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는 한미FTA도 모자라 복제약 독점제도까지 도입하려는가
- 1차복제약 독점음 국내대형제약화사 특혜 및 약가인상 조치 -
- 제약협회는 시민사회단체와 공개토론에 응하라 -
어제(12월 10일), 한국제약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건의를 발표하였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복제약 독점권의 도입이 필요하며 이것이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허가- 특허 연계제도가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를 부당하게 지연시키므로 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허가-특허 제도가 가져올 폐해를 복제약 독점권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복제약 시장을 독점하려는 일부 제약사들의 농간에 불과하다. 만약 복제약 독점판매 제도를 도입하면,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들의 약가 부담만 늘어나고, 제약사들의 담합을 약사법이 조장하는 결과가 생길 것이다.
1. 복제약 시장마저 독점이윤의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 제약사들
제네릭 의약품은 누구도 독점할 권리가 없으며 누구나 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약가 또한 자연스레 인하된다. 그런데 한국제약협회는 복제약 독점권이 있어야 약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복제약 독점권이 없으면 특허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복제약의 출시 자체가 지연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 근거는 잘못되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의약품 특허 분쟁이 있었지만, 분쟁에서 이긴 자에게 혜택을 준 적이 없다. 혜택이 없다고 분쟁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없다.
특허심판원의 2008년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의약품 특허 분쟁은 2005년 18건에서 2006년 25건, 2007년 57건, 2008년 10월 51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심판 사건 기준). 이 통계는 복제약 독점권과 상관없이 시장이 존재하면 제약사들이 특허도전을 해 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글리벡 특허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이 충분하면 여러 복제약 제약사들이 협력하여 특허 도전을 하기 때문에 복제약 독점권과 같은 비상식적인 제도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치 복제약 독점권이 있어야 특허도전을 한다는 주장은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약 시장의 독점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제약사들의 농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복제약 독점권 제도 도입을 염두에 두고 조직을 늘려왔다. 가령 H사는 변리사 3명을 포함해 10여명으로 구성된 특허전담팀을 두고 최근 공격적인 특허 분쟁을 제기하고 있다. 복제약 시장을 독점해 보려고 조직적인 준비를 해 왔던 것이다. 바로 이들 일부 제약사의 사적이해가 한국제약협회의 정책건의로 둔갑한 것이다.
2. 부실 특허는 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만약 무효인 특허가 등록되었다면 이는 특허청이 심사를 잘못한 탓이다. 이를 바로 잡았다는 이유로 사기업에게 시장 독점권을 주려는 발상은 공공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사기업은 몰라도 국회나 정부로서는 할 수 없는 발상이다. 특허 도전을 통한 복제약 출시를 장려하려면 그에 걸맞은 공공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식약처에서 문제가 있는 특허를 무효시켜 복제약 출시의 길을 터주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도입한 캐나다의 경우 보건부 산하의 OPML (Office of Patented Medicines and Liaison)를 두고 오리지널 제품 허가권자가 제출한 특허사항을 검토하여 등재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2006년 OPML은 등재를 요청한 720건의 특허 중 273건(38%)의 등재를 거부한 바 있다.이렇듯 공적으로 부실특허를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운다면 복제약 독점권과 같은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3. 무효로 판명난 특허권을 1년 연장해 주는 기이한 결과
복제약 독점권이 마치 특허 도전에 최초로 성공한 복제약 제약사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또 다른 수혜자는 오리지널 제약사이다. 실제로는 특허권자와 최초 복제약 제약사 단 둘이서 해당 의약품 시장을 복점(duopoly)하기 때문이다. 결국 특허가 무효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이 1년 더 연장되는 셈이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결과 때문에, 한국제약협회의 주장과는 반대로 의약품 특허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는 복제약 독점 제도를 반길 것이다.
4. 복제약 독점 기간 1년은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약사법 개정안은 자동정지(복제약 판매 허가를 식약처에서 일정 기간 동안 금지하는 것) 기간을 1년으로 정하였다. 자동정지 기간을 미국의 30개월에 비해 크게 줄인 이유는 바로 국내 제약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특혜에도 불구하고 복제약 독점 기간은 미국의 2배로 하자는 한국제약협회의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보상은 결국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신약 개발을 한 것도 아니고 특허도전에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들이 제약사에게 이처럼 과도한 보상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더 물어볼 필요도 없다.
5. 약사법이 제약사들의 담합을 조장하는 결과
복제약 독점권이 없으면 특허권자는 특허 도전에서 질 경우 모든 복제약 제약사와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복제약 독점 제도가 도입되면 특허권자는 단 하나의 복제약 제약사와 시장을 복점(duopoly)할 수 있다. 그래서 특허권자는 복제약 제약사와 담합할 강력한 유인이 생긴다.
그리고 복제약 독점 제도는 일부 상위 제약사들간의 담합도 구조적으로 조장하게 된다. 특허 도전을 할만한 조직을 갖춘 일부 상위 제약사들이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복제약 시장을 독점하는 담합의 구조가 약사법에 생기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아 문제인데, 이를 근절해야 할 국회와 정부가 또 다른 형태의 불공정행위를 조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6. 제약사의 독점 이윤 추구에 장단 맞추는 식약처
복제약 독점권은 허가-특허 연계 제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중국 어느 나라도 복제약 독점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들 나라의 사례는 검토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일부 제약사의 주장만 수용하여 복제약 독점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유일한 미국의 사례만 참조하여 특허도전에 수십억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의 소송비용이 드는 복제약 독점권을 밀어붙이려 한다. 이렇게 해서는 식약처가 의약품에 관한 공공정책을 담당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7. 한국제약협회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
복제약 독점권이 과연 국민들의 약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인지, 허가-특허 연계 제도 도입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공개적으로 토론할 것을 한국제약협회에 제안한다.
2014년 12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난한 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연맹,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남희섭(변리사), 이해영(한신대 교수), 송기호(변호사), 이은우(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