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경북대병원, 병원 확장할 돈은 있는데 인건비 때문에 노동자는 해고하겠다는 말인가? 박근혜 당선인. 공약을 지키려면 대구경북의 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부터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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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 공공병원이자 유일한 국립대병원인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기간 2년을 넘기기 직전에 해고되었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전형적인 악용사례다. 계약해지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해지 철회, 해고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 1월 8일부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송전탑으로, 굴다리로, 굴뚝으로 노동자들이 올라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사회는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엄동설한에 기어이 길거리로 내몰았다.

 

칠곡경북대병원은 2010년 개원 당시부터 업무보조, 진료보조 등을 외주용역으로 간접고용 하려다 경북대병원노동조합의 항의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후 지속적인 노동조합의 요구로 병원 사측은 이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병원은 현재까지 130명중 단 10명만 정규직이 가능하다며 작년 8월,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인 업무지원직을 신설하면서 노조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무기계약으로의 전환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말 병원은 근무기간이 만 2년이 되어가는 기능직 노동자 40명 중 34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계약만료 이유를 들어 결국 해고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또다른 임시직 비정규직 6명을 채용했다. 이름하여 ‘비정규직보호법안’을 이용한 해고가 국립대병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고 행렬은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기간이 2년이 되는 2, 3월에도 반복되어 일어날 것이다.

 

병원 내 비정규직과 잦은 정리해고는 병원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직결된다. 환자 치료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숙련된 의료인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의료인력에 대한 불안정한 고용과 잦은 해고는 숙련된 노동을 요하는 환자 치료에 안전을 위협한다. 또한 의료노동의 특성상 환자치료는 매우 지속적이고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경험을 요하는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업무에 있어서 잦은 인력 교체는 자칫 큰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북대병원은 2009~2011년 3년간 국립대병원 중에 가장 많은 국고지원을 받은 병원이다 하지만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13개의 국립대병원 중 경북대병원이 진료불만이나 불친절 등의 민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국립대병원에 접수된 민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수치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비정규직의 비율이 38%로 본원의 17%는 물론 비정규직 비율이 26%로 국립대병원 중 가장 높은 충남대병원보다도 훨씬 높다. 환자들이 경북대병원을 불친절하다고 느끼고 진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게다가 경북대병원측의 무리한 병원 확장은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칠곡분원과 어린이병원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필요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충원했다. 그 결과가 칠곡경북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이 본원의 2배가 넘게 된 것이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기관의 병상이 과잉공급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경북대병원측은 국립대병원으로는 최초로 제3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무리한 병원 증축에 대한 투자비용을 대기위해 인건비를 감축하느라 늘어난 병상에 필요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에서 진료보조업무는 환자치료에 필수적인 상시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미필수분야로 지정해 외주용역을 포함한 간접고용 비정규직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공공의료의 중대한 책임이 있는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10대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물론이고 사립대병원이나 중소병원보다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립대병원들이 그 본연의 임무인 공공의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공약에서 2015년까지 공공기관 일상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 사업장과 기업에 징벌적 금전 보상제도 등을 도입하여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대중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고,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감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경북대병원의 계약해지를 빙자한 해고 조치는 국민들의 열망과 정치권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국가의 지원은 가장 많이 받으면서 무리한 병상 경쟁에만 매달려 병원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쫒아내고, 환자치료의 안전을 무시하는 경북대병원을 규탄한다. 병원은 아픈 환자들의 치료공간이자 쉼터여야 한다. 노동자들의 인건비 축소와 비정규직 고용 및 해고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경북대병원의 무리한 사업 확장은 당장 중단되어야 하며,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병원 앞에서 떨며 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는 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고용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 당선인이 공공기관의 상시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공약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시금석은 다름아닌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대표 공공병원인 경북대병원의 해고노동자 6명의 복직 여부라고 본다.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박 당선인이 밝힌대로 “국민과의 약속을 정성들여” 지키는 일은 지금 해고된 노동자들을 병원으로 복귀시키는 일이다.(끝)

 

 

2013. 1. 11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