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내주어야 할까. 당연히 국가다. 우리나라의 의료급여 즉 건강보험료와 병원비 면제를 받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다. 그러나 정부연구소인 보건사회연구원은 2013년 절대빈곤인구를 11%, 상대빈곤인구를 16%로 추계했다. 절대빈곤인구만 따져도 정부가 책임을 안지는 사람이 국민의 8%인 380만명이다. 미국만 해도 15~19%가 미국판 의료급여인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다.
송파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는 줄이거나 없애야 하지만 이를 김종대 전 이사장처럼 퇴직자 보험료와 비교하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개혁안’을 믿어야 할까? 그 ‘개혁적’이라는 건강보험료 개선안은 국가의 책임을 빠뜨리고 있다. 국가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소득자나 퇴직자가 돈을 더 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개혁’안에 따르면 퇴직자로서 공적연금을 연 2000만원(월 167만원) 받으면 피부양자에서 탈락돼 월 6만5000원을 내고 여기에 집이라도 한 채 있으면 10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이 퇴직자는 부자인가? 그리고 연금으로 167만원 받는 사람이 소득의 10%를 내야 하는 것이 ‘개혁적’인가? 반면 진짜 부자들의 자산소득에는 한없이 관용적인데 상속, 양도, 증여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주식배당에도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돈은 누가 더 내야 할까?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사회보험료 부담의 가장 큰 차이는 기업이 내는 보험료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OECD 국가 기업들이 사회보험료로 내는 돈은 평균 GDP의 5.3%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5%다. 기업이 GDP의 2.8%를 덜 내는 것이다. 반면 월급쟁이들이 내는 보험료는 OECD 평균 3% 내외로 거의 차이가 없다. 당연히 기업이 더 내야 한다. 기업이 OECD 평균으로만 내도 40조원이다. 건강보험재정이 작년에 44조원 정도다.
한국은 노동자와 기업이 보험료를 50 대 50으로 내지만 프랑스는 노동자가 35%, 기업이 65%이고 스웨덴은 기업이 80%를 낸다. 또 프랑스는 아예 건강보험재정을 대기업 매출액의 0.1~0.2%를 걷어서 충당한다. 여당 대표는 “고부담·고복지로 갈지, 저부담·저복지로 갈지” 정해야 한다면서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단다. 그러나 정작 복지국가들은 ‘국민’이 아니라 ‘기업’이 훨씬 많은 돈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