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환자 입원료 본인부담금 인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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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월5일부로 환자의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불필요한 장기입원 유인을 줄이겠다며 현재 20%로 정해진 입원료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30%에서 40%로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법령이 통과되면 한 달 이상 입원 시 환자의 입원료는 최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아파서 입원한 환자에게 노골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떠넘기는 매우 퇴행적인 정책이다. 또한 직접적인 의료복지 축소 정책으로 이에 우리는 반대한다.

 

첫째, 의료비를 경감하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행한 국민기만이다.

보장성을 높이겠다던 정부는 여지껏 각종 의료민영화 추진으로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의료비 경감 공약도 누더기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입원비 마저 모든 환자에서 올리려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도 병원이 급여화를 원하는 항목 추가 수용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민사회단체는 입원료 등 필수 보장 항목의 법정본인부담금을 낮추는 방안이 보편적 복지확대임을 주장해왔다.

정부는 최근 3대 비급여 대책으로 상급병실을 축소해 병실료 부담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장기 입원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급병실 축소는 4인실 기준일 뿐더러, 현재 병상포화를 고려할 시 적절한 보상기전을 제시한 측면이 크다. 반면 입원비 증가는 모든 환자들이 체감하는 것으로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의료비 증가 정책이 된다.

 

둘째, 불필요한 장기입원 문제의 책임을 환자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한국의 입원환자 재원일수는 OECD나라 중에 일본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암시하는 것처럼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다. 2012년 OECD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도 행위별수가제와 민간 중심의 경쟁적 의료공급체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여기에 한국은 OECD에서 병상 수가 증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환자 대비 병상 수 도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높은 병상 숫자는 장기입원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또한 간호인력이 적정 수가 되어야 재원일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병상 당 간호인력이 한국은 OECD 꼴찌인 25%수준도 안된다.

따라서 지불제도개선, 공공병원확충, 민간병상규제와 간호인력 확충이 불필요한 장기재원일수를 줄이는 실질적인 대안이다. 그럼에도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높여 이를 차등화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의 의료이용만을 막는 얼토당토 않은 방법이다.

 

셋째, 국민 의료비는 상승시키고 정부와 대형병원만 이익인 정책이다.

입원 본인부담률 상승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축소로 연결된다. 현재 건강보험누적흑자가 12조인데 이를 활용해 보장성을 높이지는 못할망정 축소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건강보험 재정지원 만기도래(’16년末)에 대비하여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을 언급하며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축소를 시사한 바 있다. 지금도 정부가 사후정산을 거부하여 미지급한 국고보조금이 2013년까지 7년간 8조5천억원에 달한다. 즉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고, 정부부담은 줄이려는 명백한 복지재정 긴축정책이다.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본인부담률이 높아져 가난한 사람들이 퇴원을 빨리 하면 병상 회전율이 높아져 이득을 볼 수 있다. 진료비는 입원초기부터 점점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입원본인 부담금이 점차 높아질수록, 대형병원들의 병원 이윤은 상승한다.

 

 

한국은 10가구 중 1가구가 ‘재난적 의료비’로 고통 받는다. ‘송파 세모녀’도 가족병원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추락하였다. 한국의 낮은 공공의료보장은 더 이상의 의료복지긴축을 견딜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책은 이런 시대의 당면과제에 완전 역행하는 ‘민생파탄책’에 다름 아니다.

지난 2년간 노골적 의료민영화정책 추진으로 의료비폭등을 부채질하더니 이제는 미흡하게나마 법적으로 보장된 영역까지 파탄내려 하는 것이 이번 본인부담금 인상 정책이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민의료비부담 증대가 아니라, 12조 건강보험 흑자를 당장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입원 법정본인부담금 증가정책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끝>

 

 

2015. 2. 10.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사진출처 : 라포르시안)