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또 국민 눈속임, 이대로면 ‘지지율 0′ 된다
원래 지난번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이 2013년에 만료되었으므로, 최소한 작년에는 보장성 강화안을 결정했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료비 경감계획보다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몰두하느라 무려 1년이 지나서야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선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안을 간단히 살펴보자. ▲생애주기별 핵심적인 건강문제의 필수의료 보장 ▲고액 비급여의 적극적 해소와 관리체계 도입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 등 3대 방향의 32개 세부과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언뜻 보면, 내용이 휘황찬란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100%’ 공약이행과 관련된 항목(7대 과제)을 제외하면 몇 가지 항목을 나열한 것이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4대 중증질환 관련 이행 계획도 약속과는 달리 본인부담금을 25% 정도 경감하는 수준에 그쳤다(관련기사 : “박근혜 복지 공약, 이래서 ‘사기’다”).
복부초음파는 배제하고 위밴드수술을 포함?
가장 심각한 건 전체 보장성에 대한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보장성을 강화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이번 안이 담고 있는 건 고작 비급여에도 본인부담 영역을 차등(80%~50%)하는 선별급여제도를 도입해 ‘중증질환’ 보장률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평균 80%대 이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중증질환’이 무엇인지도 애매하거니와 ‘선별급여’를 도입하면 개선될 것이란 것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없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 비급여 항목들이 평균 본인부담금의 2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몇몇 항목을 급여범위로 포함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말 한 나라의 중장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 안은 보편적 접근을 포기하고 선별적 접근만 나열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에만 일부 강조점을 두고 나머지 내용도 나이별, 질환별로 나누었다. 그나마 포함된 항목들도 비용효과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것들이다. 복부초음파(4대 중증질환만 보험 적용 중)는 배제하면서 비만치료로 거론된 위밴드수술과 캡슐내시경 등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 예다. 또 원래 국고에서 하던 난임수술 지원이나 결핵환자약제비 지원 등을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는 꼼수도 썼다.
사실 제대로 된 보장성 강화안이라면 이런 항목별 논의와 같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 단순히 현재 치료 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환자들이 내는 ‘법정본인부담금’만 인하해도 된다. 일례로 입원 시 법정본인부담금은 20%나 된다. 만약 장기 입원을 한다면 개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2007년 암이나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법정본인부담금을 인하하는 방식을 포함한 것이다. 당시 법정본인부담금을 10%에서 5%까지 인하하였다.
그렇다면 법정본인부담금은 어느 선까지 낮출 수 있을까? 재정적 측면에서 볼 때, 현행 20%인 입원 시 법정본인부담금을 모두 없앤다고 가정하면 약 3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2012년 건강보험통계 기준). 매년 발생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흑자가 4조 원 정도임에 비추어 볼 때, 당장 재정부담 없이도 국민들의 의료비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비급여부담이 20% 정도 남기 때문에, ‘무상의료’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정본인부담금 경감은 거론조차 안 하면서 병원들이 급여화해 달라는 항목 하나,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런 병원들의 민원처리를 하는 데만 1년을 낭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항목 하나, 하나를 크게 포장해서 광고한다. 위밴드수술, 캡슐내시경, 표적항암제에 보험 적용이 중요한지, 모든 환자들이 혜택을 보는 법정본인부담금 경감이 중요한지는 누가 봐도 뻔한 문제인데 말이다.
사실 건강보험이 흑자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 그건 결국 정부의 의료정책이 실패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흑자는 아파도 경제적 이유로 국민들이 병원에 가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모두 소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 보장성 강화안은 지금의 건강보험 흑자 규모와 비교했을 때 턱 없이 낮은 재정만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지출과 수입 일치해야 하는 ‘건강보험재정계획’
▲ 정부는 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을 발표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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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재정을 탓하거나,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핑계로 이를 회피했다. 그러는 사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국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건강보험 누적 흑자는 12조 원을 넘었다. 국민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생색내기용 보장성 강화안을 과대 포장해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낮은 보장성, 의료 이용 불균형 심화
이런 한국의 낮은 보장성은 의료 이용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부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병원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높은 본인 부담률 때문에 병원 이용을 자제하는 부자들은 병원 이용 힘들지 않지만, 가난할수록 높은 본인부담율 때문에 병원이용을 자제하게 되는 구조다. 사실상 부자들에게 유리한 의료제도인 셈이다.
‘송파 세모녀’가 빈곤층으로 추락한 원인 중 하나가 가족들의 병원비였다. 가족 중 한 명만 아프더라도 중산층 가족 모두가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인부담금을 경감하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명확한데도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도 채 안 된 기간 동안 여러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선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백지화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반면 병원과 제약회사, 그리고 민간보험회사에게는 한없이 자상하다.
국민들의 아픔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국민 건강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이러한 행태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이번 보장성 강화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생색내기용 선별적 보장성 강화안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한다. 건강보험 흑자는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곤두박질치고 있는 정권의 지지율이 조만간 제로(0)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