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누가 더 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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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가 문제다. 애초 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 계기는 ‘송파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가 월 5만원인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퇴직 후 건강보험료가 0원이 될 수 있다는,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의 발언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보험료 부담, 그리고 의료비 부담은 큰 문제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월 5만원 이하의 보험료를 내는 336만가구 중 50%가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못내고 있다. 이 수치는 지역가입자의 20%에 해당한다.

누가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내주어야 할까. 당연히 국가다. 우리나라의 의료급여 즉 건강보험료와 병원비 면제를 받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다. 그러나 정부연구소인 보건사회연구원은 2013년 절대빈곤인구를 11%, 상대빈곤인구를 16%로 추계했다. 절대빈곤인구만 따져도 정부가 책임을 안지는 사람이 국민의 8%인 380만명이다. 미국만 해도 15~19%가 미국판 의료급여인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다.

송파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는 줄이거나 없애야 하지만 이를 김종대 전 이사장처럼 퇴직자 보험료와 비교하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개혁안’을 믿어야 할까? 그 ‘개혁적’이라는 건강보험료 개선안은 국가의 책임을 빠뜨리고 있다. 국가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소득자나 퇴직자가 돈을 더 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개혁’안에 따르면 퇴직자로서 공적연금을 연 2000만원(월 167만원) 받으면 피부양자에서 탈락돼 월 6만5000원을 내고 여기에 집이라도 한 채 있으면 10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이 퇴직자는 부자인가? 그리고 연금으로 167만원 받는 사람이 소득의 10%를 내야 하는 것이 ‘개혁적’인가? 반면 진짜 부자들의 자산소득에는 한없이 관용적인데 상속, 양도, 증여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주식배당에도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돈은 누가 더 내야 할까?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사회보험료 부담의 가장 큰 차이는 기업이 내는 보험료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OECD 국가 기업들이 사회보험료로 내는 돈은 평균 GDP의 5.3%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5%다. 기업이 GDP의 2.8%를 덜 내는 것이다. 반면 월급쟁이들이 내는 보험료는 OECD 평균 3% 내외로 거의 차이가 없다. 당연히 기업이 더 내야 한다. 기업이 OECD 평균으로만 내도 40조원이다. 건강보험재정이 작년에 44조원 정도다.

한국은 노동자와 기업이 보험료를 50 대 50으로 내지만 프랑스는 노동자가 35%, 기업이 65%이고 스웨덴은 기업이 80%를 낸다. 또 프랑스는 아예 건강보험재정을 대기업 매출액의 0.1~0.2%를 걷어서 충당한다. 여당 대표는 “고부담·고복지로 갈지, 저부담·저복지로 갈지” 정해야 한다면서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단다. 그러나 정작 복지국가들은 ‘국민’이 아니라 ‘기업’이 훨씬 많은 돈을 낸다.

누가 더 내야 하나? 현재 14%에 불과한 국고지원액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일본은 37%, 프랑스는 47%, 대만도 26%다. 또 진짜 부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더 거둬야 한다. “사용자 및 경영자 단체의 거센 반발”로 없애기 힘들다는 재산에 부과하는 ‘30억원’ 상한선부터 없애야 한다. 30억원을 가지나 300억원의 재산이 있으나 재벌회장들이 똑같이 건강보험료를 200여만원만 내는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벌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
재벌기업들을 놔두고, 또 국가의 사회복지 지출이 적은 채로 놓아둔 채 월급쟁이나 연금소득자들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이 사회정의인가? 큰 도둑은 놔둔 채 잘못된 곳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이다. 가난한 서민과 덜 가난한 연금 퇴직자들이 부담과 혜택을 두고 싸우게 만드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상용 수법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복지국가는 서민들이 서로 사이 좋게 나누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1% 부자들과 자본에게 복지 부담을 강요해서 얻어냈다.
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건강과대안 부대표
출처 : 경향신문 시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052103495&code=990303#16995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