택진료비와 10%가 넘는 상급병실료를 빼 놓고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은 꿈도 꿀 수 없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공약을 흔들더라도 박 당선인은 후퇴하지 말고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부담을 해결하고 몇몇 고가의 비급여 검사비에 대해 추가로 보험을 적용하면 100%는 아니더라도 90% 정도는 치료비 보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펴낸 통계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항목은 선택진료비(26.1%), 상급병실료(11.7%), 초음파 검사비(11%) 등이었다. 특히 4대 중증질환자가 주로 찾는 이른바 대학병원급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비급여 진료비에서 선택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1.1%로 더욱 높아졌고, 상급병실료 역시 12.3%로 점유율이 커졌다. 비급여 진료비 가운데 세번째로 비중이 큰 초음파 검사비는 중증질환에 대해 올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될 예정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에 대한 비용 부담을 뺀다면, 환자 부담은 별로 줄지 않게 돼 박 당선인의 공약은 사실상 거짓말이 된다. 신약이나 신의료기술 등 병원이 고가의 치료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하게 할 부분에 대해 제한을 두면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해결한다면 보장성은 80~90%까지는 된다”고 말했다. 송상호 공공서비스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위원은 “선택진료비는 1980년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병원의 수익이 줄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 만약 병원 경영이 문제라면 건강보험 예산이 더 들더라도 병원 의료의 질에 따라 진료수가를 높여 병원이 의료의 질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상급병실료도 대부분 입원이 급한 환자가 어쩔 수 없이 내게 되는 돈이기 때문에, 현재 병원마다 보험적용 병실을 50%까지 두도록 한 기준을 80%로 늘려 환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