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한미FTA 지렛대 삼아 미국 의료 기기 가격 올리나? 한미FTA에 따라 설치된 ‘독립적 검토 기구’, 정부 정책에 어깃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거한 ‘독립적 검토 기구‘의 ‘가격 상향’ 의견이 나온 직후 미국산 의료 기기의 가격을 10% 올리는 안건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심평원 산하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이하 치재위)가 ‘독립적 검토 기구’의 의견에 따라 미국 의료 기기 업체인 아큐메드의 관절 고정 장치인 아큐트랙 스크루 가격을 10% 인상하는 안건을 7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한미FTA의 ‘독립적 검토 기구’, 정부 가격안에 비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는 그동안 독립적 검토 기구의 의견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 기기에 대한 가격 결정 과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며 “정부 주장과 달리, 독립적 검토 기구가 처음으로 정부 기구인 치재위 심의 결과를 뒤집자, 곧바로 치재위가 기존 결정을 번복해 가격 인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박주선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치재위는 ‘아큐트랙 스크루’를 수입하는 업체인 준영메디칼이 해당 의료 기기의 가격을 올려달라며 낸 조정신청에 대해 “유사 재료와 비교해 장점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준영메디칼은 지난 1월 독립적 검토 기구의 문을 두드렸고, 독립적 검토 기구는 4월 16일 “수입 원가를 반영해 상한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의료 기기 수입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공교롭게도 독립적 검토 기구의 ‘가격 상향’ 의견이 나온 이후, 치재위는 6월 11일 열린 6차 위원회에서 해당 의료 기기의 건강보험 상한 금액을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독립적 검토 기구’는 한미FTA를 근거로 설치된 권고 기구다. 제약 회사나 의료 기기 업체가 심평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가격을 재평가하지만, 독립적 검토 결과는 정부(건정심)의 가격 결정 과정에서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독립적 검토 기구는 어떠한 새로운 학술적 근거 자료도 없이 정형외과학회의 가격 인상 주장만을 근거로 치재위의 기존 결정을 부정했고, 이에 따라 치재위는 새로운 근거 없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며 “이는 한미FTA가 의료비를 어떻게 인상시키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이 정부의 가격을 번복한 첫 사례인 만큼, 독립적 검토 기구가 의료 가격을 인상시키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재료보다 뛰어나다는 근거가 없어서 두 차례나 거부된 ‘가격 인상’이 독립적 검토 기구의 판단에 따라 번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복지부 “가격 인상 근거는 새 논문…독립적 검토 기구와 무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독립적 검토 결과를 참고하긴 했지만, 독립적 검토 기구의 의견과 가격 결정 결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 기기 수입 업체가 지난 5월, 해당 의료 기기(아큐트랙 스크루)가 기존 제품보다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는 논문을 새롭게 제출했다”며 “전문가들의 임상적 논문이 확실하고, 관련 학회도 그 가치를 인정할 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가격을 현행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올릴지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6월 11일 6차 위원회 당시에 기존 가격 결정을 번복할 만한 새로운 논문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의원은 현재 복지부에 해당 논문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체가 제출한 논문에 업체의 영업상 비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어느 부분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 확인한 후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