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까다로워 외국병원 안들어와”
‘경제자유구역 규칙’ 개정 입법예고
외국인의사 고용의무비율
10%→1명으로 빗장풀어
의료계 “이게 무슨 외국병원이냐
사실상 국내영리병원” 성토
정부가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외국 영리병원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는 외국인 의사 고용 의무 비율 등 설립 조건이 까다로워 외국 병원이 들어오지 않아서라고 그 이유를 대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조처라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영리병원에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전체 의사의 10% 이상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영리병원이 개설하는 진료과목 가운데 내과·신경과·외과·정형외과 등 16개 과목의 경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가 한 명만 있어도 설립이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또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을 책임지는 ‘병원 진료 관련 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로 구성해야 하고, 기구의 대표자가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외국 병원이라지만 국내 면허를 가진 의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병원 진료 의사결정기구의 대표자도 국내 의사가 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의사들이 많으면 그만큼 인건비도 늘어나는 탓에 외국 병원 설립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외국 영리병원 설립은 경제자유구역 안에 거주하는 외국인 진료를 목적으로 2002년 처음 허용됐다. 그러나 환자가 적어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04년에는 국내 환자도 진료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바꿨다. 이후 미국의 뉴욕장로병원과 존스홉킨스병원이 영리병원 설립을 검토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각각 2006년과 2011년 포기했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10월 말에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는데, 그동안 외국병원의 외국인 의사 비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외국인 의사만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때 외국인 의사 비율을 10% 이상으로 정했다.
당시 보건의료 단체들은 외국인 의사 비율을 대폭 완화한 것에 대해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만든 조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의사가 대다수가 되고 진료 결정 기구도 국내 의사가 하게 되는데 무슨 외국 병원이냐”며 “정부가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빚장을 풀고 있다”고 짚었다. 의료계에선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의료비 폭등과 함께 건강보험의 존립도 위태롭게 된다고 비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설립 조건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국내 영리병원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