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경영 압박을 중단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라!
속초의료원이 지난 30일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사측은 지난 22일 임금 정상화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환자들을 내쫓고 병동을 폐쇄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진료 정상화를 위하여 어제부로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한 이후로도 입원 환자를 거부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경영 위기’ 운운하며 환자를 보살피는 인력을 쥐어짜는 것도 모자라 환자들을 강제 퇴원시키고 병원 운영을 중단하는 이 같은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지난 해 우리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원하였던 사건의 아픔과 분노를 잊지 않고 있다. 공공의료원의 적자는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으로 이는 결코 ‘정상화’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속초의료원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병원 운영을 정상적으로 재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병원에 대한 경영 압박을 즉각 중단하고 무너진 의료의 공공성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속초의료원(병원장 박승우)은 마치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 의료원 경영이 어려운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은 6년째 동결 상태이며, 일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체불임금이 무려 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측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파업에 대하여 파업 첫날 절반 이상의 환자들을 쫓아내고 이후 4개 병동 중 3개를 폐쇄하는 만행으로 대응하였다. 또한 속초의료원에 대한 지도·감독의 권한을 갖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노동자들과의 면담 약속을 어기는 것도 모자라 이의 이행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에게 경찰력 투입과 폭력 진압을 가하여 조합원들을 부상 입히고 연행하는 비인도적 탄압을 자행하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6·4 지방선거 당시 지방의료원 활성화와 공공의료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재선하였다. 그러나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 도정부터 현재까지 계속하여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은 공공의료 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수익성 압박을 통한 돈벌이 추구다. 작년 2월 강원도는 ‘의료원 경영개선대책 보고회’를 열어 도 내 5개 의료원에 대하여 의료수입 목표액을 현재 평균 의사 연봉액의 4.7배에서 6~7배로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진료과별 수입 목표 미달 시 의사 연봉액의 2%를 삭감하고, 의료원장에 대하여 분기별로 경영수지가 부진할 경우 경고를 주고 경고 3회가 누적되면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영리 추구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그 결과로 지방의료원의 수익성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속초의료원 역시 2013년 전년 대비 환자 수가 21.3%, 의료수익이 29.1% 증가하는 등 가파른 이윤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환자 수가 늘어난 만큼 인력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강화됐고 임금은 동결되어 사실상의 임금 삭감조치를 당해왔다.
강원도의 공공의료원은 영리 추구 강요로 인해 공공성을 훼손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존폐 위기에도 처해있다. 지난 4월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이 강원도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제출한 ‘강원도 지방의료원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강릉의료원의 민간매각과 원주의료원의 이전·재배치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강원도는 이 같은 내용으로 수차례 공청회를 여는 등 관련 방안의 추진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또한 이번 속초의료원 폐쇄 조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주의료원의 사례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정녕 제 2의 홍준표를 꿈꾸는 것인가? 우리는 이 같은 공공의료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추어 지방의료원의 영리 추구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30일 국회에 제출한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자체장이 지방의료원장과 성과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복지부장관이 그 이행여부 평가 결과에 따라 원장의 해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강원도가 발표한 ’의료원장 경고 3진 아웃제’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료원장이 의료원 운영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할 때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여 사실상 수익성 압박 하에 놓이도록 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일 발표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기능 강화 및 경영개선’ 대책에서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자의적으로 구분하여 ‘불건강한 적자’의 경우 지방의료원이 스스로 손실을 감축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리화 시도와 정부 정책은 병원이 돈벌이를 하는 곳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 간단히 무시하고 있다. 병원의 적자는 전적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고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지출된 돈이다. 이러한 병원의 적자를 해결하겠다며 발표되는 경영 개선이란 환자 주머니 털기와 병원 인력 쥐어짜기에 다름 아니며, 이는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기관의 예산 부족은 정부와 지자체가 보충할 문제이지 환자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의 돈벌이로 해결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속초의료원의 진정한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병원에 대한 영리 추구 압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우리는 현재의 열악한 공공의료를 지켜내고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공공의료 체계를 만들고 강화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끝>
2014.08.01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