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환자 부담’ 유지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환자 부담’ 유지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ㆍ박근혜 ‘4대 중증질환 공약’ 후퇴 내용은
ㆍ전액 진료비 보장서 ‘수정’… 전문가 “심각한 공약 위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률 100% 확대’ 공약에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방향을 잡자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명백한 공약 뒤집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4대 중증질환 건보 보장률 강화 공약에는 적어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명백히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을 제외한다면 공약이 껍데기만 남게 된다는 지적이다.

인수위의 복안은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현재 200만~400만원인 본인부담 상한액을 소득수준에 따라 50만~500만원으로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지금처럼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로 남겨두고, 간병비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분과 인수위원회의를 앞두고 위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박 당선인 측은 3대 비급여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원래부터 포함되지 않았다”며 “4대 중증질환자라고 해서 모두 1인실을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4대 중증질환 공약 소요예산으로 밝힌 1조5000억원에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보장해주기 위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매년 실시하는 패널조사에서 4대 중증질환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집계된 비급여(간병비 제외)가 1조5000억원 정도이므로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새누리당은 당초 간병비는 계산이 안되기 때문에 1조5000억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자기들이 계산한 항목까지 뒤늦게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공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소요재원의 논란이 일자 지난해 12월1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2010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연보’와 ‘2010년 진료비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약 생산에 참여했던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약은 ‘선택진료비는 포함, 상급병실료는 검토, 간병비는 포함되지 않음’이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해석도 비슷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이기효·정현진 연구원 등은 지난달 16일 보건복지 연구기관·학회가 연 정책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의 공약을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전액 국가부담, 간병비·상급병실료 급여화 및 선택진료제 폐지(단계적 접근)’라고 요약했다.

박 당선인 측이 대선 기간에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모호함을 즐기다가 구체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약의 핵심을 수정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존에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의료비 잡아먹는 하마’라는 지적이 있었다. 병원들의 과잉진료를 제어할 전제조건이나 제도 개선 약속, 합리적인 병실비 지급 기준 등에 대한 검토 없이 ‘100% 보장’ 식으로 약속했다가 뒤늦게 ‘개인 선택사항을 왜 국가가 부담하느냐’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증세하지 않고, 국고 지원 늘리지 않고, 복지공약은 지킨다는 ‘트릴레마’(삼중고)를 피해 가려다 보니 가장 손쉬운 게 복지공약을 왜곡해 내용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라면서 “4대 중증질환 본인부담 1~2위인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뺀다면 대체 왜 공약을 한 것이냐”고 말했다.

▲ 건강보험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검사·시술·약품비.▲ 선택진료비

전문의로 10년 이상 활동한 의사에게 진료받고 내는 본인부담금. 일명 ‘특진비’로 불린다.

▲ 상급병실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6인 병실료를 초과하는 4인실·2인실·1인실 병실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