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인도 대법 “글리벡 특허권 불허”…복제약 양산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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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도 알라하바드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환자들의 처방전을 받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이날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특허권을 인정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 값싼 복제약 생산 권리를 인정했다.알라하바드/AP 뉴시스

다국적사 “성분 개량” 특허요구에
“기존제품 미세하게 바꿨다” 기각
세계 최대 복제약 생산국의 반란
오리지널 1/36 값에 공급 가능해져

*글리벡 : 백혈병 치료제

인도 대법원이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생산하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특허권 인정을 불허했다. 세계 복제약의 25%를 공급하는 최대 복제약 생산국인 인도에서 나온 이 판결로 값싼 복제약 양산에 청신호가 켜졌다.

인도 대법원은 1일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가 제기한 글리벡 특허권 인정 소송을 기각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2005년 인도 정부는 개량된 약품이 특허권을 인정받으려면 성분과 약효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특허법을 개정했다.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약품의 특허권을 연장하려고 성분을 약간 바꾸는 ‘영원한 신약화’(에버그리닝) 효과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인도의 특허법 강화 이후인 2006년 노바티스는 개량된 글리벡이 인체에 더욱 안정적으로 흡수되는 등 약품 성분이 획기적으로 뛰어난 신약이라며 특허권을 계속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서 인도 대법원은 개량된 글리벡 신약의 성분이 인도 특허법에 규정된 “새로움이나 독창성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기존 약의 성분을 미세하게 바꿨을 뿐이라는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노바티스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어 “환자를 위한 의학 발전에 필수적인 개발 의지를 꺾는 조처다. 이번 판결문을 철저히 검토한 뒤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노바티스는 이번 소송에서 패하면 인도에 자사 제약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해왔다.

1999년 백혈병 등의 치료제로 개발된 글리벡은 전세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특허권이 인정된 오리지널 약을 사용하면, 한달에 약 2700~4000달러의 약값이 든다. 반면 인도에서 양산되는 글리벡 복제약 값은 한달 75~175달러다. 전세계 저소득층이 인도의 글리벡 복제약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번 판결은 인도에서 진행중인 당뇨병 치료제를 비롯한 다른 주요 의약품의 특허권 소송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를 생산하는 미국 제약회사 메르크(머크)는 인도 제약회사 글렌마크가 값싼 복제약을 생산해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인도의 거대 복제약 회사인 시플라의 변호사인 프라티바 싱은 “이번 판결은 인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암·결핵·에이즈 치료제 등 값비싼 독점 특허권 의약품의 복제약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다. 인도의 복제약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110억달러이며, 2020년에는 약 74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는 세계 복제약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인도는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특허권 침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특허권 인정 요건도 엄격히 했다. 그 결과 2005년 이후에는 신약에 대한 특허권을 발급하지 않아, 특허권이 종료되는 글리벡 등 기존 오리지널 약의 복제약 생산이 활발해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