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 부대사업 확대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내용과 문제점
정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병원 영리 부대사업에 대한 모든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병원 부대사업의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의 기본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현 의료법은 부대사업을 6가지로 법조항으로 나열하여 엄격하게 한정하고 7번째에 “그 밖에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이용업, 미용업 등 환자 또는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시행규칙 입법예고 내용은 병원이 부대사업을 확대해 이를 통해 영리추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의료법에 명시된 부대사업의 목적인 ‘환자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편의’ 는 커녕, 의료비부담 증가와 병원 투기사업 조장으로 인한 병원의 안전성과 지속성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 조치다. 국민의료비를 급증시키고 병원의 기업화를 초래해 안정성과 지속성의 문제를 일으키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폐지되어야 한다.
1) 병원 건물임대업의 네가티브방식의 부대사업 허용
정부는 병원 부대사업으로 건물임대업을 허용했다. 임대업종에 대한 네가티브리스트 방식을 통해 앞으로 병원 안에 모든 업종 임대가 가능해진다. 병원이 환자 치료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임대업을 통해 돈을 버는데 공간이 되도록 허용한 것이다.
병원의 부대사업으로의 건물임대업 포괄적 허용은 사실상 병원이 부대사업으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병원의 부대사업을 지금까지의 허가사업 열거방식에서 사실상 부대사업 전면허용에 금지사업 열거로 규제를 완전히 완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병원의 부대사업이 전면 허용되고 이것이 자회사까지 되면 병원이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업을 하고 환자도 치료하는 곳으로 그 개념이 바뀌게 된다. 병원이 의료복합기업이 되는 것이다. 환자치료는 그 일부로서 이윤창출을 위한 것이 되어 병원의 개념 자체가 바뀐다.
병원내 공간의 문제도 심각하다. 건물임대업이 허용되면 병원 내 공간들은 모두 ‘임대료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변질돼 그나마 환자와 병원종사자들에의 편의시설이었던 작은 쉼터 공간들까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게다가 건물임대업을 네거티브리스트로 대폭 허용했기 때문에 병원 자체가 부동산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어 있고 또 앞으로 부동산경기가 더욱 침체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병원의 부동산투자는 병원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위협한다. 건물임대업이 부동산 경기 영향으로 적자를 보면 이 적자 때문에 병원의 진료는 축소 조정되거나 심하면 망할 수도 있다. 결국 치료의 지속성과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병원의 건물임대업이 환자들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될 수 없는 이유다.
2) 의약품·의료기기 개발연구 부대사업 허용
정부가 발표한 병원 부대사업 목적 자회사에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연구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 연구만 허용하고 ‘판매업’을 금지했다면서 치료 왜곡이나 의료비증가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이용과 판매는 의사의 ‘처방’ 으로 이루어진다. 의사가 병원의 자회사로 있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해 처방을 하면 환자는 그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 처방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처방을 제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자회사의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처방한다면 ‘판매’를 제외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자기 병원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자가처방은 당연히 환자들에게 의료비 추가비용을 부가시킨다. 의사들의 처방은 병원 자회사의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발 연구 중인 자회사의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을 경우, 그 의료비 증가는 매우 클 것이며 이는 환자 의료비 부담을 급증시킬 것이다.
3) 장애인보장구 등 맞춤제조․개조․수리업
장애인 보장구 등 맞춤제조․개조․수리업에 대한 병원 부대사업과 자회사 허용은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자회사 허용과 다를 바가 없다. 장애인보장구란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주는 기구를 말한다. 그러나 그 개념이나 범위에 대해 법령에서 구체적인 정의를 하고 있지 않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다 어딘가 다치고 아픈 그야말로 ‘장애’를 가지고 찾아온다. 이런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의료용구와 장애인 보장구는 엄격히 구분될 수 없다.
또한 병원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한 자회사로 장애인 보장구업이 허용되면 장애인의 의료비 부담도 높아진다. 일정등급이상의 장애인은 건강보험에서 80퍼센트 보장되는 ‘장애인보장구’ 사용을 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병원의 수익을 위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보장구 처방과 사용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협동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병원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구했던 보바스병원 같은 전문재활병원에게는 막대한 이익이 되는 사업이겠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노인과 같이 보장구가 상시적으로 필요한 환자들, 일시적 장애로 일시적 장애인 보장구가 필요한 환자들,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원래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그야말로 ‘장애인 보장구’ 라 부르는 의료용구는 부르는 게 값이다. 따라서 병원 자회사로 보장구 사업이 허용되면 이들에 대한 보장구 장사가 극심해질 것이고 의료용구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커녕 장애를 이용한 병원장사가 급증해 환자 의료비 부담 증가 요인이 될 것이다.
4) 식품판매업의 부대사업 허용
복지부는 시민사회단체가 환자 강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던 ‘건강기능식품’은 제외시켰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건강기능식품은 제외시켰는지 몰라도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식품판매업’을 병원 부대사업으로 허용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전체 식품판매업에서 매우 작은 분야를 차지한다.
되려 건강기능식품은 그 안정성에 대해 식약처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반 식품에 해당되는 이른바 ‘건강식품’은 안정성과 효과성에 대한 검사나 규제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병원의 영리부대사업에서 건강기능식품만을 제외로 한 정부 조치는 이른바 ‘건강식품’ 업자들에게 식약처 인증 절차를 받지 않도록 하는 또 하나의 규제완화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식품판매업이 병원 영리 부대사업이 되는 순간, 환자들에 대한 식품 판매 권유와 의사들의 끼워팔기식 처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홈쇼핑에 나와 판매하는 유산균이나 각종 비타민 등의 건강식품은 의학적 효과성이나 안정성도 입증이 안되었지만 의사들이 판매하고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한 규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의사들의 일종의 ‘부업’을 병원 안 부대사업으로까지 안전하게 이끄는 제도가 바로 복지부의 병원 부대사업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게다가 병원 매출과 수익에 의사임금을 연동시키는 의사성과급제와 인센티브제도는 쓸모없는 건강식품 처방으로 병원 수익을 올리는데 고용된 의사들을 활용할 것이다. 환자 치료만이 아니라 식품판매 영업으로 의사들의 성과급이 결정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5) 목욕장법,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등의 종합체육시설의 부대사업 허용
복지부는 병원 부대사업에 체육시설업과 목욕장업을 추가하고 자회사로도 허용했다. 환자와 의료종사자들의 편의 증진을 위한 것이고 실제 병원들에서 설치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체육시설의 영리부대사업 허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각종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를 축소시키고 병원 자회사에서 운영하는 민간 체육시설 이용을 권유하는 조치다.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의사들은 보험적용이 되지 않은 자회사가 운영하는 비싼 체력단련장을 이용하도록 처방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체력단련장과 종합체육시설에는 자회사가 만든 재활기구들이 입점해 온갖 재활용품들을 판매할 수도 있게 된다.
입원환자들에게도 의료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수치료나 아로마테라피 등의 고급 치료를 권유해 결국 입원환자의 의료비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게다가 IT기업과 병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원격의료나 각종 건강관리서비스사업은 ‘건강관리’라는 이름하에 이러한 체육관련 병원 자회사의 체육시설 이용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결국 병원의 체육관련시설 영리 부대사업과 자회사들은 공공화되어야 할 사회체육시설의 근거마저 갉아먹는 또 하나의 민영화조치다. 비싼 비보험 수치료 등의 재활치료는 정부가 말한 환자 편의시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병원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일 뿐이다.
6) 의류 등 생활용품 판매 부대사업 허용
2009년 병원협회는 침구업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했었지만 당시 침구업이 환자 편의시설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부대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허용된 부대사업은 의류 등 생활용품 전체다. 병원이 바라는 의류 등 생활용품업이란 환자복, 입원 침대 매트리스, 침구류 등을 포함한다. 지금은 병원 입원이나 이용시 환자복와 침구류에 대한 비용이 추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의 영리추구 방법으로 활용되면 ‘고급’ 매트리스, ‘고급’ 환자복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 입원용 생활용품이 개발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급 침구들은 건강보험에 적용되어 있는 침구들과 경쟁을 할 것이고, 병원은 자회사의 수익을 올리는데만 신경을 쓰게 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입원병동의 환자복과 침구류의 관리 감독은 소홀히 하게 된다. 환자들이 자회사의 침구류와 환자복 등을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또한 의사 처방에 따라 또 다른 별도의 건강 의류 및 건강 가구류 등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의류 및 생활용품에서도 건강을 내세운 강매행위가 가능해질 것이다.
2. 병원 영리자회사 설립의 문제점
애초 정부는 병원 영리자회사에 대한 남용 금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으로는 병원 자회사의 영업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설립 행정 안내서일뿐 규제장치로의 효력은 없다. 상법상 회사의 영업 행위는 법으로만 규제할 수 있는데, 가이드라인은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행규칙으로 확대된 부대사업 중 자회사가 수행하는 사업으로 ‘우선’ 허용하는 부대사업이 있고 ‘미포함’ 된 부대사업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치 자회사가 가이드라인을 어겨 다른 사업을 수행하면 행정조치가 가능하고 의료법인에 제제가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국민 사기다. 정부가 낸 자법인 설립 운영 가이드라인은 그야말로 병원의 자회사 설립 운영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이에 대한 규제나 금지 그리고 불법시 취소에 관련된 권한이나 조항 혹은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언론과 국민을 속이는 55페이지짜리 종이 뭉텅이에 불과하다.
1) 영리자회사 설립허용조치는 사실상 영리병원 설립과 동일하다.
영리병원은 병원이 상법상 회사가 되어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고 이윤을 배분할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조치를 영리병원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영리병원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자회사를 통해 외부 투자를 받고 이윤 배분을 할 수 있으므로 병원이 사실상 영리병원화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2) 영리자회사 설립허용조치는 의료비 폭등을 초래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2009년 보고서에서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가 연 0.7조~2.2조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영리병원 병상이 6.8%에 해당할 때의 의료비 증가의 추정치다. 지금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정책은 현재의 비영리법인 병원은 물론이고 법인병원으로 전환할 개인병원이나 심지어 국립대병원까지도 해당하는 것임. 따라서 2009년, 즉 5년전 의료비 추정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현재의 의료민영화정책을 통한 의료비증가는 천문학적 수치다.
3) 의료법인 병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전체병원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의료법인 800여개의 1200여개 병원에만 한정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병원 모두에게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
대학병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대학병원들은 영리자회사를 운영해왔던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대학병원들은 영리자회사를 편법적으로만 운영해왔다. 그러나 의료법이 바뀌게 되어 의료법인에 영리자회사를 운영해주면 지금까지 편법적으로 자회사를 운영해오던 대학병원들이 합법적으로 영리자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즉 대형병원들이 합법적으로 자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이는 중소병원 중심의 의료법인 병원들 살리기라는 정부의 명분을 넘어 우리나라 대형병원의 극심한 상업화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개인병원의 법인병원화가 촉진될 것이다. 일부 대형 개인병원들은 의료법인이 갖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소유 및 상속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는 개인병원으로 머물러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자회사를 통한 병원의 실질적 소유와 실질적 상속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의료법인으로 전환하는 개인병원들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도로 상업성이 높은, 무늬만 의료법인인 병원들이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의 혜택을 누리면서 상업적 의료 행태를 지속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4) 지역불균형이 심화되고 동네의원의 양극화와 의료체계 왜곡이 심화된다.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대형병원은 자회사 설립 및 운영을 통해 더욱 대형화되고 상업화될 것이다. 중소병원들은 외부 자본을 유치하여 영리자회사를 만들 수 있는 중소병원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에서 원칙에 따라 진료하며 지역사회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전한 중소병원들이 환자를 빼앗기게 된다. 지역의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영리 자회사를 운영하며 상업성을 띤 의료기관에 환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에서는 메디텔에 입점한 의원들만 유리한 상황이 발생할텐데, 이들은 고도로 상업화된 진료를 수행할 것이 뻔하기에 지역사회 의료와 주민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피해만 간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의료 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되고 지역 불균형이 심화된다. 대형병원과 자회사를 가진 일부 중소병원들이 모든 환자들을 ‘끌어당기는’ 효과가 발생하여, 건강한 중소병원과 1차 의료기관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무병원 지역, 의사가 부족한 지역이 현재보다 더욱 증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고서를 보면 개인병원의 20%, 즉 전체병원의 6.8%만 영리병원으로 전환되어도 지역병원 66~92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조처로서 지역병원 및 의료의 붕괴 및 의료자원의 지역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5) 병원이 상속가능하고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된다.
현재 의료법인은 해산할 경우 국가에 귀속된다. 즉 사실상 국가자산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면 병원은 이 자회사를 통해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며 상속도 가능해진다. 의료법인의 자산을 영리 자회사에 투자한 후, 의료법인의 자산을 ‘다운사이징(downsizing)’함으로써 의료법인 해산시 국가에 귀속할 자산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의료법인 병원을 폐업할 통로가 마련된다. 영리 자회사에 투자한 지분을 타인에게 매각하거나 양도함으로써 의료법인의 실질적 지배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병원을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병원이 사고팔 수 있게 되는 상업적 재산이 되는 것은 실질적으로 병원경영이 더욱 영리화되는 것을 뜻한다. 상속세 혜택을 받고 의료법인을 통해 물려받은 재산이 사실상 자회사의 영업자금으로 활용되거나 이러한 제도가 자산 빼돌리기의 창구로 활용될 수도 있다.
6) 병원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침해된다.
지금까지 병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아왔다. 환자를 치료하고 이에 따른 대가를 주로 건강보험을 통해 지불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병원이 외부투자를 받아들이고 또 스스로 사업을 하게 되면 병원경영은 외부투자로 인해 전혀 안정적이지 못하게 된다.
병원 자산을 투자한 자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망하게 되면, 병원 자산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병원이 축소되거나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는 환자에게는 치료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병원의 노동자에게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을 뜻한다.
7) 의료복합기업으로서의 병원은 주변 상권을 침해한다.
지금까지는 병원주변에 일정한 상권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변상권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모든 것이 병원내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게 되는 것을 뜻하며 병원주변공간의 정상적인 도시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8) 한국의 의료제도가 무너지고 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진다.
우리나라는 국립병원이 병상수 기준 10%, 의료기관 기준 6.5%에 불과하다. 사립병원이 90%가 넘는다. 90%의 병원들 중 반수만 영리병원화 되어도 그 의료비 인상은 감당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은 1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13%의 영리병원들이 다른 병원을 선도하여 의료비 인상이 일어나 결국 현재 GDP 17%에 이르는 기형적인 의료산업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 미국인들은 전국민 의료보험을 갖지못한 유일한 선진국 국민이다. 미국의 경우 27% 정도인 공립병원이 그나마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공립병원도 적고 사실상 영리병원화 되는 비중이 미국보다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의 의료상업화는 지나쳐서 과잉진료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의료비인상률도 OECD 국가 중 1위이며 물가상승률의 3.5배에 달한다.
이번조치가 시행되면 전체 의료비인상은 감당할 수 없다. 건강보험재정도 견딜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번 의료영리화조치는 한국의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조치이고 그대로 시행되면 결국 한국의 건강보험까지 무너뜨릴 수 밖에 없다.
3. 결론
박근혜정부는 작년 12월에 내놓은 부대사업범위에서 의약품판매업과 의료기기 판매업을 빼고 건강기능식품을 뺐다고 시민사회단체와 관련협회의 주장을 수용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의약품과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부대사업확대에 넣어 의료에 미치는 부대사업의 영향을 그대로 두었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뺐지만 오히려 식품판매업 전체를 부대사업에 넣어 문제를 더욱 확대했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임대업이라는 엄청난 부대사업을 그것도 네가티브리스트 방식으로 넣었다. 결국 부대사업영역은 사실상 쇼핑몰과 부동산임대업, 호텔, 체육시설 등 모든 업종으로 확대되었다.
더욱 중요하게는 정부의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이 마치 영리자회사 범위를 한정 짓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그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은 규제와 처벌의 법령적 근거가 없어 그야말로 영리자법인 안내서일 뿐 규제조항이 아니다. 결국 부대사업 전체를 영리자회사로 허용해주겠다는 것일 뿐이다.
‘환자와 의료기관 종사자의 편의’라는 명목으로 이 모든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병원의 성격을 의료복합기업으로 바꾸는 행위다. 따라서 현재의 의료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러한 내용은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정히 이러한 정책을 관철하려면 최소한 의료법개정의 과정이라는 합법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스스로 편법을 넘은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료제도의 성격을 바꾸고 의료비를 대폭 증가시켜 건강보험재정을 위험에 빠뜨려 중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체계 자체를 뒤 흔들 병원 영리부대사업 범위확대와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